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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중국, 미국 의식해 핵 전력 현대화… 대북 비핵화 압박 약화될 수 있어"


지난해 10월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DF-41)이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DF-41)이 등장했다.

중국이 핵 전력을 대거 확충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핵 현대화와 이에 상응한 미국의 대응 조치들이 이어지면 북한이 받는 비핵화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이 27일 주최한 웨비나 ‘중국의 핵 현대화’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이 핵 전력을 대거 증강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피오나 커닝햄 교수는 중국이 핵 현대화를 통해 핵 무기를 확대하고 운반 수단을 다양화하며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커닝햄 교수] “I think China’s assessment of how much damage is going to be enough to deter the United States is changing and is increasing. In light of the deteriorating political relationship, the few nuclear weapons which might have been enough 10 years ago is no longer enough today.”

피오나 교수는 중국은 미국을 억지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큰 타격을 가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양국의 악화되는 정치적 관계를 감안했을 때, 10년 전엔 핵무기 몇 개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국장이 미국 조지타운 대학이 주최한 웨비나 ‘중국의 핵 현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국장이 미국 조지타운 대학이 주최한 웨비나 ‘중국의 핵 현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국장은 중국이 탄도미사일을 상당히 개발했으며 핵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고 재래식 전력과 핵 전력을 통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핵 개발을 추진하는 동력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이 느끼는 취약성”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텐슨 국장] “I think at the core is to preserve retaliatory strike capabilities. They’re really concerned that the U.S. can, and of course also the other nuclear powers that they plan against can, perhaps if not eradicate their retaliatory capability but certainly create doubts about its effectiveness.”

크리스텐슨 국장은 중국 핵 전력 확대의 핵심 동기는 ‘보복 타격 능력 보존’에 있다며 “중국은 미국 등 적국이 중국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하거나 약화시킬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오 통 카네기-칭화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이 미국 조지타운 대학이 주최한 웨비나 ‘중국의 핵 현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오 통 카네기-칭화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이 미국 조지타운 대학이 주최한 웨비나 ‘중국의 핵 현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오 통 카네기-칭화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도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 앞에 중국이 느끼는 위협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자오 연구원] “I very much agree that many of China’s new nuclear modernization programs appear to be driven by China’s perceived threats about U.S. missile defense.”

자오 연구원은 “중국의 핵 현대화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대해 중국이 느끼는 위협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경제적 능력을 군사력으로 직접 전환시킬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8월 보도에서 중국이 올해 들어 핵무기 관련 투자를 작년의 4배인 172억 위안, 미화 26억 9천만 달러로 늘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미국 과학자연맹을 인용해 중국이 대규모 핵미사일 격납고 건설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새롭게 건설 중인 격납고는 230개로, 기존에 운영하던 20개 보다 10배 이상으로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비핵화에도 간접적 영향... 대북 압박 약화”

이날 토론에 나섰던 전문가들은 ‘중국의 핵 전력 확대가 북한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VOA의 질문에 간접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언급했습니다.

자오 연구원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의 급격하고 포괄적인 핵 현대화와 미국이 대응 능력 개발에 나설 가능성으로 인해 북한이 핵 증강을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덜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오 연구원] “China’s rapid and comprehensive nuclear modernization, and possible U.S. efforts to develop counter capabilities, would make N Korea feel less pressured to contain its own nuclear buildup. The U.S. would also become less interested in distinguishing the N Korean and Chinese nuclear threats when developing America’s future military capabilities.”
자오 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도 미래 군사 능력을 고안할 때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을 구분하는데 덜 관심을 둘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셈법과 관련해 자오 연구원은 “중국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가 중국의 장기적인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믿고 있지만,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데 있어 중국이 실질적인 영향력이나 분명한 전략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자들이 미중 전략적 경쟁과 같은 더 급한 문제들에 전념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가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조율하고 협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텐슨 국장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의 핵 현대화가 북한 비핵화 노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미국의 아시아 지역 내 군사적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텐슨 국장] “For example, if the regional portion of China’s nuclear modernization(DF-21, DF-26, bombers) intensify, it could potentially trigger adjustments in plans for and operations of U.S. forces in the region if the U.S. decided it needs a more visible nuclear posture in the region.”

크리스텐슨 국장은 중국이 (사거리 4천km와 1천km인) 둥펑26과 둥펑21 탄도미사일, 폭격기 등 역내 국가들을 겨냥한 핵 현대화에 적극 나서면, 미국도 역내 핵 배치를 보다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고 판단해 미군 계획과 작전을 이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텐슨 국장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해상 발사 핵 순항미사일이나 재래식 임무와 핵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양용 전투기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이 경우 북한이 자국의 핵 전력의 필요성과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진지한 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크리스텐슨 국장은 말했습니다.

“미국, 동맹과 재래식 전력에 투자해야… 중국과 대화해야”

한편, 커닝햄 교수는 토론회에서 중국의 핵 전력 증강에 대응해 미국이 동맹과 함께 재래식 전력에 계속 투자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커닝햄 교수] “The U.S. and its allies should do in dealing with Chinese nuclear modernization and just in general the challenges they face in the region, which is to keep investing in conventional capabilities. I think this is what really deters China. It’s also what really reassures allies because they’re more usable regardless of what we’re seeing with, thinking about what a nuclear conflict would look like.”

커닝햄 교수는 재래식 전력에 대한 투자가 “중국을 억지하고 동맹들에게도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핵 갈등을 가정하는 것과 별도로 재래식 전력은 더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과 향후 군축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준비 작업으로, 관계 악화와 상관없이 계속 핵 무기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오 연구원도 “핵을 비롯한 중국의 군사력 확대는 근본적으로 미중 간 정치적, 사상적 대결로 인해 중국이 느끼는 위협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오 연구원] “Certainly, political efforts have to be made by the two sides, national leaders to try to understand and find out if they can agree on a set of basic universal values.”

자오 연구원은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이 만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합의하는 정치적 노력이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텐슨 국장은 미국 정부가 현재 ‘핵 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를 작성하고 있다며, 중국의 핵 전력 증강에 대비해 종합적인 전략을 세울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텐슨 국장] “I would like to see sort of more of an effort to try to integrate these things into a grand strategy, that tries to bring in other elements of national power or national capacity. In a discussion and shaping the landscape in the longer term and trying to move the situation towards something that we would like to see happening rather than something where we’re just like constantly responding to it.”

크리스텐슨 국장은 미국의 모든 국가적 힘과 능력을 아우르는 ‘큰 틀의 전략’을 세워, 중국의 행동에 계속 반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상황을 조성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핵탄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미 국방부는 최근 자료에서 중국이 200기 이하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 수를 350기로 분석했고, 미국은 5천 8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천800기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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