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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주역 웨버 대령 별세


지난 2014년 10월 한민구 한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워싱턴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인 윌리엄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에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여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이 지난 9일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미국사회에 한국전쟁과 참전용사에 대한 의미를 알리고 기려왔던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뉴스 풍경]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주역 웨버 대령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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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워싱턴의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향년 97세로 지난 9일 별세한 윌리엄 웨버 대령에 대한 이수혁 대사의 추모의 글이 실렸습니다.

“숭고한 희생과 헌신의 삶을 몸소 보여주셨던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고 웨버 대령은 1950년 24세의 나이로 참가한 한국전쟁에서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잃었지만 1년에 걸친 수술 후 현역에 복귀해 약 30년을 더 군에서 복무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자유 수호에 용감히 뛰어든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활동에 여생을 바쳤습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 열린 한국전쟁 추모의 벽 기공식에 참석해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몸소 보여주었던 고 웨버 대령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웹사이트에는 지난해 5월 열린 추모의 벽 착공식 사진이 실렸습니다.

사진에서 고인은 이수혁 대사와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과 함께 왼팔을 힘껏 굽혀 삽을 들고 있습니다.

이수혁 대사는 웨버 대령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자 한-미 동맹의 상징이라며, 수많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밑거름이 된 한-미 동맹을 더욱 단단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양국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웨버 대령의 별세 소식은 미주 한인사회와 한국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추모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웨버 대령님,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그 헌신에 감사합니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대령님의 고귀한 봉사와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

지난해 고인을 만난 사진과 추모의 글을 올린 북한학자 조평세 박사는VOA에 웨버 대령의 생전 메시지를 회고했습니다.

[녹취: 조평세] “한국전쟁에서 이미 팔과 다리를 잃으시고 정말 줄 수 있는 모든 걸 한국에 이렇게 바쳐 주신 분인데 그 분이 아직까지도 한반도에 대해서 빚진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는 게. 이제 97 세 나이에 거의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도. 어떤 성취감이나 이런 뿌듯한 그런 마음으로 남은 여생을 사시는 게 아니라, 북한 사람들 구하지 못한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빚진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큰 충격이었어요…”

미국 내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직접 전달하는 ‘프로젝트 솔져’ 사진과 영상기록물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30대 청년 염현철 감독도 2019년 만났던 웨버 대령을 추모했습니다.

[녹취: 염현철] “너무 슬펐고, 갑작스러운 소식이어서 한참 마음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억이 각인되었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을 정말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던 한 분이 돌아가신 것에 슬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분께서 남기신 것들을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가 잘 받아서 끝까지 해야 할 일을 해야겠구나..

2019년과 2020년 세 차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웨버 대령의 따뜻한 포옹과 대화 등 깊은 여운이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염 감독.

고조선, 고구려, 한국 등 한국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웨버 대령은 대한민국을 정말 사랑하고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1925년 미 중서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웨버 대령은 1943년 육군에 입대해 2차 세계대전 참전 후 한국전에서 육군 187공수연대 전투단 소속 대위로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평양 등지에서 싸웠습니다.

1951년 중대장 보직을 맡아 참가한 원주 전투에서 적의 수류탄 공격으로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잃었습니다.

치료와 재활을 거쳐 현역에 복귀한 그는 1980년 대령으로 예편했습니다.

웨버 대령은 전시공로훈장을 수상하는 등 군인으로서 명예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전장에서 오른팔을 잃은 웨버 대령의 왼팔 경례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겼습니다.

웨버 대령은 자신의 숙원사업이었던 추모의 벽 건립을 통해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 그리고 미 주류사회에 한국전쟁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알렸습니다.

그가 2006년부터 이끌어 온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은 2016년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연방 의회 상하원을 통과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에 관한 법안’ (H.R.1475)에 최종 서명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샘 존슨 공화당 의원과 찰스 랭글, 존 모니어스 민주당 의원이 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전쟁을 기억하게 하고, 미-한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워싱턴 디씨 내셔널몰 내 한국전 참전비에 세워지는 추모의 벽에는 3만 6천여 명의 미군 전사자와 7천여 명의 카투사 이름이 새겨지며, 준공식은 오는 7월 27일 열립니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에 따라 웨버 대령은 대대적인 후원 캠페인을 벌였고, 미 전역의 단체와 기관에 추모벽 건립의 필요성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웨버 대령은 지난 2017년 VOA에 한국전참전용사 기념재단(KWVMF)이 추산한 건립 비용 중 1천 500만 달러는 병사 이름을 새기는 비용에 쓰인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녹취: 윌리엄 웨버 이사장]” 15 million dollars which would be the actual money needed to build the wall not other money we might need to raise …”

한 명의 이름을 새기는데 410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웨버 대령은 미국사회의 후원이 부족했던 당시 잇따른 기부금으로 힘을 실어준 해외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2017년 녹취: 윌리엄 웨버] “It was a very important event for us very touching event to prove again strong bond that exist between our two people, United..”

한국인들의 노력이 마음에 와 닿았으며 미-한 동맹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한국전참전용사 기념재단의 제임스 피셔 사무총장은 웨버 대령의 이 같은 노력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합니다.

웨버 대령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한국전쟁 참전기념관 설립을 이끈 사람 중 한 명이었으며, 1995년 기념관 완성 후 민간단체인 한국전참전용사 기념재단을 설립했다는 겁니다.

2001년 미 국방부에서 은퇴한 후 지금까지 재단에 몸담고 있는 피셔 사무총장은 웨버 대령의 열정은 여러 차례 생명의 위기를 겪는 시간에도 멈춤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같은 날 팔과 다리를 한 쪽씩 잃었고, 그로 인해 많은 감염증을 앓았으며 특히 지난10년 동안 여러 번 죽음과 싸웠다는 겁니다.

피셔 사무총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극복하고 늘 살아 돌아왔던 웨버 대령이 추모의 벽 준공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피셔 사무총장은 지난 5월 추모의 벽 착공식을 떠올렸습니다.

팔 하나로 착공식 삽을 겨우 뜨면서도 ‘이건 내 것이지! 아무도 가져갈 수 없네!” 라고 말했던 오랜 친구에게 피셔 사무총장은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피셔] “I love you. we will miss you. Thanks for your service for Korea. You are an American hero and you are a patriot...”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할 겁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해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은 미국의 영웅이자 애국자”라는 메시지입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손녀’라 불리며 10년 넘게 한국전쟁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활동을 해온 해나 김 미 보건후생부 공보담당 부차관보는 ‘가슴이 먹먹하다’며 웨버 대령의 별세를 안타까워했습니다.

[녹취: 해나 김] “믿기지가 않았어요. 절대로 잊지 못하는 건 전투에서 먼저 팔이 부상을 입었는데 그래도 계속 싸우셨대요. 다리까지 부상을 당하셔서 할 수 없이 쓰러지셨지만, 팔이 다쳤을 때만 해도 무섭지 않고 아프지 않았냐고, 왜 돌진했냐고 물었더니, 아픈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셨을 때, 자유가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더 하게 됐고.”

김 부차관보는 “한국전쟁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념하는 리멤버727 단체를 이끄는 동안 웨버 대령께서는 중요한 행사를 마다 하고 학생들의 행사에 와 주셨던 분”이라며 웨버 대령은 자신에게 매우 큰 영감을 준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차관보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한국과 미국 등 세계 20여개 나라를 돌며 한국전 참전용사 1천여명을 만난 프로젝트도 추모의 벽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웨버 대령을 만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해나 김] “펀딩이 없어서 추모의 벽이 지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을 때, 그 순간에 아.. 내가 뭘 해야 되는지 알겠다. 웨버 대령님 덕분이었고. 제 인생에서 제일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 대령님께서 참전용사 재단의 대사라고 임명해 주셨던 것. 제일 큰 영광이에요. 대령님께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추모하고 벽을 위해 끝까지 싸우셨던 것처럼 잊히지 않게 저 뿐만 아니라 후대들도 추모의 벽을 보면서 감사해야 한다는 것 잊지 않게, 계속 노력하겠다는 확신이 더 섰어요.”

당시 민간단체 ‘리멤버727’ 대표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 부차관보는 2020년 참전용사로부터 직접 받은 자료와 사진, 영상 자료를 보관 전시하는 ‘온라인 한국전쟁 기념관’을 개설했습니다.

해나 김 부차관보는 자신의 사명은 계속될 것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녹취: 해나 김] “대령님 그리고 할아버지.. 평생 소원이셨던 추모의 벽 개관식에 참석 못하셔서 너무 슬프지만 모든 사람들이 추모의 벽을 보면서 대령님께서 원하셨던 참전용사님들을 잊지 않게 되는 일이 이뤄졌기 때문에 너무 감사드리고, 저도 대령님처럼 끝까지 우리 한국전쟁,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자유를 얻어준 전쟁으로 기억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웨버 대령의 장례식은 오는 22일 미 동부 메릴랜드 ‘레스트헤이븐 장례식장 (Resthaven Funeral Home)’에서 열리며, 올 여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됩니다.

VOA뉴스 장양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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