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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뢰 피격 한국 천안함, 11년 만에 최신형 호위함 '부활'


9일 한국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신형 호위함 '천안함' 진수식이 열렸다. 사진: 한국 국방부.
9일 한국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신형 호위함 '천안함' 진수식이 열렸다. 사진: 한국 국방부.

11년 전 북한군 어뢰에 피격된 한국군 함정 천안함이 신형 호위함으로 부활했습니다. 희생된 영웅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대잠수함 능력을 크게 강화시킨 새 천안함이 9일 진수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2010년 피격돼 침몰한 천안함을 대잠수함 능력을 갖춘 최신형 호위함으로 다시 건조해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수식을 가졌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천안함을 부활시켜 영웅들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지켜졌다”며 “진수한 천안함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해 대한민국의 이름을 더욱 빛내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수식에선 해군 전통에 따라 주빈인 서 장관의 부인 손소진 씨가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절단했습니다.

이는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끊듯 새로 건조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어서 가위로 샴페인 브레이킹줄을 절단해 샴페인을 선체에 깨뜨리는 안전항해 기원의식이 진행됐습니다.

대구급 신형 호위함 7번함인 천안함은 한국 해군에서 운용 중인 1천500t급의 울산급 호위함과 1천t급의 포항급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건조됐습니다.

천안함은 길이 122m, 폭 14m, 최고 속력은 시속 55km에 해당하는 30노트입니다.

5인치 함포와 대함유도탄 '해성', 전술함대지유도탄 '해룡', 대공유도탄 '해궁',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 경어뢰 '청상어' 그리고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등이 탑재되며, 함미엔 해상작전헬기 1대를 운용할 수 있는 착륙장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번에 진수한 천안함은 과거 천안함에 비해 대잠 능력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선체고정음탐기와 과거 천안함에는 없었던 예인선배열음탐기를 탑재해 원거리에서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특히 대구급 호위함 엔진엔 가스터빈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가 적용됩니다.

전기모터로만 추진할 경우 수중 방사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잠 작전 수행 때 이점이 있고, 필요시엔 가스터빈을 이용한 고속순항도 가능합니다.

한국 군이 해군 함정에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천안함 피격이 계기가 됐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먼젓번에는 잠수함 어뢰 발사를 제대로 포착 못해서 기습을 당한 것인데 이제는 그런 것들을 포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 그렇게 해서 아주 더 강력한 무장력을 갖고 서해 바다를 지킨다고 하는 점,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보죠.”

신형 호위함으로 다시 태어난 천안함은 시운전 평가 기간을 거쳐 해군에 인도되면 과거 천안함처럼 해군 2함대에 배치돼 서해 북방한계선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을 전망입니다.

지난 2018년 2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가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있는 서해수호관을 방문하고 북한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 잔해를 둘러봤다.
지난 2018년 2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가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있는 서해수호관을 방문하고 북한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 잔해를 둘러봤다.

이날 행사에는 서욱 장관을 비롯한 군 주요 관계자들과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방병석 울산시의회 의장, 손정목 천안함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성우 천안함유족회장 등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도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포함한 생존장병 58명은 한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잠수함 충돌설'을 다룬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반발해 불참했습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는 천안함이 좌초 후 잠수함 충돌로 반파됐으며 함정 절단면에 불탄 흔적이 없어 폭발에 의한 침몰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게시물에 대해 국방부가 삭제 또는 접속 차단을 요청했지만 지난달 28일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와 관련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와 생존자전우회, 천안함재단은 8일 공동성명을 통해 방심위를 상대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46용사와 유족 생존자에 사과하고 재심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서욱 장관은 9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한 잠수함 충돌설을 믿느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욱 장관] “허위정보 콘텐츠 삭제 요구는 저희가, 국방부가 한 건데요, 전혀 믿지 않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식해 천안함 피격 원인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희생자 유족과 생존 장병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현 정부 들어서 정권 초기에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이라든지 남북대화 분위기에 천안함에 대해서 북한 도발이 아닌 것처럼 애매모호하게 답변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희생된 장병들이나 유가족이나 가슴에 상처를 많이 입은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에대해 한국 정부는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의 공격이 원인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며 방심위의 결정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한국 정부와 군의 장병들에 대한 예우는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 같은 경우엔 사고가 나거나 포로가 되거나 항공기나 함정이 격침 또는 침몰된다고 하더라도 관련된 사람들이 영웅으로 대접받거든요. 그러나 한국의 경우엔 그런 게 과실로 치부된 경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관련된 군 인사들이 상처가 큰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천안함 관련 생존자, 희생자 위로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향후에 시정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국회에선 천안함 전사장병 유족과 생존장병 지원을 위한 법안 총 3건이 발의됐지만 연평해전 등 피해장병들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모두 통과가 되지 못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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