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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도적 지원 정치화…지원 재개 시 북한 당국에 투명성 강화 요구해야”


지난 2014년 12월 북한 남포항에서 곡물을 하역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북한의 인도적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엔과 인도주의 구호단체들은 상황이 허락하면 조속히 지원 활동을 전면 재개할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경우 유엔과 구호 단체들이 북한 당국에 지원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인도지원 재개와 관련해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정치화하려 한다고 지적하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 인도주의적 지원의 정치화”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22일 VOA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자원을 분배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biggest challenge overall that international aid agencies have had in working in North Korea is that it has been impossible for agencies to independently verify that they are delivering assistance to the individuals with greatest need in North Korea.”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에서 실제로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전달되는지 독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체제는 매우 분명한 구조적 불평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조직을 운영하는 당국자들의 도움을 얻어서 지원품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연례 보고서도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정치화한다는 두 회원국의 보고를 담고 있습니다.

이 회원국들은 “노동당이 우선으로 여기는 지역에 대해서만, 그리고 사상적으로 체제에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들의 인도적 지원만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더해 “인도적 지원은 북한 지도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용돼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뤼셀자유대학교 유럽연구소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학 석좌교수도 2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정치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nd NGOs operating on the ground pre-pandemic have consistently reported that aid reaches its intended recipients. We are talking about professional organizations who have been working across dozens of countries in the world for decades. Reports from European embassies in Pyongyang corroborate this. Having said that, these same organizations and embassies report tha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seeks to politicize who receives aid, and needs to be convinced about the need of monitoring that aid reaches its intended recipients.”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현장에서 활동하는 국제 기구들과 비정부기구들은 지원이 자신들이 의도한 수혜자들에게 전달된다고 일관되게 보고했다”며 “평양 주재 유럽 대사관들의 보고도 이러한 내용을 확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긴 해도 동일한 기구들과 대사관들은 북한 정부가 누가 지원을 받는지 정치화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원조국들은 이러한 시도가 그들의 지원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쾌할 것이 분명하다”며 “ 특히 군으로 지원을 전용하려는 당국의 시도는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 출신으로 2002년에서 2005년 북한군에 복무 했었던 미국 ‘원코리아네트워크’의 이현승 워싱턴 지국장은 22일 VOA에 실재로 군 시절 한국이 지원한 쌀을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현승 지국장] “대한민국에서 지원한 식량, 쌀, 이렇게 해서 노란 색 포대에다가 그것을 부대에서 매일 날랐거든요. 계속 들어오니까 군인들 식량으로. 초반에는 쌀 포대가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그걸 다 벗겨서 북한 쌀 포대로 옮겼는데, 쌀 포대의 질이 다른 겁니다. 한국에서 보내준 쌀 포대는 질이 좋아서 찢기지도 않고 하니까, 북한은 계속 찢겨서 식량이 새고 그러니까 나중에는 그냥 그대로 썼습니다. 너무 많이 들어오니까.”

2001년에서 2002년 북한에서 근무한 제임스 호어 전 북한 주재 영국 대리대사는 23일 VOA에 북한 당국의 외부 지원 전용은 계속 이어져 온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North Korea has, apart from the initial reaction to the famine back in 1990, they didn’t want people on the ground they really wanted the aid agencies and the NGOs to give them the cash, to give them the food and let them decide where they were going to put it. This was always a big battle over access and monitoring of aid delivery. I think they did get out into the countryside and to the poorer parts of the country but I think probably a lot did go into the bits that the government and the party wanted, and that’s been the case all along.”

호어 전 대리대사는 “북한은 1990년대 대기근 직후를 제외하고는 구호 요원들이 현장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고, 지원 기구들과 비정부기구들이 그저 현찰과 식량을 건내주고 북한 당국이 스스로 분배하길 원했다”라며 “접근과 분배감시는 언제나 큰 싸움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원품이) 북한의 시골 지역과 가난한 지역으로 전달됐지만, 동시에 북한 정부와 당이 원하는 곳으로도 많이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원품이 전용되더라도 결국은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The head of the WFP told me once, look, if some of the aid gets filtered off into the markets or into places that we would not necessarily choose, that doesn’t necessarily matter so much if it means it frees up grains and so other food stuffs that can go to ordinary people.”

호어 전 대리대사는 자신이 북한에 있을 당시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이 북한에서 대규모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면서, 당시 WFP 평양사무소장이 자신에게 “일부 지원 식량이 WFP가 선택하지 않은 장소나 시장으로 빠지더라도, 그 양 만큼 일반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곡물과 식량이 확보되는 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도 “(국제) 지원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과 식수 확보, 예방 가능한 질병에 대한 예방 접종, 수확량 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 “Aid has been crucial for the North Korean people to feed themselves, improve their access to drinking water, receive immunization against preventable diseases, or increase their crops… Aid has thus been crucial for ordinary North Koreans to have healthier lives, which the North Korean government and the country’s poverty are impediments to.”

“북한 당국과 가난이 장애를 조성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외부)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지난 2007년 한국 군산항에서 북한에 보낼 쌀을 베트남 선박에 선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국 군산항에서 북한에 보낼 쌀을 베트남 선박에 선적하고 있다.

“투명성 강화 등 지원 조건 재협상해야”

전문가들은 구호단체들이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때 북한 당국과 강력한 조건으로 재협상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북한 내부의 인도주의적 필요는 높아진데 비해 지원하겠다는 단체가 많이 없다는 점에서 협상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구호 단체들이 지원 활동을 전개하는데 있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은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협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As part of the assessment of what North Korea needs, we may find that the scale of assistance that is required has now expanded. And it’s only right that the scale of monitoring mechanisms expands in recognition of the potentially broader scale of need.”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내부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평가하면 필요한 지원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필요가 잠재적으로 더 확대됐기 때문에 분배 감시 기제도 확대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엔 기구들이 (북한에) 재입국 하려는 이 시점에 지원의 보편성의 원칙을 지키면서, 실제적으로는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구호 요원들이 상황 평가에서부터 지원품 전달까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 “These organizations need to be able to conduct needs assessments to determine where the aid must go to make the best impact. They need to be able to accompany the aid through the entire delivery process to make sure all aid goes to the right location and the right people. UN organizations and NGOs know how to do this. They just need to be allowed to execute aid operations 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best practices.”

맥스웰 연구원은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구호단체들이 ‘필요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예정된 수혜자와 장소에 전달되는 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과정에 구호요원들이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유엔 기구들과 비정부기구들은 이러한 활동을 어떻게 펼칠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며, 단지 북한에서는 국제 관행에 맞게 지원 활동을 펼치기 위해 당국의 허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 당국이 협조적이지 않아 정보가 부족하고 구호 단체들이 계속해서 북한 정부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며 “단체들은 활동을 잘 하고 있는데 북한 정부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 “The government is generally not very cooperative so information is scarce and aid donors continually have to tip-toe around the government… The organizations do a good job, they’re not the problem. The problem is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VOA에 장기적으로는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해 오래 생존할 수 없다며, 외부 세계와 무역을 확대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농업을 복구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뱁슨 고문] “The amount of resources the world community has to deal with the latest crises right now is going to go right now to the Ukranian refugees they need it. They have no other option but humanitarian aid. But North Korea does have an option and the option is trade, and reopening the border and getting the economy working better.”

뱁슨 전 고문은 “지금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데 그들은 다른 선택권이 없다”며 “하지만 북한은 선택권이 있고, 그것은 바로 무역과 국경 개방, 경제 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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