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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호 23억 달러 배상판결문 북한으로 보내져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법원에서 북한을 상대로 23억 달러의 배상금 판결을 이끌어낸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판결문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북한으로의 우편물 전달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판결문이 실제 북한에 도착할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 사무처는 12일 공개한 법원서류를 통해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의 판결문이 북한으로 송달됐음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법원 사무처는 푸에블로호 승조원 측 변호인의 요구에 따라 이날 판결문과 이를 북한 언어로 바꾼 번역본 등을 미 우체국(USPS)의 1급 우편물(First class mail)로 북한 외무성의 수장인 리선권 외무상에게 보냈습니다.

앞서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 2월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0여 명에 대해 북한이 총 23억 1천만 달러를 배상할 것을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 법원이 명령한 북한의 배상액 중 가장 큰 액수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판결문이 이날 북한을 향해 출발한 겁니다.

1960년대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은 억류기간 동안 신체와 경제적, 정신적 피해 등을 북한이 배상해야 한다며 2018년 2월 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소송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대응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번 판결문을 이행할 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판결문이 북한에 실제 전달될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미 법원이 해당 판결문에 대한 공식 송달을 인정할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미국의 연방법은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가 피고의 자산 추적 등 배상금 회수 노력에 착수하기 전에 해당 판결 내용을 피고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으며, 수신인의 서명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북한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등은 우편물 추적이 가능하고, 또 평양에 사무소가 마련돼 있는 국제우편물 서비스업체 ‘DHL’을 통해 판결문을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유엔이 아니거나, 비외교 목적의 우편물에 대해 DHL이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우체국이 북한으로 법원 문서를 보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우편물의 최종 도착 여부가 확인되는 DHL과 달리, 우체국은 이런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북한 납북 피해 유족인 김동식 목사의 부인과 딸, 그리고 북한에 2년 넘게 억류 피해를 입었던 케네스 배 씨 등은 DHL이 아닌 미국 우체국을 통해 소장을 북한에 보낸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소장이 담긴 우편물이 실제 북한에 도착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케네스 배 씨의 우편물에 대한 추적 기록은 지난 2월 뉴욕 JFK 공항을 떠났다는 내용을 끝으로 더 이상 추가 정보가 갱신되지 않고 있습니다.

검사 출신인 한국계 정홍균 변호사는 과거 VOA에 “북한처럼 미국과 우편과 관련한 합의가 없는 나라에 대해 미 법원은 어떤 우편물도 보낼 수 있지만, 해당 국가가 우편물을 수취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수취인, 북한의 외무성이 되겠죠. 외무성이 수령을 했다는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우편물이 돼야 소장 전달이 되고, 법에 의해 합법적인 소장 전달로 유권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케네스 배 씨와 김동식 목사 유족의 소장 역시 피고, 즉 북한으로 전달됐는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는 상태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의 판결문도 만약 북한으로 전달됐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법원이 관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또 이 결정에 따라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도 판가름 나게 됩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8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해제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오토 웜비어사망 사건을 계기로 재지정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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