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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신년기획] 3.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제재 정책과 전망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포용 정책으로 인해 지금까지 제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새해에는 ‘최대 압박’을 통한 북한 문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제재를 통해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에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VOA가 2022년을 맞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 현안을 짚어보는 네 차례의 기획 보도,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미국의 대북제재 정책을 짚어보겠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본격적인 제재 여파가 시작된 해로 2018년을 꼽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에 대응해 2017년 하반기에만 3건의 제재 결의를 채택했고, 이듬해인 2018년부터 북한의 대외 무역이 급감하는 등 눈에 띄는 제재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재 여파가 본격화한 지 4년이 지난 현재,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북한과의 대화는 장기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들을 근거로 대북제재의 무용론을 주장합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재가 미국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We've been doing this for years adding more sanctions and more sanctions and more sanctions and it never stops them. So, it seems to me that we are completely on the wrong path.”

수년간 제재를 부과하고 추가해 왔지만 북한을 멈추지 못했고, 따라서 미국은 완전히 잘못된 길에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이 무기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오직 압박 만을 가하는 전략은 작동하지 않고 있고 우리를 취약하게 만든다”며 제재와 같은 재래식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서 대북제재를 포함해 북한 문제를 다뤄온 전직 당국자들은 오히려 대북제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현 상태를 대북제재가 사실상 완화된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제재의 반대 개념인 ‘포용정책’이 오히려 북한의 무기 개발을 멈추지 못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We've already reduced sanctions by not by not maintaining sanctions, by not addressing the new entities and individuals both in North Korea and outside of North Korea. The Biden administration's policy seems to be an engagement only policy one that seemingly is supported by the current South Korea government, that to me that's the real question. The real question is why is the engagement only policy is not producing results.

제재를 유지하지 않고 북한과 북한 밖에 있는 새로운 기관과 개인들의 (제재 위반 문제를) 다루지 않음으로써 이미 제재를 완화했다는 겁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정책은 한국 정부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는 ‘오직 관여’ 정책으로 보인다”면서 “진정으로 궁금한 건 ‘왜 포용정책은 결과를 내지 못했는가’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자문으로 활동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트럼프 행정부 이후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이를 현 상황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is was a very regular occurrence during the Obama administration. Why are we so willing to sanction our friends and unwilling to sanction a government that is willfully helped North Korea violate sanctions and is not a friend of the United States? So, look, we're not enforcing the sanctions. And as a result Kim Jong un feels that he can get away with anything.”

스탠튼 변호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만 하더라도 이란과의 제재 위반 문제로 유럽 은행들이 억 달러 단위의 벌금을 부과받는 일이 자주 있었다면서 “왜 우리는 친한 나라들에 제재를 가할 의지가 있지만, 북한의 제재 위반을 돕고자 하는 정부는 왜 제재하려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제재를 단속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김정은은 어떤 것으로부터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의 해법으로 실제론 한 번도 없었던 ‘최대 압박’이 가해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위반한 중국 은행 등에 독자 제재를 가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제재를 권고한 개인과 기관 등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키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바이든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강조하고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17일 미국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대담 행사에서 북한과의 외교를 추진하는 상황 속에서도 제재는 계속 이행하고 있으며 동맹인 한국, 일본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좌관] “And in that meantime, we’re continuing to enforce our sanctions and align closely with our allies, South Korea and Japan.”

또 국무부 대변인실은 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유입되는 자원을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인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된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독자제재를 부과하는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가속화된 2017년과 무기 실험 여파가 이어진 2018년에 각각 9번과 12번 제재를 발표했지만, 2019년 5회로 떨어지고 급기야 2020년엔 트럼프 행정부의 최저 수준인 4회로 하락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임기 첫 해인 지난해는 단 1번의 제재 발표만이 나왔고, 이는 7년 만에 가장 적은 제재 조치이기도 합니다.

또 국제사회 대북제재 위반 등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매년 2차례 발행하는 보고서에 대북제재 위반에 관여한 선박과 개인, 회사 등의 실명을 명시하고, 제재 부과를 권고해 왔지만, 2018년 10월 선박 3척을 제재한 것을 끝으로 3년 넘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북한 선박 '안산 1호'의 불법 환적 정황 포착 사진을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이 북한 선박 '안산 1호'의 불법 환적 정황 포착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장기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수년 전 누군가 북한에 대해 ‘뼈를 쪼개는’ 압박을 언급했다”며 “그렇게 할 경우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Several years ago somebody said bone crushing pressure on North Korea. If we do that, the North Koreans will have no choice but to come to the table. So, if we're not prepared to do that and this administration and the previous two administrations have not been prepared to do that, then we're going to see North Korea continue to find ways to survive.”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그러한 압박을 가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이전 두 행정부 역시 그렇지 않았던 만큼 북한이 계속 살아남기 위한 길을 찾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바이든 행정부 역시 자신들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목숨을 옥죄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제재의 목적이 ‘비핵화’라는 공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대신 북한 지도부에 심각한 고통을 부여함으로써 궁극적인 비핵화로 이끄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f the goal is to inflict pain on North Korea, on the elites, on the military, on the party, on senior members of the regime, and to make them pay a significant price for continuing this program, then it's doing it. And the best evidence for that is what happened in the recent party meeting in Pyongyang. And what North Korea has been saying for the last couple of years, they are in pain economically. They are feeling pressure.”

만약 계속되고 있는 (무기) 프로그램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와 군, 당, 정권의 고위층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제재는 작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제재’가 미국의 대북정책의 한 요소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을 다루는 정책에 있어 ‘관여와 압박’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It requires both an engagement policy and a pressure policy. Part of our challenge on North Korea policy is that we've chosen one or the other, either pressure or engagement.”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의 도전 중 하나는 관여와 압박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었고, 이것이 ‘실패의 요인’이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이 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재 부과가 어려운 만큼 이미 마련된 기존의 제재 체제 안에서 효과적인 단속을 하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1개의 회사를 제재 명단에 추가하면 그 회사는 홍콩에 가서 다른 이름으로 등록을 할 뿐”이라면서,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방식으로 먼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Mostly, it is in fact the case that we need to just do a better job of enforcing the sanctions we have. North Korea, if you designate one company, it will just go to Hong Kong and register another company. You have to keep up and stay ahead of what it does…Our banking enhanced due diligence regulations are not being enforced against the Chinese banking industry.”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단속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북한이 활동해 온 동남아시아 국가를 겨냥하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it depends on Chinese enforcement which has gotten increasingly liberal and tolerant. So, I think there's some things we can do. For example, all the means they have with North Korean operatives in places like Malaysia or Singapore or elsewhere, we ought to push for countries to ban North Korean operatives in these countries.”

단속이 점점 더 느슨하고 관대해지고 있는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에 많은 것이 달렸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이 자국 내에서 운영 중인 북한의 위장 회사들을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예로 들 수 있다는 겁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이들 나라들에서 여전히 미사일과 핵 개발을 위한 부품을 얻고 있다며 “새로운 제재가 없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단속을 강화해 북한의 위장 회사들을 없앤다면 우리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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