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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차기 북한인권보고관 공모…전문가들 “북한 정권 책임 추궁 의지 갖춰야”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 인권이사회가 차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발탁하기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후임자 찾기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국제 인권전문가들은 VOA에, 북한 체제를 잘 이해하고 인권 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사법 체계를 잘 아는 전문가가 임무를 맡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차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발탁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다음 달 6일까지 지원서를 받은 뒤 오는 6월 13일 개막하는 제50차 정기이사회에서 후임자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지원 요령과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2004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 결의로 설치된 뒤 유엔 인권이사회가 해마다 결의를 통해 임기를 갱신하고 있으며 최대 임기는 6년입니다.

그동안 태국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인 비팃 문타폰 출라롱콘 법대 교수,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인도네시아 검찰총장에 이어 아르헨티나 인권 변호사 출신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보고관이 3대 특별보고관으로 활동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VOA에, 퀸타나 보고관이 오는 2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마지막 보고를 한 뒤 오는 여름에 6년의 공식 임기를 마치며 후임자가 8월부터 새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 (Special Procedures) 제도의 일환으로 특정 국가의 인권 상황 또는 특정 주제에 관해 사실관계를 감시·조사하며 정부나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인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유엔 최고대표사무소는(OHCHR)는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무는 북한 내 인권 상황과 북한 정부가 국제 인권법 의무를 준수하는지 조사하며, 이를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서 특별보고관의 기본 임무에 더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노력 보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11일 VOA에, 북한 정부가 특별보고관을 인정하지 않고 방북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보고관들이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평가하면서 차기 보고관은 인권 개선과 책임추궁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퀸타나 보고관이 추구한 책임추궁과 관여 사이에 종종 불균형이 있었다며, 후임자는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 인권 범죄를 조사하는 작업을 지원해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거나 재판에 세우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거의 없었던 만큼 새 보고관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연구하고 개선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e successor, I would hope would study and build on the COI report. It's 400 pages. It's the most well evidence documents there is and the implementation of its recommendations need to be paid attention to. The person should not try to reinvent the wheel to start all over again,”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전략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유네스코와 협력해 유엔 보고서와 결의들, 북한이 비준한 국제 인권협약들을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훈련 방안도 모색해야 하며, 정치범 등 북한 내 취약 계층에게 접근할 전략을 개발하고 국제적십자사가 이들을 접촉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도 차기 특별보고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식, 정보와 함께 북한 주민들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The most important role is knowledge and information and ensuring that the people of North Korea are aware of what is happening in their country. And that means going back to the repor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because I don't think there has been any real change since it was delivered in 2014.”

2014년 이후 북한 인권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로 돌아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인권 침해에 대한 지식을 북한 주민들이 알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우리가 단지 종교나 도덕적 원칙을 말하는 게 아니라 국제법을 말하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법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주민들이 이를 깨닫도록 해야 인권 개선에 진전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새 보고관이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유엔이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관련해 얼마나 선정을 잘하는지 감탄한다면서, 이 사안이 매우 심각한 문제란 인식과 함께 민감한 문제란 인식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m struck with how good the selections have been with regard to North Korea. I think there's a recognition that it's a very serious problem, but also there's a sensitive problem,”

킹 전 특사는 “북한 정권이 무슨 문제이든 다 미국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차기 특별보고관은 미국인이 아닌 다른 국적 전문가가 하는 것이 훨씬 활동하기 수월할 것”이라며, 그러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활동을 재개한 미국 정부가 후임자 선정에도 적극 관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 담당 선임분석관은 최근 아시아의 가톨릭계 매체인 ‘UCA News’ 기고를 통해 1~3대 북한인권특별보고관들이 나름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누구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저스 선임분석관] “But none, despite their best efforts — and I deeply respect all three — has achieved any breakthroughs. Let’s hope the UN will appoint someone with the skills to hold the regime to account, persuade the regime to change and mobilize the world to act. That’s a tall order, but it is what is required.”

로저스 분석관은 그러면서 유엔이 북한 정권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정권의 태도가 변화하도록 설득해 세계가 움직이도록 동원할 역량을 가진 사람을 차기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5개국 출신 인권운동가와 연구자들이 설립한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북한 체제의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경험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북한과 비슷한 공산주의 체제에 있던 나라들, 그런 곳에서 활동했던 전문가가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할 수 있는 정치범수용소, 강제 노동문제를 조사한 경험이 있는 인권 전문가가 후임으로 임명되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적절한 문제 제기, 해결책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특히 “북한 정권의 중대한 인권 범죄에 대해 민·형사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법절차에 대해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좋을 것”이라며, 열정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이 한반도 반대편의 아르헨티나에 살아 거리와 시차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관계 당사자들과 대화가 너무 없었던 것을 보면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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