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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부부장, 문재인 대통령 '북한 도발 억지' 발언 비난...“남북관계 파괴될 수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의 도발을 언급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해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자위적 활동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관계 파국을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오후 10시쯤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대방을 헐뜯고 걸고 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남북관계의 완전 파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여지를 뒀습니다.

문 대통령이 15일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첫 시험발사 성공을 참관하면서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겁니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이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따라 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이라며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자신들은 8차 당 대회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국방과학 발전과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첫 해 중점과제 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연이어 이뤄진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정당화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자신들의 활동이 한국의 ‘국방 중기계획’과 다를 바 없다며 한국의 유사 행동은 정당하고 자신들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 대통령 실명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최소한의 존중은 지켜져야 한다”며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핵무기 고도화에 나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도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도발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용어가 틀린 게 아닌데 당신들이 하는 거 우리가 똑같이 하는데 왜 우리한테 도발이라고 하느냐, 이렇게 얘기함으로써 자기들 행동을 정당화하고 도발 표현을 부당한 것으로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고 앞으로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더 문제 제기 못하도록 협박하려는 의도도 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4시간만에 나온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세계 7번째로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한국의 국방력 고도화에 북한이 압박을 느끼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김 부부장의 앞선 담화들과 비교해 표현 수위에서 절제된 측면이 있다며 당장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여정 담화가 왜 순화됐다고 볼 수 있냐 하면요, 비난이 아니고 자기들 행동을 설명을 해요. 이것은 한국의 국방 중기계획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8차 당 대회 결정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향후에도 유사한 전술핵 개발, 핵 능력 고도화 관련 행동은 계속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ICBM이나 핵실험 같은 고강도 전략도발에 대한 가능성은 찾아 볼 수가 없고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담화가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그치지 않고 미-북 관계의 교착 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이뤄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철도기동 미사일연대의 훈련이었고 김정은 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고 16일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지난 3월 발사했던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되면서 화염과 연기가 열차와 그 주위를 휩싸는 모습이 보입니다.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는 올해 조직된 것으로 북한이 이 부대의 훈련을 공개한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은 미사일 부대를 관할하는 ‘전략군’에서 지난 2017년부터 이 발사체계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지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 기지에서 쏘는 게 있고 기지뿐만 아니라 이동식발사대, 차량형으로 돼 있는데 이번에 기차형으로 하나 더 만든 거에요. 북한 입장에선 탄도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이 필요한데 이제는 기차까지 동원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그런 부대를 새로 만들고 이번에 첫 공개를 한 거죠.”

한국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은 1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다양한 이동식발사대를 지속해서 개발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열차에서 발사하는 방식의 철도기동 미사일체계가 다량의 탄도미사일 운송이 가능하고 미사일을 탑재한 열차를 여객용으로 위장할 수 있어 군사위성 등 감시망에 노출될 확률이 낮은 장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북한 지역 내에 촘촘하게 깔린 철도망을 이용해 어느 지역에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기동성이 우수하다는 분석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 대학원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기차에다 싣고 어디든지 가서 움직이면서 발사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강화했다는 것은 한국의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술적 기술발전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신종우 사무국장은 하지만 이 미사일 발사체계는 철로가 파괴되면 무용지물이 되고 터널 속 엄폐 운용이 예상돼 발사지점이 사전에 예측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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