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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핵무기 역할 축소' 추진에 의회·전문가들 찬반


지난 2015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통제실에서 미 공군 576 비행시험대대 요원들이 미니트맨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정책을 재검토 중인 가운데 워싱턴 조야에서 핵무기 역할 축소와 관련한 찬반양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립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핵무기 선제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와 ‘폴리티코’ 등 미 언론들은 최근 익명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핵무기 사용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급 회의가 이달 소집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핵정책 전반을 다루는 NPR 보고서를 이르면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조야에서는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억지와 반격에 한정하고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공언해야 하는지를 놓고 찬반양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천명해야 하는지, 이를 천명하지 않으면서도 핵 공격에 대한 억지나 반격에 핵무기 사용을 한정하는 ‘단일 목적’의 정책을 공언해야 할지, 아니면 현재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지 여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핵무기 선제 사용 등 핵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다만 지만 2017년 1월 한 연설에서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해야 하거나 그래야 하는 설득력 있는 가정 상황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 캠페인은 웹사이트를 통해 바이든 후보는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은 핵 공격을 억제하고 필요한 경우 보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되면 동맹국, 군 당국과 협의해 그런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내 일부 진보세력은 바이든 행정부가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언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는 지난달 25일 미 국방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 기고문에서 “’단일 목적’의 핵정책은 ‘선제 불사용’ 정책의 또 다른 말”이라며 “미국은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무기 선제 불사용 정책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훼손할 것이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를 불안하게 하며, 적국들의 핵 프로그램 진전을 부추겨 비확산 목표를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올해 초 핵무기 선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오판과 위험성을 근거로 핵무기 선제 불사용 정책을 채택할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합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할 경우 북한과 같은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적국들에 대한 억지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베넷 선임연구원] “Historically, we have talked about using nuclear weapons if necessary to respond to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use but Biden getting rid of would undermine deterrence of North Korea using those.

베넷 선임연구원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역사적으로 미국은 생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며,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북한과 같은 나라들의 생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억지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선제 불사용 혹은 단일 목적의 정책 채택을 통한 핵무기 역할의 축소를 원하겠지만 이로 인한 억지력 약화 등을 우려하는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8일 VOA에 핵 선제 불사용 정책으로의 전환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전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해 자국과 동맹국을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전략적 확신과 미국, 그리고 동맹국 방어를 위한 전략적 결의를 약화해 억지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스티븐 파이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국익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새 NPR 보고서를 통해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이퍼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통령이 특히 자체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핵무장 적국에 대한 핵 선제 사용을 승인하는 상황은 상상이 안 된다”며 “더욱이 재래식 전력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핵 억지력과 상관없이 강대국 간 재래식 전쟁 가능성을 믿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단일 목적의 (핵) 정책을 채택하려면 미국의 확장억지에 의존하는 동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전쟁으로 이어질 뻔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와 오판으로 인한 위급 사태 등을 언급하며, “핵 선제 불사용 지지자들은 기술적 결함이나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 의도하지 않은 핵전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클링너 선임연구원] “Advocates of no first use would say, look, there's a potential for inadvertent nuclear war based on technical technological glitches or mis interpretations by intelligence officers or leaders of others intentions or actions. So it's best to sort of take forces off the hair trigger alert, or do whatever is necessary to take a few more steps back so that we're less likely to stumble into a war.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미국 행정부가 핵정책을 바꾸기로 한다면 선제 불사용보다는 단일 목적 원칙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갖는 현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냉전 이후 미국은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 왔습니다.

다만, 미국은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다는 원칙은 천명하지 않으면서 핵무기 사용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습니다.

과거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NPR 보고서에서 “미국은 극한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핵 비보유국에 대한 핵무기 위협이나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핵무기가 재래식과 생화학 공격을 억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좁은 범위의 비상사태’가 있을 수 있다며, 핵무기가 핵 공격을 막기 위한 ‘단일 목적’임은 명시하지 않은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NPR 보고서에서 선제 불사용 정책을 채택하지 않고,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국의 중요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극한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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