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아프리카 국가 베냉에 건립한 대형 동상이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해외 동상 건설 사업의 결과물을 베냉 정부가 공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위장회사가 베냉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건립 중인 약 30m의 동상이 여전히 가림막에 가려진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VOA가 구글어스와 ‘플래닛 랩스’ 등 민간위성 사진을 통해 문제의 동상이 건립된 지점을 살펴본 결과 2020년 9월 이 동상을 두르는 형식으로 설치된 철제 구조물이 해체되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남아있었습니다.
이 철제 구조물은 천장이 뚫려 있는 형태를 하고 있어 위성사진에선 동상의 머리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VOA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중국의 위장 회사를 내세워 문제의 동상 건립에 나선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한글로 된 이 동상의 건축도면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북한의 위장 회사가 ‘청룡국제개발회사’이며, ‘베닌공화국 생활환경 및 지속개발성’로부터 수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해 공개했었습니다.
해당 동상은 베냉의 전신인 다호메이 왕조의 여군부대 ‘다호메이 아마존’의 주인공을 형상화했습니다.
도면에 따르면 이 동상은 여군이 한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왼손에 창을 들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2020년 당시 동상의 공정이 약 90%까지 진행됐으며 그해 8월 제막을 목표로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상은 제막 예정일을 약 1년 7개월 넘긴 현재까지 여전히 가림막에 가려진 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베냉 정부가 왜 동상 공개를 오랫동안 보류하고, 사실상 방치 상태로 놔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VOA는 베냉 정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해외 동상 건설 사업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입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6년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이 동상을 수출하는 행위를 금지했고, 이듬해 추가 채택한 결의 2371호에서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MOP)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안보리 결의는 또 북한 정권과 어떤 종류의 사업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베냉이 북한 국영기업인 만수대창작사와 계약을 했다면 이 역시 제재 위반입니다.
아울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모두 송환하도록 했는데 이후에도 북한 직원들이 동상 건립을 위한 관리와 감독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도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전문가패널은 2020년 발행한 중간보고서에서 만수대창작사가 연관된 동상 건설 프로젝트가 베냉에서 진행 중일 수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관련 내용을 베냉 정부에 문의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에릭 펜튼-보크 전문가패널 조정관은 당시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같은 (동상 건립) 프로젝트는 유엔 회원국들이 완전하게 이행할 책임이 있는 여러 유엔 결의에 전적으로 위배된다”고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