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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인권 전문가들 “북한 ICBM 등 무기 시험, 주민 생명 개의치 않는 듯…건강권 심각한 침해”


25일 북한 장철구평양상업대학 학생들이 화성-17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25일 북한 장철구평양상업대학 학생들이 화성-17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북한 정권의 대량살상무기(ICBM) 시험은 주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근 발사에 실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로켓 엔진과 액체 연료에는 맹독성·휘발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29일 국방부의 위원회 비공개 브리핑 뒤 기자들에게 북한 정권이 지난 16일 발사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폭발 당시 파편이 평양 또는 인근 상공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낮은 높이에서 이게 폭발해서 떨어진 거죠. 그러니까 평양 주민들이 화들짝 놀랐을 거 아녜요. 민심도 굉장히 불안해졌을 것이고…폭발한 높이가 수 킬로 정도밖에 안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사일 파편비가 쏟아진 것 같다…”

[녹취: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 “(군에서) 평양 상공이다 얘기는 안 했고요, 폭발해서 파편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 얘기는 했어요.]

한국의 SBS 방송은 30일 정보당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해당 파편으로 평양 시내 주요 시설물이 파손됐고 김정일정치군사대학 옆에 큰 웅덩이가 파였고, 대학 건물 지붕도 날아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파편이 맹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핵 정책 선임연구원은 30일 VOA에, 이런 우려를 언급하며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 시 치명적으로 실패하거나 휘발성 미사일 연료를 잘못 취급하면 운영 요원들에게 위험이 있으며 민간인들에게도 잔해 또는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 “There’s a risk to the crew if tests fail catastrophically at launch or if volatile missile fuel is mishandled. For civilians, there’s a risk of debris or accidental collisions. In 2017, a North Korean missile crashed into Tokchon, for instance,”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난 2017년도에도 평안남도 순천(북창)비행장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다가 실패해 덕천에 추락한 전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디플로맷’은 2018년 북한 무기 프로그램에 정통한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당시 순천시 공군부대에서 발사된 화성-12형(IRBM)이 덕천시 청신동의 농공 산업단지에 떨어져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도 30일 VOA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은 운영 요원들과 민간 모두에게 매우 위험하다며 “북한(정권)은 사람이 발사 궤적을 따라 위치해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러 박사] “ North Korea seems not to care the least if humans are situated along the trajectories of their launches. If one fails, all things could happen. Debris could fall on houses or humans.”

미사일 시험 발사 중 하나라도 실수하면 모든 불상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러 박사는 “파편이 집이나 사람에게 떨어질 수 있으며 잔류 추진체(연료)는 충돌 시 폭발하거나 심하게 연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러 박사] “Residual propellants could explode at impact, or violently burn off. NTO and UDMH are toxic and extremely cancerous. People can suffer chemical burns, actual burns, and long term effects.”

북한 장거리 미사일 로켓 엔진 산화제인 사산화이질소(NTO)와 액체 연료인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은 모두 맹독성 물질이자 극도의 발암성 물질로 “(노출된) 사람들은 화학적 화상과 실질적 화상, 장기적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러 박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문명국은 이런 무기 시험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실시한다”며 특히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은 유럽연합의 신화학 물질 등록 제도인 REACH 합의에 따라 금지돼 더는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러 박사] “Every civilized country tests these weapons far away from human settlements. UDMH is prohibited in Europe by the REACH agreements and not produced there anymore.”

전문가들은 국제 기준을 무시한 채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는 북한 지도부의 행태가 새삼스럽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렘코 브뢰커 교수는 30일 VOA에, “인권 단체들은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이런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태에 대해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뢰커 교수] “Human rights groups are completely criticizing the North Korean government for exposing their own citizens to these kinds of risk,”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번 미사일 발사 실패에 따른 맹독성 물질 오염 우려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지역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 관해서도 지속적인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북한 지도부는 문제가 없다며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의 민간단체인 샌드연구소가 지난 2016년 풍계리 인근 출신 탈북민 5명에 대해 피폭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이상 염색체(3개~8개)가 발견됐으며 이후 통일부가 40명을 대상으로 추가 실시한 검사에서는 이상 염색체가 7개 이상인 발견자만 9명(2019년 발표)에 달했습니다.

지난 4일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지난 4일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샌드연구소는 특히 21명에 달하는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을 면담한 결과 나무를 심으면 80%가 죽고, 우물이 말랐으며 기형아 출생도 생겨 길주군 일대가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증언했지만, 한국 통일부는 핵실험 때문인지 단정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여러 핵 전문가들은 영변 원자로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핵 시설 가운데 하나로 매우 낡았으며, 폐쇄와 재가동 반복에 따른 화재 위험성, 핵 재처리 시설의 얇은 벽 등으로 주변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앞서 핵시설 건설에 참여했던 북한군 간부와 핵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의 아내 등 탈북민들은 KBS 등 한국 매체에 방사능 오염으로 탈모와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질병에 시달리고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에 어떤 방사능 누출도 없으며 주변 지역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스위스의 반핵 단체인 ‘바젤 평화 사무소’(Basel Peace Office) 등 5개 국제단체들은 지난해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규탄 관련 질의 목록에서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 실험, 보유, 배치, 사용 위협을 하면서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사용을 위협하는 것은 재앙적 규모로 인간 생명을 파괴하기에 생명권과 양립할 수 없고, 국제법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간부를 지낸 뒤 미국에서 활동하는 리정호 씨는 30일 VOA에, “김정은은 인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의 생명이나 민심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등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이런 미사일 사고가 발생하면 국민과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강력히 비판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주권이 없는 노예이기 때문에 입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리정호 씨] “자기가 아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사람의 희생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령을 위해서는 목숨도 초계와 같이 바치라고 합니다. 수령이 하는 일에는 다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라는 얘기입니다. 여기 한국이나 미국은 국민, 국민 하지만 (북한은) 표현의 자유가 있나?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기를 하나? 북한 지도자나 북한 정치는 주민의 생명권을 귀중히 여기지 않고 그 나라는 인권이 말살된 나라이니까 이럴 수밖에 없어요. 이런 문제를 국제사회가 알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서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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