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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피격 공무원,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 “한국 차기 대통령, 국민 보호 의무 다해야”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 씨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종된 동생이 월북하려 했던 것으로 본다는 한국 해양경찰의 발언을 반박하고 있다.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 씨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종된 동생이 월북하려 했던 것으로 본다는 한국 해양경찰의 발언을 반박하고 있다.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 가족과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자 가족이 공동 성명을 통해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앞으로 연대해 함께 활동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와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 사건 피해자가족회의 황인철 대표는 2일 “차기 한국 대통령은 다시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을 보호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은 오는 9일 실시되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를 증진하는 의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납북된 11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다시 자유대한민국으로 돌아오고, 다시는 국민이 북한에 의해 불태워지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북한의 만행이 하늘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있다”면서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계 최악의 인권 상황으로 오명을 떨치는 곳이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한반도 평화만 외쳤을 뿐 납북된 국민에 대해 침묵했고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죽게 만드는 무능함을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KAL기 납치 사건과 관련해서는 “50년 넘게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아들 황인철이 아버지 황원과 상봉하도록 하는 게 평화통일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라며 “북한은 미송환자 11명을 즉시 송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에게 진정으로 미안하면 북한 관계자가 판문점에서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래진 씨(왼쪽부터)와 김기윤 변호사, 황인철 씨.
이래진 씨(왼쪽부터)와 김기윤 변호사, 황인철 씨.

이래진 씨와 황인철 대표는 지난달 방한한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면담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이 씨는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피해자 가족으로서 북한의 만행에 따른 아픔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힘을 보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자신의
법륜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만남을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그 분의 얘기, 기사는 참 많이 듣고 봐 왔거든요. 공통점이 북한에 의해 피해를 본 사건들이지 않습니까? 같이 목소리를 내면 시너지가 있겠다 싶어서 공동으로 성명을 냈고요. 한 사람 한 사람 목소리보다 여러 사람이 뭉쳐서 일을 하면 좀 더 효과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씨는 앞으로 황인철 대표와 연대해 함께 활동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황인철 대표가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황인철 대표가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

황 대표는 자신의 아버지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다른 KAL기 납치 피해자들의 송환을 위해 활동한 긴 시간은 외로움 자체였다고 말했습니다.

소수자로서 북한과 관련한 인권 문제로 한국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69년도에 비행기를 타고 가시던 저희 아버지가 납치되셨고, 그 때 이후로 아버지가 아직도 집에 돌아오시지 못하고 계시거든요. 저는 저희 아버지의 석방을 위해 20년 이란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요. 아무리 소리를 내어도 한국 정부는 전혀 (북한에) 납북자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절망감과 고통, 이런 아픔 속에 사연은 달라도 같이 목소리를 내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에 공동으로 성명서를 냈고요.”

황 대표는 한국의 차기 행정부가 관련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원칙과 인권, 헌법적 가치의 분명한 기준을 갖고 문제를 직시하도록 이래진 씨와 함께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AL기 납북 사건은 1969년 12월 11일 강릉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북한 공작원이 북한으로 납치한 사건으로, 탑승자 50명 가운데 39명은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황 대표의 아버지 황원 씨 등 11명은 53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서해 소연평도 해역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다 실종돼 표류하던 해양수산수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입니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다양한 첩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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