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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탈북 전문가들 “탄도미사일 발사, 김정은 생일 업적 선전…협상 우위 압박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7월 미상의 장소에서 진행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7월 미상의 장소에서 진행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북한 지도부가 5일 탄도미사일 발사로 새해 첫 무력시위를 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그의 거의 유일한 업적인 핵·미사일 개발 성과를 선전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전직 노동당 간부가 진단했습니다. 다른 북한 외교관 출신 전문가들은 협상 지렛대를 높이려는 대외 압박과 한국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리정호 씨는 5일 VOA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김정은의 업적 선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은 항상 최고지도자의 업적 선전”으로, 국가 경제가 사실상 파탄 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거의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최대 업적이 핵·미사일 개발이기 때문에 이를 빛내려는 의도”란 설명입니다.

[녹취: 리정호 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김정은의 생일을 맞으며 그의 업적을 빛낸다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봅니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성과를 김정은의 최대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선전 당국은 김정은이 추진한 핵미사일 개발로 (그가) 세계가 인정하는 지도자가 됐다고 허위 선전도 합니다.”

북한은 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

리 씨는 북한의 모든 기관이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그의 위대성에 관해 총화지도하며 충성을 상징하는 자금 등 다양한 것들을 바친다”며 군수 공업 부문도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무력시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말했습니다.

외교 협상을 염두에 둔 대미 압박과 동계 훈련 일환 등 여러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은 김정은의 치적 선전”이란 겁니다.

북한 정권은 지난 1일 올해 신년사격으로 공개한 당 전원회의(8기 4차) 결정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 부문에 대해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며 “국가방위력의 질적 변화를 강력히 추동하고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목표를 계획적으로 달성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었습니다.

리 씨는 북한 지도부가 벌이는 조직적인 기만전술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와 달리 김정은이 군비에 쏟아붓는 자금은 미국 국무부가 추정한 GDP(국내총생산)의 20% 대가 아니라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앞에서는 계속 내가 인민을 잘살게 하겠다, 인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 사람들이 하는 것은 자기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군비 확장에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실제 우리가 볼 때는 북한이 군수공업부라든지 2경제 위원회, 군대 경제, 39호실 일부를 합하면 경제력이 내각을 초월합니다. 그러니까 40~50%를 넘습니다. 군비에 쏟아 넣는 돈이.”

리정호 씨는 “이런 명백한 이유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도 경제 건설보다는 핵미사일 개발과 군사력 확장이 최우선의 정책이 될 것이며 핵미사일 도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 전문가들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대미 협상력 강화와 3월 한국의 대선 압박 목적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 한국의 태영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6일 VOA와의 통화에서 두 가지 메시지로 함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로 “지난 4년간 김정은이 얻은 게 없으니 앞으로 베이징 올림픽이든 어디든 앞으로 만날 이유가 없다는 작별 인사를 고한 것”이며 둘째는 향후 대미 협상 우위를 위해 미사일 역량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겁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국경도 열 수 없어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도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 올해 상반기에 허송세월을 보낼 것인가? 대화는 포기하지 않되 전술적 미사일의 미흡한 점들을 이때 실험을 통해서 완성해 나가자.”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국면을 예견해 협상 지렛대를 높이기 위해 미사일 역량 강화 시험을 간헐적으로 지속하면서 몸값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있는데, 이는 과거 행태의 반복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태 의원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동해안 등에서 먼저 하다가 자신감이 쌓이면 자강도와 평안북도 등 북-중 국경 근처 내륙으로 이동한다며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주장은 기술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 생활이 매우 힘든 상황에서 선진국도 개발하기 힘든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은 선전용으로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 지도부가 올 상반기까지 문을 닫고 미사일 발사만 하기로 전술을 정했다면 새로운 대북 정책이나 인센티브가 무의미하다며, “그동안 연기했던 3월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을 통해 안보 태세를 점검하는 것이 실용적 대응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 김동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NISS) 수석연구위원.
북한 외교관 출신 김동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NISS) 수석연구위원.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22년간 근무한 뒤 은퇴한 김동수 박사는 5일 VOA에, 향후 대미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의도와 함께 3월에 실시될 대선을 겨냥한 대남 압박 메시지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수 박사] “보수 야당이 정권을 쥐게 되면 평화는 영원히 없어지고 극단적인 대결로 갈 것이란 압력을 가하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갈수록 한반도 정세가 더 긴장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뒤를 이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계속 평화 무드로 이끌어 갈 것인데,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대결로 갈 것이다…”

김 박사는 또 문재인 정부에 바이든 행정부를 제대로 설득해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적대 정책과 이중 기준 철회, 군축 협상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업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압박 메시지도 있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한편 리정호 씨는 북한 지도부가 지난 1일 당 전원회의 결정문 보도에서 ‘사회주의’를 61번이나 강조한 것과 관련해 “사회주의는 곧 ‘집단주의’로 인간의 본성을 짓밟고 평등하게 거지가 되겠다는 발상”이라며 거대한 군비를 조속히 인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농업생산에 힘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미사일 쏠 돈이 있다면 인민 생활에 돌려야 하지 않겠나. 앞에서는 하겠다고 하고 뒤에서는 돌아서서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 항상 모순입니다. 북한이 나라를 개방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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