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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5년…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법’ 등 미 의회 강력 대북조치 계기


지난 2017년 2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화학무기로 암살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이 사건은 미 의회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강도 높은 대북 조치를 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5년 전인 2017년 2월 13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에 의해 고통을 호소하다 30분 만에 살해됐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 정권을 지목했지만 북한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5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은 법적으로는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정남의 얼굴에 직접 맹독성 신경작용제를 발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은 모두 2019년 석방됐고,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도 체포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초기 리정철 외에도 4명의 북한 국적자를 용의자로 지목해 북한 당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고, 현재 수사에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이 지난 2018년 4월 말레이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이 지난 2018년 4월 말레이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했다.

결국 김정남 암살 사건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채 일단락된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2018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이 사건은 미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남겼습니다.

특히 미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하는 법이 제정되는 등 의회의 강도 높은 대북 조치를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테드 포 당시 하원의원은 김정남 암살 약 한 달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안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하는 당시 가장 최근의 근거로 “한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에 따르면 유엔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 따라 사용이 금지된 신경작용제인 화학무기 ‘VX’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에 북한 정찰총국과 외무성 관리들이 연루됐다”고 밝혔습니다.

법안은 발의 약 4개월 만에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국 대응법’에 포함돼 통과됐고, 약 7개월 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전격 재지정했습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서 무기 관련 수출과 판매는 물론 이중용도 품목 통제와 경제 지원을 금지당하고, 금융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크루즈 의원은 당시 성명을 통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중대한 이정표”라며, “미국은 더 이상 북한 정부의 본성과 야망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 영상.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가운데)이 두 여성으로부터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직후 공항 보안 관계자와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정남은 이후 공항 진료소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했지만 진료소에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2월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 영상.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가운데)이 두 여성으로부터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직후 공항 보안 관계자와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정남은 이후 공항 진료소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했지만 진료소에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후에도 김정남 암살 사건은 미 의회의 북한 관련 입법 조치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19년 제정된 가장 최근의 대북 제재 강화법인 ‘오토 웜비어 북 핵 제재 강화법’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법 제정이 필요한 근거로 명시되기도 했습니다.

또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미 의회에서는 2017~2018년 사이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북한 정권의 내부 행태를 점검하는 청문회도 여러 차례 개최됐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남 암살 사건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1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상징적 측면에서’ 남긴 파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assassination, you know, led U.S. government officials to believe that, you know, Kim Jong Un was ruthless enough to, you know, gain and hold power in the North Korean system…”

김정남 암살 사건은 김정은이 북한 체제 내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무자비하다는 것을 미 정부 당국자들이 믿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이 처음 집권했을 때 (미국에서는) 어리고 경험이 많지 않은 그가 과연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면서, 하지만 김정남 암살 사건은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 김정은이 오래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김정남 암살 사건은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의 본질과 잔혹성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심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맥스웰 선임연구원] “It reinforces the understanding about the nature of the regime and the brutality of the regime. And so it reinforces that the regime was willing to do whatever it takes to keep Kim Jong Un in power…”

또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북한 정찰총국이 정권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등 그들의 활동 범위와 운영 행태를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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