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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라이트 탈북민 장학생 2명 추가 선발…“미국 학위 취득 탈북민 증가, 북한 청년 대미 인식 바꿀 것”


미국의 국제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미국의 국제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한국 내 탈북 청년 2명이 추가로 미국의 세계적인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곧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지난 10년간 이런 장학 혜택을 통해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는 탈북 청년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북한 청년들의 대미 인식과 미래 설계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국제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미한 교류 사업을 담당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은 23일 VOA에, 탈북 청년 2명이 올해 대학원 장학생으로 추가 선발돼 이달과 다음 달에 각각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명 모두 석사 과정으로 먼저 단기 어학 과정을 이수한 뒤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예정입니다.

이 관계자는 개인 신상보호 차원에서 이름과 학교를 밝힐 수 없다면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풀브라이트 대학원 장학 프로그램은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4월부터 내년 장학생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탈북민은 올해 2명이 추가되면서 모두 15명으로 늘었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에 따르면 탈북민 장학생은 지난 2018년 5명, 2019년 4명, 2020년 1명, 2021년 3명이 선발됐습니다.

이 가운데 박사 과정 4명 중 김성렬 씨는 최근 시라큐스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최 모 씨는 미국 서부의 한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벤처 사업가로 활동하는 등 여러 명이 석사 학위를 받고 전문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매년 수만 달러에 달하는 학비와 생활비, 보험 등을 지원받습니다.

이렇게 미국에서 정부의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어학연수를 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탈북민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23일 VOA에, 미국과 한국 정상이 지난 2008년 합의한 뒤 출범한 한미대학생연수(WEST)를 통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3명씩 총 9명이 미국에서 어학연수와 인턴 과정을 밟고 현지 여행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프로그램을 잠시 중단하기 전까지 10여 년 동안 탈북민 48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비 유학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공부한 탈북민도 소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미국 국무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교환학생 프로그램(Global Undergraduate Exchange Program (Global UGRAD))을 통해 지금까지 탈북민 수십 명이 미국 대학에서 단기 연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대학에서 최대 3개월간 집중 영어 공부를 하며 학기당 최소 10시간 봉사 활동, 미국의 역사와 문학, 예술 관련 수업을 듣는 비학위 과정으로 미국 정부가 학비와 항공비, 체재비, 의료보험 등 모든 경비를 제공합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미국공공외교자문위원회(ACPD)’는 앞서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공공외교 차원에서 이런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며, 주한 미국대사관 주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기구는 특히 이번 주 발표한 새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공공외교 목적으로 이런 교류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지난 2020년에 4백 46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무부가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한 연구와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와 학대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공공외교자문위원회(ACPD) 보고서] “EAP also collaborates with the Bureau of Democracy, Human Rights, and Labor to highlight the DPRK’s egregious human rights record. Targeted research and digital programs highlight North Korea’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through the voices of those who have fled the country.”

이런 정부 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여러 개인과 기업의 후원 또는 본인의 노력으로 미국 대학에서 직접 장학금을 받거나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하는 탈북민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남부 텍사스 A&M 대학원에서 핵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셉 한 론스타 대학교수, 2019년에는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이 워싱턴 DC에 있는 웨슬리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또 홍 모 씨가 지난 2011년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인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미국의 유명 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10대 나이에 한국에 입국한 김 모 씨는 몇 년 전 펜실베이니아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에서 벤처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2001년 탈북한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오세혁 씨 등 탈북민 10여 명이 2011년 이후 영국 정부가 제공하는 쉐브닝 장학금을 통해 영국의 여러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 1호 박사인 조셉 한 론스타대 교수는 23일 VOA에, 대학원에서 여러 TA, RA 등을 하며 생활비도 손수 벌어야 했던 자신과 달리 “풀브라이트 등 여러 든든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 학생들의 유학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 교수] “북한이 기독교적으로 보면 아직 미전도 종족인 것처럼 민주주의에서도 거의 미개척지나 같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죠. 탈북자가 사실 미국으로 유학을 오려면 장벽이 너무 높아요. 특히 영어! 쉽지 않거든요. 이에 대해서 미국이 어학연수도 제공하고 기회를 제공하니까 좋은 거죠. 그들이 배워야 나중에 북한이 열리고 기회가 생기면 각 분야를 맡아서 북한의 시스템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배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한국 사회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1차로 체험했다면 민주주의의 본산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더욱 폭넓은 지식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동부의 한 대학원에서 갈등분석해결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성주 씨는 미국 대학에서 탈북민들의 학위 취득이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주 씨] “첫째는 북한에 살 때 미국이란 나라가 철천지 원수잖아요. 그런 나라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미국에 와서 공부하며 자기 꿈을 펼친다는 것은 북한에서 배운 것이 얼마나 거짓이었는지 (북한 주민들에게) 증명하는 것이죠. 둘째는 이렇게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돌아가는 친구들이, 이런 케이스가 늘어날수록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젊은 탈북 친구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요.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이성주 씨는 또 “자신의 꿈을 위해 큰 나라에서 공부한 뒤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다는 측면”과 “북한을 잘 아는 탈북민들이 이런 고민을 하며 쓰는 논문이 학술 연구뿐 아니라 실질적인 대북 정책 구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특히 탈북 청년들의 성공적인 삶과 성취가 북한 내 청년들에게도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런 폐쇄 국가에서 노예처럼 살아야 할지 아니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다른 세상을 꿈꿔야 하는지 고민을 던져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주 씨] “탈북민들이 미국에 와서 공부하는 성공적 사례들을 보면서 아 우리가 잘못 배우고 있구나! 이렇게 계속 느낄 거예요. 그럼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최대한 많은 정보에 이 친구들이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치우친 정보가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접해서 자기만의 식견을 쌓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떤 체제가 낫고 내가 사는 체제는 정당한 체제인지. 북한을 당장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북한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생각의 틀을 만드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 씨와 한 교수는 북한이 지금의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훨씬 많은 젊은이가 세상을 경험하도록 북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탈북 청년들에게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라톤을 하듯 미래를 위해 조금씩 나아가면 반드시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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