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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북한 무기 진전 막을 기회 적어져...실용방안 고려해야"


북한이 지난달 24일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지난달 24일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을 막을 기회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핵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두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줄이는 일종의 실용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1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와 에릭 브루어 핵위협방지구상(NTI) 선임국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보십니까?

프랭크 자누지 대표) 그럴 것입니다. 저는 국가 지도자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할 때는 그것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신년 연설을 통해 분명히 한 점이 있습니다. 북한의 길은 핵전력을 현대화하기 위해 핵역량을 계속 완성하고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소형화한다는 것이었죠. 현재로선 제재나 정치적 압박을 가해 북한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믿을 만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시점에서 미국의 실제 문제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계속할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런 실험에 대한 미국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진행자) 브루어 선임국장님은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에릭 브루어 선임국장) 동의합니다. ‘핵실험을 할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 하겠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요. 2020년 1월 이후 김정은은 여러 차례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스스로 부과한 제약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ICBM 시험발사에 가해진 제약을 저버리는 것을 봤습니다. 따라서 결국 핵실험에 대한 제약을 없애고 이를 실행할 것이라고 말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전진하는 것을 막을 기회는 점점 적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계속 진전을 보이는 만큼 이는 불행한 상황 전개입니다.

진행자) 핵실험을 한다면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되는 것 아닌가요?

브루어 선임국장) 저는 ‘북한이 거짓말을 했나 안 했나’의 관점에서 바라보진 않을 것입니다. 당시 북한은 터널 입구와 일부 터널을 파괴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위성 발사장 시설에 대해서도 해체를 위한 조치를 취했었죠. 그러나 의도적으로 복구가 가능한 방식을 택했고, 우리는 그런 조치들이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따라서 많은 연출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짚고 넘어야 할 점은 북한과 합의를 맺을 땐 중간 합의든 비핵화에 대한 장기적 합의든 북한이 취할 단계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취할 구체적인 행동이 비핵화 목표나 어떤 목적에 대해 확실히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국제 조사단이 현장에서 이들 조치를 검증하도록 해야 합니다.

진행자) 자누지 대표님도 그렇게 보십니까?

자누지 대표)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핵심은 북한의 거짓말 여부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보다는 비핵화와 평화적 노력에 북한을 관여시키는 노력의 여러 단계에 대한 것입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더 잘 알려진 영변 핵시설 냉각탑 철거, 풍계리 핵실험장 터널 입구 폭파 등의 조치와 상관없이 그런 경로의 여러 지점에서 비핵화 목표를 향해 약간의 진전을 만들어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진전에 실패하면서 북한이 과거로 돌아가거나 뒤로 물러서고 또는 은밀한 방식으로 핵 역량을 계속 추구하는 모습을 보게 됐죠. 풍계리 핵실험장의 터널 입구 파괴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서 불가역적인 것은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용어에서 가장 끔찍한 피해를 준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추구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것은 없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어떻게 불러들일 수 있을까요? 북한 스스로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도록 만드는 방안은 무엇이 될까요?

브루어 선임국장) 별로 재미없는 답변이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회담에 참여하는 게 북한의 이익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협상 성사 시점은 북한이 국제사회 압박으로부터 어떤 수준의 완화를 얻어냈다고 믿는 때일 것입니다. 아마도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얻는 형식이겠죠. 핵 프로그램 핵심 요소에 대한 타협 없이 말입니다. 비핵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목표입니다.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따라서 군축이나 위험 감소 조치에 초점을 맞추는 임시적 단계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핵무기가 야기하는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조치입니다. 우리가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동안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줄이는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접근 방식에 열려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대화할 의사가 있을까요?

자누지 대표) 적절한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브루어 선임국장님의 지적처럼, 또 지금은 돌아가신 마이크 맨스필드(전 주일 미국대사)에게 배운 건 미국은 북한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북한은 안전 보장을 위한 핵 역량 개발에 관심이 있다는 분명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꽤 명료합니다. 미국과 동맹이 북한의 핵 포기를 원한다면 북한의 안전 보장을 위해 신뢰와 믿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대체 가능한 어떤 무엇인가가 없는 상태죠. 저는 2003년 여름 김계관(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났습니다. 그가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이었던) 저와 공화당 소속 동료에게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당신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막으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머리를 맞대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브루어 선임국장님이 제안은 실용적입니다. 일각에선 패배주의라고 부르겠지만 저는 이것이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외교적으로 그들의 핵 태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진행자) 브루어 선임국장님, 덧붙일 내용이 있나요?

브루어 선임국장) 그것이 패배주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실용적이고 또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순응할 수 있고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또 그것이 반드시 비핵화에서 눈을 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장기적인 목표로 남을 수 있고 또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기다리기보다는 말이죠.

진행자) 북한의 최근 ICBM 시험발사가 화성-17형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등장하는 미국 할리우드식 영상도 공개했고요. 미국에 보내는 신호인가요?

자누지 대표)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과 관련된 행동에는 여러 목적이 있습니다. 역량을 진전시키겠다는 기술적인 목적도 있죠. 역량을 현대화해 여러 곳을 겨냥할 수 있는 재진입 탄두를 이동 발사가 가능한 ICBM에 장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대내적인 정치적 요소도 있습니다. 북한을 지배하는 김 씨 일가의 권위는 핵무기 개발과 연계돼 있고 그것은 남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자존감의 경쟁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독자적으로 우주 발사를 해냈습니다. 북한은 우주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한국과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내부 그리고 한국 등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자누지 대표와 브루어 선임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톡] “북한 ‘핵실험’ 준비 정황…소형 핵탄두 실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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