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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 SK에너지 유류 북한 유입에 “적절한 주의 의무 이행”...“미 재무부 권고 무시” 반론도  


한국 서울의 외교부 건물.

한국 정유회사 ‘SK 에너지’의 유류 1만t이 북한에 유입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사측이 ‘적절한 주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회사와의 거래였다는 점에서 SK 측이 미국 재무부 등의 ‘주의 의무’를 소홀이 했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최근 북한으로 유입된 유류의 공급업체로 지목된 한국 SK 에너지의 제재 위반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외교부는 ‘SK 에너지의 대북 유류 반입’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 작성 당시 전문가패널이 국내 정유회사(SK 에너지)에 관련 질의를 보냈고, 동 회사는 이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외교부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해당 정유회사가 제3국 회사에 판매한 정유 제품이 해상 환적을 거쳐 북한에 이전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과정에서 적절한 주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VOA는 최근 공개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정유회사인 SK 에너지의 타이완 지사가 타이완 ‘청춘해운’의 페이퍼컴퍼니인 ‘에버웨이 글로벌’과 약 1만t의 유류 매매 계약을 채결했으며, 이후 이 유류는 지난해 3월과 4월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4척의 북한 선박으로 옮겨져 결국 북한으로 반입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매매 계약 당시 타이완 회사 측은 해당 유류의 목적지를 ‘공해상(High Sea)’으로 지정했지만, SK 에너지 측이 그대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으로 유류가 넘어가도록 도왔다는 비판이 제기됐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SK 에너지 측이 ‘적절한 주의 의무’를 기울인 사실을 강조하며 사실상 제3국 회사의 제재 위반 행위에 더 무게를 실은 겁니다.

하지만 외교부의 설명과 달리 실제로 SK 에너지가 미국 정부나 유엔 안보리가 권고한 수준의 ‘주의 의무’를 지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재무부는 지난 2019년 국무부, 미 해안경비대와 합동으로 발표한 ‘북한의 불법 선적 행위에 대한 주의보’와 2020년 내용을 보완한 주의보를 통해 각 정유회사의 주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주의보는 정유회사들이 북한 유조선에 유류를 공급하지 않기 위해 “공급망에 속한 회사들의 실사를 의무화할 것”과 “선박과 화물, 출발지, 도착지 그리고 거래 상대편 당사자를 포함해 관련 항해에 대한 상세 정보를 검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SK 에너지 측이 거래한 ‘에버웨이 글로벌’은 문제의 유류를 최초 선적한 선박 ‘선와드’호의 운영회사인 ‘청춘해운’의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지면서, SK에너지가 거래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패널은 청춘해운이나 청춘해운 관계자가 ‘에버웨이 글로벌’을 비롯해 ‘오션 에너지 인터내셔널’, ‘선와드 마린’, ‘트럼프 마린’ 등 모두 8개의 회사와 유사한 주소와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버웨이 글로벌’과 선박의 운영회사 ‘청춘해운’ 등의 연락처 대조 등을 통해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에버웨이 글로벌’이 유류를 구매하면서 최종 목적지를 ‘공해상’으로 지정한 점도 SK 에너지가 애초에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비껴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라는 게 해운업계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재무부의 권고대로 “관련 항해에 대한 상세 정보를 검토”했다면 여러모로 수상한 상대와의 불투명한 거래에 따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또 문제의 유류가 판매된 타이완 인근 해상은 북한의 선박 간 환적이 빈번하게 벌어지던 장소로, 재무부는 주의보를 통해 이 일대에서 벌어지는 거래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SK 에너지의 이번 거래는 북한이 연간 허용치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유류를 밀반입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에 반입 가능한 정제유를 연간 50만 배럴, 톤(t)으로는 약 6만 2천500t으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최근 2~3년 사이 한국 회사 소유의 선박 최소 6척이 북한으로 매각된 것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중고 선박의 북한 반입과 관련해 해수부 등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유관 업계에 안보리 결의 내용을 안내하면서 결의 위반 활동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중고 선박 판매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VOA는 선주와 운영주가 모두 한국회사인 ‘리홍’호가 2019년 12월 한국 인천항을 떠난 지 불과 9일 만에 북한 송림항에서 포착되고, 이후 북한 ‘자성무역회사’ 소유의 ‘도명’호가 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조선인 ‘오션스카이’호와 ‘신평5’호, ‘지유안’호, 수령산’호 등도 한국 깃발을 달거나 한국의 해운회사가 타국 깃발을 달고 운영 중인 선박이었지만 2019년과 2020년 사이 집중적으로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2019년 3월 한국에 입항하면서 차항지 즉 다음 목적지를 북한으로 보고했던 ‘뉴콘크’호는 한국 정부의 별다른 조사 없이 출항한 이후 현재까지 수십 건의 대북제재에 관여한 유조선으로 남아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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