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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해 새 대북제재 '0'...기존제재 이행 법적 조치는 계속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정부가 올해 북한과 관련한 제재 지정을 한 건도 하지 않으면서 9년 만에 북한 관련 미국의 독자 제재가 한 건도 나오지 않은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와는 달리 대북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법무부의 법적 조치는 꾸준히 나오면서 대조를 이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를 부과하는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북한과 관련해 가장 최근 조치를 취한 건 지난해 12월 8일입니다.

당시 해외자산통제실은 북한 석탄 수송에 관여한 북한과 중국, 영국, 홍콩, 베트남 소재 6개 해운업체를 미국의 제재 조치인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 목록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북한과 관련한 제재 지정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경우, 2021년은 9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관련 제재가 없는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북한 관련 제재를 부과하지 않은 해는 2012년이었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이후 2013년 4회, 2014년 1회 그리고 2015년과 2016년 각각 4회의 대북 제재를 발표하는 등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각 제재가 발표될 때마다, 여기에 포함된 개인과 기관이 다수인 경우가 많아, 실제 북한과 관련한 제재 대상 숫자는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이를 테면 2014년은 제재 조치 발표가 단 1번에 불과했지만, 발표에 포함된 제재 대상은 북한의 해운 회사 2곳과 선박 18척 등 모두 20건에 달했습니다.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가속화된 2017년과, 무기 실험 여파가 이어진 2018년에 각각 9번과 12번 제재가 발표되고, 이에 따른 개인과 기관에 대한 제재 부과 건수도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2019년 제재 부과 발표 횟수가 5회로 떨어지고, 급기야 2020년엔 트럼프 행정부의 최저 수준인 4회로 하락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 중후반부부터 제재 부과 건수가 급격히 하락한 데 대해 일각에선 북한과의 대화에 따른 정치적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인 2019년 3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미 재무부는 현행 대북제재에 대규모 제재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나는 오늘 이 추가 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며, 정치적 결정에 따라 제재 부과 여부를 판단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끈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더 적은 제재 부과가 이뤄지면서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부과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 이행이 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가로 활동한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26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해 2018년 중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보다 위협이 덜한 니카라과와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더 엄격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Without commenting on Nicaragua or Venezuela, I would say that North Korea presents the far greater threat to the peace of the world and certainly to its own people. Sanctions don't work if you don't enforce them. We have got to enforce the sanctions, if we're going change Kim Jong Un's calculus and disarm him peacefully.”

니카라과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이들 나라보다 세계 평화와 자국민에게 훨씬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는 사실이라는 겁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도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서 “제재는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활동적 도구”라며 엄격한 대북제재 집행을 조언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If they're not enforced rigorously, then they're hard to enforce, they're expensive to enforce. And if they're not enforced, then what you have is a system where we're squandering an opportunity to drive North Korea to the negotiating table.”

뉴콤 전 분석관은 제재가 엄격하게 집행되지 않을 경우, 결국 제재는 이행이 어려워지고, 이행을 위한 비용도 많이 들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제재 해제를 바라는 현 시점, 미국 정부의 제재 유지가 미사일 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계속 촉발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분석 국장은 최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연설에서 경제 성장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적대정책이 관여정책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제재 해제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이 점을 잊지 않도록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One way you can show us that your policy has changed from being hostile to being engagement would be to lift sanctions. I think that’s the unstated message there when he focuses on the economy.”

올해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가 없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법무부는 대북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다양한 법적 조치를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법무부는 싱가포르 사업가 궈기셍을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법원에 형사 기소하고, 그가 소유한 2천734t급 유조선 ‘커리저스’ 호에 대해선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 지난 2월 북한 해커 박진혁과 김일, 전창혁에 대한 미 법무부의 기소 사실이 공개됐으며, 1월엔 북한 '대성무역총회사'에 담배종이를 수출한 혐의를 받던 인도네시아 소재 제지업체 'PT BMJ' 사가 법무부와 101만 6천 달러의 벌금에 합의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법무부는 올해 3월 대북제재 위반과 돈 세탁 등의 혐의를 받던 북한 국적자 문철명의 신병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인도받아, 그를 미국 법정에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행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있어 다른 부처들보다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관련 증거가 포착되면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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