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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커진 미·중 대북 인식…"중국 영향력 기대 접어야"


미국과 중국이 지난 3월 앵커리지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버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3월 앵커리지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버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미국이 중국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워싱턴에서는 중국 역할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고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국익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중국과 대북 협력을 계속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한 워싱턴의 기대와 평가는 매우 이중적입니다. 북한의 각종 불법 행위와 핵 개발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중국에 지속해서 촉구하지만, 누구도 화답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중국의 긍정적인 역할”은 추상적인 개념조차 아닌 아예 “실체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모순에서 비롯됐습니다.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미-중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조치와 결과가 “긍정적”인지 정의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중국 출신인 쑨 윤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VOA에 “중국이 무엇을 할지는 철저히 국익이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며 “강대국 간 경쟁 상황에서 북한을 포기하거나 미국과 협력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쑨 윤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 “However, what China will do depends on the definition of China’s national interests. With great power competition, China has no incentive to abandon North Korea and/or work with the U.S.”

이런 전제에 공감하는 워싱턴의 ‘중국 관찰자(China watchers)’들은 판세에 따라 대북 영향력의 최대치와 최소치 사이에서 행동을 미세 조정하는 중국의 전술에 주목합니다. 김정은을 불쾌하게 만들 정도의 압박은 유지하되, 정권 기반을 뒤흔드는수위까지 몰아붙이지는 않는 중국 특유의 ‘밀고 당기기’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탠퍼드대 산하 ‘프리먼 스포글리 연구소’와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인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는 이같은 ‘중국식 균형’을 애매한 영역을 뜻하는 “회색지대(gray zone)’로 지칭했습니다.

[녹취: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 “I think that day to day, Beijing is not really willing to take major risks than the influence is minimal. It's kind of like in gray zone activities, versus like major war.

“중국이 비핵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판단하고 북한에 이를 강요하는 데 모든 자원을 투입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매우 위험하고 극단적인 시나리오라는 것이 문제인 만큼, 중국은 지금까지 그렇게 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 “If Beijing decided that this was the top priority, and that they would put all their resources into coercing North Korea, they could absolutely do it. The issue is that that is a very risky, extreme scenario and thus far, Beijing has been unwilling to.”

중국의 이런 태도를 일방적으로 비난만 해서는 미국의 대북 압박 캠페인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비핵화 해법을 찾기도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략 제안입니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도 반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마스트로 박사는 중국의 이런 태도는 “미국이 북한 내 핵 시설을 전부 폭격해 핵을 제거할 수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며 “매우 낮은 강도와 저비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 “It's the same thing like ‘Could the United States get North Korea to give up nuclear weapons?’ Yes, we could. We could bomb all of their nuclear facilities and then they wouldn't have nuclear weapons anymore. But what people are asking is basically ‘At a very low intensity, low cost, can we resolve this issue?’ And the answer to that is no.”

‘중국이 북한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발휘해 달라’는 미 정부 당국자들의 잇따른 요구에 대해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대북 제재에 있어 힘을 모으거나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도 있다”며 또다시 중국의 “긍정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기대는 워싱턴 어디에서도 듣기 어렵습니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특정 정세에서 거둘 수 있는 국익이 최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북한에 대해 원하면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를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China has some leverage over North Korea if it wishes to use it, but I think it is unlikely to do so.” Beijing has reordered its priorities as US-China strategic competition has intensified. I believe that China attaches greater priority to strengthening its ties with North Korea than to denuclearization, which is a goal that it sees as illusive, even if desirable.

“중국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선순위를 재조정했으며, 바람직할지라도 허황된 목표라고 여기는 비핵화보다는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Beijing has reordered its priorities as US-China strategic competition has intensified. I believe that China attaches greater priority to strengthening its ties with North Korea than to denuclearization, which is a goal that it sees as illusive, even if desirable.”

아울러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역내 ‘안정’에 대한 미-중 간 인식차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 발휘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지적됩니다. 비핵화를 최종적 안정으로 여기는 미국과 그런 시도를 불안정의 근원으로 우려하는 중국의 상이한 시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대북 무역과 원조를 통제하는 중국은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안정’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정의가 다른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핵무기 없는 북한을 안정으로 보지만, 중국은 북한의 현상 유지, 전쟁과 정권 붕괴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안정으로 여긴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think China can have a lot of influence because it can control trade, aid, in support to the regime, so it can have a lot of influence. I think that our definition of stability is one without nuclear weapons. China's definition of stability is North Korea maintaining the status quo, where there is no war or there is no regime collapse.”

이어 “중국은 핵무기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평가하는 반면, 미국은 핵무기 제거가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가 처한 난국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China may very well assess that trying to take away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could make it unstable. We think nuclear weapons elimination would bring stability. I think China fears the opposite, and that trying to eliminate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could bring instability. I think that's really the impasse that we have.”

이처럼 미-중 간 판이한 시각과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 좌우되는 상대적 개념인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 ‘유무’나 ‘의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워싱턴에서 무의미한 논쟁으로 인식돼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대성을 배제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겉보기에는 막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균형’에 금이 가도록 휘두를 수 없는 무기라는 현실론입니다.

쑨 윤 국장은 “중국은 중재할 수 있고, 경제 제재를 가하고 촉진하거나 완화할 수도 있으며, 대북 압박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쑨 윤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 “China can mediate, it can impose, facilitate or ease economic sanctions, and it can work closely with the U.S. and allies to demonstrate its pressure on North Korea.”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은 대대적인 입장 변화와 불안정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강요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라며, 갖고 있는 영향력을 무조건 발휘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쑨 윤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 “I don’t think China has the type of influence to force North Korea denuclearize without major change of positions and instability.”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북한을 곁에 두는 것에 대한 중국의 안보와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되며, 그 요구는 일방적이라기보다 상호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쑨 윤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 “China’s support of North Korea, hence influence, comes from China’s security and strategic calculus about having North Korea around. The demand is mutual rather than one-sided.”

중국의 이런 접근법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중 간 인식차를 더욱 크게 만들어 양국은 이를 더는 ‘공동이익’으로 간주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상당한 대북 영향력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대체로 꺼려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비핵화보다 북한과의 조약과 유대관계를 우선시하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Regrettably, Beijing has generally been unwilling to use the considerable leverage and influence it has over North Korea to press Pyongyang to denuclearize.As I have written, the PRC has essentially opted to live with North Korea as a de facto nuclear power, prioritizing its treaty and fraternal ties with the Pyongyang regime over the pursuit of denuclearization.”

더 나아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려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미-중 관계 악화는 중국의 대미 협력 의지를 거의 소멸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The days of Chinese willingness to pressure Pyongyang seem over, and the downturn in U.S.-PRC relations has all but extinguished PRC interest in cooperating with the United States.

특히 “2018년 이후 중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발언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북한에 대한 지지 성명은 지나치게 늘었다”며 “이는 2016~2017년 사이에 상당히 악화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Since 2018, Beijing's rhetoric about denuclearization has markedly decreased, while its statements of support for the DPRK have become increasingly fulsome.This reflects China's desire to strengthen ties with North Korea -- ties that had deteriorated considerably in 2016-2017 when China opted to increase pressure on the Pyongyang regime in cooperation with the United State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맥스웰 연구원도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미국의 북한 관련 안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핵무기가 가하는 위협 때문에 비핵화를 간절히 바라지만, 중국에는 그것이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Furthermore, I don't think that China is willing in any way to try to solve South Korean and United States security issues vis-a-vis North Korea. We want denuclearization very badly because of the threat that it poses, but it doesn't pose a threat to China.”

이는 곧 중국의 ‘협조’는 미국이 치러야 할 더 큰 비용으로 청구될 수 있는 만큼, 중국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노력에 동참시키려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으로 이어집니다.

마스트로 박사는 “중국의 대북 조치는 미국에 호의를 베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과의 경쟁에서 최고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인 만큼, 중국이 미국을 위해 하는 모든 일은 대가가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경쟁 상황에서 그런 대가가 미국이 부담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견해는 ‘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 China is not doing the United States any favor. China is only doing with North Korea what is in its best interest to do in a competition with the United States. So that being said, anything that China does for the United States comes at a cost. It's not just like, ‘Oh, they're gonna help us and then that will kind of be the end of it.’ It will come at a cost but the question is, ‘Will Beijing's impact be sufficient enough that it's worth the cost that the United States has to pay in terms of its power and influence vis-a-vis Beijing? My own view is ‘No.’”

따라서 “중국에 협력국이 될 것을 거듭 요구하는 것은 중국에 ‘득점’ 기회를 줄 뿐”이라며 “중국에 ‘북한 정권의 지지자’라는 있는 그대로의 꼬리표를 붙이고 북한과 한통속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 “I think instead of constantly calling on China to be a cooperative member—they gain a lot of points from that, for the six party talks and things like that—instead, we should just label them what they are, which is a supporter of that regime, and put them in the same camp with the North Korea and I don't think they would like that very much.”

마스트로 박사는 “중국이 이런 대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한반도 전략과 북-중 관계 인식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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