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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명 중 8명 미국 친밀감…밀레니얼 세대 실익·가치 중시, 북·중보다 한미동맹 선호"


지난달 2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 10명 가운데 거의 8명이 미국을 가장 친밀하게 인식하는 나라로 꼽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면 중국과 북한에 대한 반감은 이전 보다 높아졌고, 특히 젊은 세대에서 대미 협력의 중시와 반중국 정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5일 공개한 ‘2021 통일의식조사’에서 한국인들 사이에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여론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평화연구원은 지난 7월~8월 사이 한국 갤럽에 의뢰해 성인 남녀 1천 200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주변국 중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끼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7.6%가 미국을 압도적으로 꼽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다음으로 북한 13.4%, 일본 4.4%, 중국 4%, 러시아 0.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 대한 친밀감은 지난해 조사 때보다 거의 10%포인트 오른 반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친밀감은 각각 4.1%와 4% 내려갔습니다.

특히 가장 위협적인 나라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6%가 중국을 꼽아 지난해 보다 위협 인식이 13.6%포인트 올랐습니다.

최대 위협 2위는 북한으로 37.9%, 일본은 11.3%로 2년 전보다 거의 20%포인트 하락했고, 미국은 3.9%에 그쳤습니다.

아울러 미국을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82.7%에 달해 이 조사 시작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하는 등 “한국인 대다수가 미국을 협력 대상으로 인식했다”고 통일평화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반면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응답한 비율은 10.8%에 그쳤고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응답은 51.8%로 지난해 조사 때보다 10%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주변국의 대처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0.7%는 미국이 한국을 도울 것이라고 답해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변국의 한반도 통일 희망 정도에서도 미국이 통일을 원한다고 보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응답자의 42%가 미국도 통일을 원할 것으로 보았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각각 95%와 82%가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의 협조 필요성에 대해서도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비율이 93%로 가장 높았고, 중국은 73%로 지난해보다 9%, 러시아는 56%로 10% 내려갔습니다.

통일평화연구원은 중국의 통일 협조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조사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인들은 또 이번 조사에서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남북협력보다 미국과의 협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34%는 남북, 한-미, 한-중 협력이 통일을 위해 모두 중요하다고 답했고 32.7%는 한-미 협력, 29.5%는 남북 협력을 꼽았으며, 한-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3%에 그쳤습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4.1%로 지난해보다 8.3%포인트 증가한 반면 한-중 간 협력 강화는 10.4%에 머물렀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 시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중립 48.7%, 대미 협력 강화 45.7%로 비슷했지만 대중 협력은 5.5%에 그쳤습니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65.4%에서 16.7%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17.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연구원은 특히 20대 젊은 층에서 대미 협력 강화 답변이 절반을 넘어 중립보다 더 높게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청년층에서 미국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최근 북-중 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는 응답이 거의 90%에 달해 “한국인 대다수가 북-중 협력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 중 “중국에 대한 적대적이고 경계하는 여론이 증가했다”며 “최근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반중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지낸 미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학 센터의 이성현 박사는 6일 VOA에 “갑작스럽고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부터 쌓인 한국인들의 반중 감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시진핑 정부의 정보통제 등 전체주의적 대응,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 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자유와 민주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울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이성현 박사] “코비드-19 때, 또 홍콩에 대해 보여준 중국 정부의 행태는 그런 우려에 대한 경종을 굳혀주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이런 결과를 보고 놀랄 게 아니라 역시 그렇구나! 자유와 가치, 개인의 자유를 공유하는 체제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평화연구원은 또 북한에 대해서도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과 남북관계 정체 및 불확실성에 따라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의식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면서 북한에 도움을 주는 북-중 협력 강화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인들 사이에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 친밀감이 높고 중국과 북한에 반감이 높아지는 현상은 올해 한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거의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가 지난 8월 광복절을 맞아 실시한 국민 통일의식 조사에서 북한에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70%를 넘었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53%를 기록해 과반을 넘었습니다.

또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통일의식조사 2021’에서는 남북관계 보다 한-미 동맹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데 71.3%가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이런 결과는 “2014년 조사 때(51.9%)보다 2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한국 국민은 남북관계 개선보다 한-미 동맹 강화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조사를 진행한 민태은 연구위원은 지난 8월 제주포럼에서 한국인들이 현실적 실익을 중시해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민태은 연구위원] “지난 7년 동안 북한의 핵 개발도 계속됐고 그 사이 북-미 정상회담도 있고 좀 분위기가 좋았던 적도 있었지만, 사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그 사이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에 갈등도 있었고, 또 최근에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남북관계 발전보다는 더 현실성이 있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하는 것이 우리의 실익에 더 부합되겠다고 많은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민 위원은 특히 1981년에서 1997년 사이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에서 한-미 동맹 강화 등 미국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실익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민족주의에 기반한 남북관계 인식 성향이 약화되는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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