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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북중러 3각 연대 모색…협력 가능성은 불확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했다.

거듭된 미사일 발사로 전 세계적 규탄에 직면한 북한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며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북한의 지지에 화답하고 있지만 세 나라의 협력이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한 목소리로 규탄하며 연대하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은 직간접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며 공고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를 두둔하는 북한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미국이라고 주장한 북한은 2일 유엔이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후 ‘대미 공동전선에서 북-중 협력’을 강조했던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까지 ‘연대 전선 확장’을 모색하는 상황입니다.

전직 미 관리 등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결국 대북제재 등과 관련해 ‘우군’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4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기존 제재 이행은 물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제재 추진에도 제동을 걸며 북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t's all about sanctions. North Korea depends upon China and Russia to not enforce the existing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and to oppose any US effort to pass additional sanctions through the UN Security Council. So from North Korea standpoint, they want to support and maintain good relations with Russia and China…”

세리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을 지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이들 국가로부터 제재 문제와 관련해 계속 도움을 받길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도 북한에겐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When North Korea does something really egregious and they need to have support. They can always go to Russia as long as Putin is in power. And say, remember, we were one of the few nations that supported you in your time of trouble and now we expect you to support us.”

북한은 도움이 필요할 때 러시아 측에 “우리는 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당신을 지지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으며 이제 당신이 우리를 지지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서 대응 조치를 저지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고, 러시아가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인식을 공유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대행은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해 적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가 미국을 안보 위협과 패권국이라고 묘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 DPRK is viewing the U.S. as having a hostile policy, similar to how Russia describes U.S. security threats and hegemony, so substantively agrees with Russia’s complaint narrative. ”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북한이 현재 고립 상태에서 중국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가운데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강대국 러시아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원할 것이며, 그 관계를 손상해서 얻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실제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또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미국의 추가 제재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국면에서 각국의 셈법이 다른 만큼 북-중-러 ‘3각 공조’가 강화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셈법이 북한과는 다르다는 점을 점을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중국에겐 이번 사태가 타이완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자신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Chinese are uncomfortable. Because the invasion will complicate any future Chinese options to use military force against Taiwan…There could very well be a test case coming up. If Kim Jong un decides to escalate his testing campaign”

중국은 타이완을 공격할 경우 미국 등이 타이완 방어를 위해 더 많은 무기를 이전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을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목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타이완 옵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면서 ‘북-중-러 연대’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여부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동참 등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2일 유엔총회 러시아 철군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데 이어 4일 유엔 인권이사회의 우크라이나 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결의안에도 기권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을 최대한 완화하고 충돌의 격화 내지 통제 불능 상황을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중국은 이번 사태가 자신들의 경제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think it disrupts energy markets for them. Certainly the cost of their energy is going to increase. it disrupts markets for them. And after all, if Europe has to tighten its belt because of inflation.”

이번 사태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비롯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유럽지역 국가들이 긴축 운영을 할 경우 중국 제조업 등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긍정적인 교역 환경을 조성하는 국제적 안정을 원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런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러시아는 경제, 금융, 상업, 문화적으로 고립돼 가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종료되면 중국, 북한과 밀착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현재 중-러보다 북-러의 이해관계가 더욱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과 러시아가 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면서, 다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되면 국제적인 밀수망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활용해 러시아의 제재 회피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현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국제사회에 맞서 협력하는 모습은 없다면서, 이번 사태 이후에는 협력이 가능할지 몰라도 지금은 각각의 셈법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don't really see any collaboration between Moscow, Pyeongyang and Beijing on pulling together agains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may happen after this war…”

고스 국장은 일종의 협력이 있다면 러시아는 강력한 제재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중국은 북한에 대해 상황을 악화하지 말고 조용히 있도록 압박하고, 러시아 측에는 긴장 고조를 완화하도록 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도 현 국면에서 북-중-러 3국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연대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유럽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는 등 각자의 셈법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 “I do not think amidst the current crisis that these three countries will join together to confront the U.S... I don’t exclude that North Korea on its own could pursue a provocation.”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특히 북한의 독자적인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북한의 셈법에는 러시아와 중국보다 한국 선거와 미국의 움직임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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