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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속도보다 기동능력이 위험…방어도 선제타격도 어려워”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의 위험성은 속도보다 기동능력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16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선제타격만이 대안인데, 엄청난 확전 위험을 안고 있는 전략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무기체계 다각화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다탄두 미사일과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습니다. 루이스 소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주장하는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한 진단이 쏟아지고 있는데, 어떤 역량을 눈여겨봐야 합니까?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

제프리 루이스) 저는 ‘극초음속’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미사일이 극초음속을 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속도보다는) 미끄러지듯이 날아가는 활공체(글라이더)에 대한 것입니다.

기자) 그럼 북한이 지금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을 정확히 어떤 기종으로 파악하고 계십니까?

제프리 루이스) 현재까지 북한은 두 가지 종류의 시스템을 시험했습니다. 지난해 9월 발사한 것은 장거리 활공체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제가 ‘기동식 재진입체(maneuvering reentry vehicle)’라고 부르는, 약간의 활공과 방향 전환과 같은 간단한 기동을 할 수 있는 미사일을 두 차례 시험한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1980년대 미국이 퍼싱-2 미사일에 적용했던 기술과 매우 유사한 ‘기동식 재진입체’를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장거리 활공체는 계속 개발 중이고요.

기자) 북한이 그 정도 수준의 극초음속 활공체를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개량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나요?

제프리 루이스) 이달 시험한 기동식 재진입체는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미 안정적인 시스템이라고 평가하겠습니다. 다만, 지난해 9월발사한 활공체(화성-8형)는 한 차례의 시험밖에 진행되지 않아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음 시험 때는 작동할 수도 있고,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기자) 극초음속이면 1분 만에 서울을 타격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한국엔 큰 부담인데, 기존 미사일보다 확실히 더 큰 위협이 맞습니까?

제프리 루이스) 그런 분석은 기술적으로 부정확합니다. 모든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스커드 미사일도 마하 5보다 빨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활공체는 그야말로 활공을 하니까 오히려 속도가 더 느려지게 됩니다. 전통적인 재진입체보다 더 빠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느릴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기존 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이나 서울을 타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제프리 루이스) 이번 미사일의 의미를 (서울까지의) 비행시간이 훨씬 짧아진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기동력을 갖춘 미사일로 정의돼야 합니다. 기동식 재진입체의 가치는 목표물까지 더 빨리 도착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이 동해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 미사일은 사드가 포착할 수 있는 곳을 통과할 수 있고, 방향을 바꿔 다시 목표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부산과 같은 목표물을 향해서 말입니다. 다시 말해, 비행 속도는 느려지지만 기동할 수 있어 미사일 방어망을 피하고자 좀 더 우회적인 비행경로를 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기자) 북한의 이번 발사와 관련해 ‘극초음속’이라는 속도 개념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제프리 루이스)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극초음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그 용어를 언급하면서 정작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 측면이 이런 종류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망, 다시 말해 요격 역량에 어떤 영향을 줍니까?

제프리 루이스) 비행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에선 요격이 쉬워진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기동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요격이 어려워지는 겁니다. 기동식 재진입체의 장점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만약 레이더가 포착할 수만 있다면, 요격이 더 쉬울 것입니다. 전통적인 재진입체보다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레이더로) 볼 수 없다면, 요격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미사일은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도록 설계됐지만, (극초음속이라는) 속도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 미사일에 대해 논의되는 방식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겼습니다.

기자) 레이더에 안 잡혀 요격이 어렵다면 이런 종류의 미사일은 선제타격을 고려해야 하나요?

제프리 루이스) 그것이 항상 진실이라는 점을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이 순항미사일뿐 아니라 현무 미사일 시리즈를 개발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군 당국자들의 말을 잘 살펴보면, 늘 그것을 선제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미사일) 방어망에만 의존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적이 그것을 너무 쉽게 압도할 수 있고, 방어망 자체도 잘 작동이 안 되니까요.

기자) 그러나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제프리 루이스)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를 찾아내 파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국이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북한 지도자가 발사 명령을 내리기 전 그를 겨냥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극도로 위험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게 되는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있고, 한국은 그 전에 김정은을 죽이기 위해서 재래식 무기 시스템을 사용하는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쪽 모두 자기가 먼저 움직이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한쪽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위기 속에서 상황을 극도로 확대시키고 위험하게 만듭니다.

북한이 철도기동 미사일연대의 검열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철도기동 미사일연대의 검열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기자)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한 지 사흘 만에 열차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었는데요. 어떤 미사일 전략을 읽을 수 있을까요?

제프리 루이스) 몇 가지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김정은은 (지난해) 당대회에서 갈등 국면 초기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타격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대량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재래식 무기와 중·단거리 핵미사일 모두에 투자를 하는 것이죠. 북한은 견고한 미사일 운반 차량을 만들기 위해 정말 고군분투해왔는데, 도로망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동식 미사일은 만들어야겠는데, 운반용 트럭과 도로를 확보하기 어려우니까 다른 발사 옵션을 마련하고 있는 겁니다. 잠수함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했고 열차에서 발사를 이어가는 것은 그 때문이죠. 상당히 광범위한 철도망을 가진 북한으로선 이런 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는 철도 차량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기자) 북한이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모습을 지난해 9월 처음 공개했는데요. 며칠 전 발사에서 혹시 기술 진전 정황은 확인된 게 없습니까?

제프리 루이스) 그런 차원의 발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발사는 배치 역량을 시험한 것이니까요. 미사일 자체를 시험한 게 아니라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라는) 군부대 훈련의 일환으로 배치된 미사일을 시험한 겁니다. 새 무기 시스템의 시험의 아니라 군부대가 이미 배치된 무기를 사용하는 훈련이었습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철도 환경을 고려할 때, 손쉬운 타격 대상이 될 이런 형태의 발사 수단이 북한에 과연 도움이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이나 한국이 차량형이든 열차형이든 북한의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습니다. 미국은 1차 걸프전 당시 드넓은 사막에 노출된 이라크의 이동식 미사일을 단 한 발도 선제 타격하지 못했습니다. 미사일이 발사된 뒤에야 발사대를 발견하고 이를 파괴한 적은 있지만, 발사 자체를 미리 막지는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다양한 옵션을 갖는 게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나 한국은 북한의 많은 도로망과 군 기지를 파괴하고 모든 잠수함을 잡아내야 할 뿐 아니라 철도망까지 모두 파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이처럼 모든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기자) 가속화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죽 연결해 보면 어떤 추세가 보입니까? 작년 당대회 때 공언한 무기체계 개발 계획을 순조롭게 이행 중인가요?

제프리 루이스) 꽤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이미 시험했는데, 북한은 이를 극초음속 무기 체계라고 부르지만 저는 두 종류의 활공체(글라이더)라고 부르겠습니다. 또 열차형 이동식 발사 시스템을 계속 시험 중이고, 새로 개발한 잠수함발사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시험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리스트’에 담긴 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 간다면, 다음 노동당대회 이전에 우리는 군사용 위성의 우주 발사와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다탄두 미사일 시험 등을 보게 될 겁니다.

기자)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서부 공항에 이륙금지 명령이 내려져 의문이 제기됐는데요.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프리 루이스) 북한이 활공체에 사용하는 로켓 엔진은 화성-12형과 화성-14형 엔진과 같은 종류로 보입니다. 화성-12형과 화성-14형에 더 많은 연료가 사용된다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죠. 따라서 미 당국이 이번에 북한에서 미사일 엔진 연소 정황을 포착했을 때 ICBM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면 두 가지 선택이 남습니다. 연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미리 경보를 발령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겁니다. 미사일에서 나오는 연기 기둥을 보고 ICBM으로 판단했고 궤적을 통해 마치 알래스카를 향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미 서부 공항의) 이륙금지 뿐 아니라 미사일방어체계가 구축된 (알래스카주) 포트그릴리 기지 인력에 대한 대피령까지 내려졌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니까요. 이번 발사는 정말 모호했습니다. 기술적 분석을 통해 ICBM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겁니다.

기자) 북한 미사일 성능이 개량되면서 이런 소동이 또 벌어질 수도 있겠군요.

제프리 루이스) 그게 바로 위험성을 보여주는 겁니다. 한쪽에 미국과 한국이 서고 다른 쪽에 북한이 서서 충돌 시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맞을 때, 그리고 각자 상대방의 선제공격 징후를 찾는 상황일 때 ‘허위 경보’의 진짜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으로부터 북한이 새해 들어 잇따라 발사한 미사일의 특징과 무기 개발 전략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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