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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작전 도운 러니 전 제독 별세


지난해 12월 94세 생일을 맞은 로버트 러니 전 제독(가운데)과 부인 조엔 러니(오른쪽), 아들 알렉스 러니 씨. 사진 제공 = 알렉스 러니.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1951년 흥남 철수작전을 성공시킨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해 수많은 피난민을 도왔던 로버트 러니 전 미 해군 제독이 향년 94세로 타계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러니 전 제독의 생애와 유가족의 심경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 풍경]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작전 도운 러니 전 제독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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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동부 뉴욕주 브롱스빌에 소재한 세인트 조셉 교회에서 지난 15일 제임스 로버트 러니 전 미 해군 제독의 장례미사가 열렸습니다.

[영상 녹취]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연주와 성가대의 노래가 고딕 양식의 오래된 가톨릭 교회에 울려 퍼졌고, 참석자들은 고인의 삶을 기렸습니다.
[영상 녹취]

러니 전 제독은 노환으로 지난 3년여 간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 10일 생을 마감했습니다.

한국전쟁 중 중공군의 포탄이 멈추지 않았던 1950년 12월23일, 미 상선 메리디스 빅토리호는 흥남부두에 마지막 남은 피난민 1만4천 명을 13시간에 걸쳐 배에 실었습니다.

러니 전 제독은 당시 메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로 피란민 구출에 참여했습니다.

1만 4천 명의 피난민 구출은 단일 선박으로 최다 인원을 구출한 세계 전쟁사에서도 찾기 힘든 기적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됐습니다.

메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이후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에게서 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러니 전 제독의 생전 증언에 따르면 당시 메리디스 빅토리호의 임무는 탱크와 무기 등 미 군수품을 운반하는 것이었고, 선박은 승무원을 제외하면 12명만 더 태울 수 있도록 제작돼 피난민을 태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레너드 라두 선장은 당시 배를 개조해 피난민을 태운 채 거제도로 출항을 결정했고, 사흘 간 항해해 부산을 지나 12월26일 거제도에 안착했습니다.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고 먹을 것이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5명의 아기까지 태어났는데, 러니 전 제독은 생전에 이 일을 신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진정한 영웅은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난 북한의 용기 있는 피난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구출된 기적 같은 사건은 당시 20대 미국인 일등 항해사 러니 전 제독의 삶에 깊은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이후 성 베네딕토 수도사가 되었고 지난 2001년 숨을 거뒀습니다.
러니 전 제독은 1927년 12월 뉴욕주 브롱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사촌이 모두 1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복무했고, 러니 제독도 17세에 해군에 입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상륙정을 타고 미 해군에 복무했던 러니 전 제독은 귀국 후 알프레드대학에 입학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법과대학원을 가려 했던 20대 미국인 청년은 그러나 1950년 9월 참모장교로 상선 SS 매러디스 빅토리호, 기적의 배에 올랐습니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러니 전 제독의 유가족으로는 올해 84세의 부인 조엔 러니 여사와 40대 아들 알렉스 러니 씨가 있습니다.

15일 장례미사를 마친 알렉스 씨는 아버지를 잃은 심경을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러니] “It's Hard to believe he's gone. He was a great man. And even though he was ninety four, it's hard to say goodbye..”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94세를 살다 가셨지만 작별인사를 하는 것은 힘든 일이며 아버지가 그리울 것이라는 알렉스 씨.

알렉스 씨는 아버지가 한 모든 일을 존경했다며 조국에 대한 봉사, 한국에 미친 영향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이자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삶은 훌륭했다는 알렉스 씨는 아버지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당시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가을 뉴욕주 북쪽의 작은 도시 노스채덤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갔을 때, 아버지는 한국전에 함께 참전했던 동료를 우연히 만났고 항해와 구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겁니다.

두 사람은 당시의 순간이 마지막이 될 것을 알았다며 자신에게도 매우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알렉스 씨는 떠올렸습니다.

특별히 생전의 아버지는 레너드 라루 선장의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며,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를 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당시 라루 선장은 중공군의 포탄이 빗발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한 이유는 신앙에서 나왔다는 것을 아버지께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라루 선장이 말했던 성경구절을 아버지는 평생 가슴에 새겼다고 알렉스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러니] “he would quote from John in the Bible. “Greater love hath no man than this, that a man lay down his life for his friend.” So I would want people to remember that..”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라는 구절은 전쟁이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었다며, 사람들이 이 또한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배운 대로 인생을 살다 가셨다고 말합니다.

알렉스 씨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에서 전사한 한 병사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며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러니 전 제독은 진주만에서 ’USS유타호’에 탑승한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피터 토마크 병사의 희생을 발견했고 그의 이름은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크로아티아인이었던 그의 가족을 미 해군이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러니 전 제독은 그의 가족을 찾기 위해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떠나 생존한 친척을 찾아 다녔습니다.

알렉스 씨는 마침내 아버지가 토마크 병사의 친척을 찾았지만 미 해군은 아버지의 연구 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10년 노력 끝에 미 해군은 항공모함을 타고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 가서 피터 토미크 친척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알렉스 씨는 잊힌 영웅을 위해 헌신했던 아버지를 미국사회가 기억해주기를 소망했습니다.
알렉스 씨는 장례미사에 한인들이 찾아온 것이 매우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러니] ”I was so impressed ..And even more so that there were other Koreans that came that didn't even know my father that had never met him, but they wanted to pay their respects to him because they knew of this story and how important it was..”

지인도 있었지만 아버지를 만난 적 없는 한인들도 찾아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줬고, 아버지의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지난 16일 러니 전 제독의 부음을 전하며 그의 삶을 소개한 영상과 단체의 한국전쟁 기념행사에 초대된 러니 전 제독의 모습을 공유했습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톰 바이른 대표는 VOA에 “러니 전 제독은 진정한 영웅으로 역경과 임박한 위험에 직면했어도 불굴의 의미와 연민을 보여줬습니다. 젊은 장교로서 승선했고 그의 이타적인 행동은 1만4천여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사회와 전세계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그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사용할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가보훈처는 17일 보훈처 웹페이지에서 ‘국가보훈처장, 흥남 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제독의 별세에 애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훈처는 “러니 제독 유가족에게 황기철 보훈처장 명의의 조전을 보냈다”며 “한국의 자유와 평화에 헌신한 흥남 철수작전의 영웅, 러니 제독님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이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보훈처는 유엔 참전용사 사망 시 예우를 위해 근정되는 ‘추모패’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러니 전 제독은 생전에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부모가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환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러니 전 제독은 뉴욕주 인근 ‘천국의 문 묘지’에 안장됐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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