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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친북 인사 등 2명, 미 대배심 기소…평양 암호화폐 행사 주관 등 혐의


미국 뉴욕시의 뉴욕남부 연방검찰 건물.
미국 뉴욕시의 뉴욕남부 연방검찰 건물.

스페인 출신의 친북 인사와 영국인 암호화폐 사업가가 미 연방 대배심에 기소됐습니다. 2019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를 주관하고, 미국인 암호화폐 전문가의 방북을 주선한 혐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스페인 국적자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씨와 영국인 크리스토퍼 엠스 씨의 대배심 기소 사실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검찰은 25일 보도자료에서 카오 데 베노스 씨와 엠스 씨가 지난 2019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를 주관하고,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와 함께 북한에 관련 기술을 전수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공개된 대배심 기소장에 따르면 기소는 지난달 22일을 전후해 이뤄졌으며, 약 한 달 만인 이날 기소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이들에겐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공모’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친북 단체인 조선친선협회(KFA) 회장이기도 한 카오 데 베노스 씨는 당시 암호화폐 콘퍼런스를 앞두고 직접 그리피스 씨를 섭외했으며 이후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와 연결을 주선하는 방식으로 그리피스 씨가 방북 비자를 받도록 도왔습니다.

또 엠스 씨는 그리피스 씨에게 “북한이 당신의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사실상 방북이 금지된 미국인 그리피스 씨의 범법 행위를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이후 평양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도 엠스 씨가 북한 청중들의 구체적인 질문에 답변한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가 미국의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전수했다는 겁니다.

앞서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인 그리피스 씨는 당시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2019년 11월 미 수사 당국에 체포됐으며 2년이 넘는 법정 공방 끝에 지난 12일 63개월의 실형과 3년의 보호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검찰은 최초 그리피스 씨의 기소장에 “이미 알려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인물이 사전 승인 없이 북한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잠재적 기소 대상, 즉 공범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었습니다.

특히 그리피스 씨와 카오 데 베노스 씨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이번 사건에서 카오 데 베노스 씨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점도 암시했었습니다.

결국 검찰은 그리피스 씨의 최종 형량이 확정된 지 불과 2주 만에 같은 사건에 연루된 공범 2명의 추가 기소 사실을 공개한 겁니다.

특정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1차로 기소한 뒤 관련 인물을 추가로 기소하는 건 미 사법당국 수사 기법의 하나입니다.

카오 데 베노스 씨와 엠스 씨에게 적용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은 최대 형량이 20년입니다.

다만 검찰은 아직 이들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혀 실제 이들이 언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례로 볼 때 조만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이 이들을 공개 수배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들이 만약 자국에서 체포될 경우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될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현재 스페인과 영국은 각각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습니다.

매튜 올슨 미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미국은 핵확산과 역내 불안정이라는 목표를 좌절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고안된 국제 제재 회피를 위해 북한이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슨 차관보] “The United States will not allow the North Korean regime to use cryptocurrency to evade global sanctions designed to thwart its goals of nuclear proliferation and regional destabilization. This indictment, along with the successful prosecution of co-conspirator, Virgil Griffith, makes clear that the department will hold anyone, wherever located, accountable for conspiring with North Korea to violate U.S. sanctions.”

그러면서 “이번 대배심 기소는 공범인 버질 그리피스에 대한 성공적인 기소와 더불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기 위해 북한과 공모하는 자들이 어디에 있든 법무부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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