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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 ICBM 중량 100t 수준…이동식 발사 차량 운용 부적합"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크기와 중량을 고려할 때 이동식 발사차량, TEL로 운용하기엔 부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또 북한이 다탄두 ICBM 개발 의지를 과시하긴 했지만 당장 시험발사가 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기계공학부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중량이 액체추진제를 넣었을 경우 100t 수준이고 길이는 23m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장 교수는 ‘북한의 신형 ICBM 초기 분석 결과’에서 11개의 바퀴축이 달린 이동식 발사차량, TEL에 미사일이 실린 사진으로 미뤄 55t 정도로 추정되는 화성-15형보다 훨씬 무겁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장 교수는 이 같은 중량과 길이 수준이라면 TEL에 싣고 발사위치로 이동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따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미사일) 길이가 길잖아요. 도로가 일직선으로 쫙 돼 있는 도로만 갈 수 없잖아요. 길이가 23~24m쯤 된다 그러면 회전반경이 엄청 길어지거든요. 또 언덕도 올라가고 산도 올라가는데 예를 들면 경사각이 조금만 돼도 100t이 넘는다 그러면 어떻게 끌고 올라가, 쉽지 않죠.”

장 교수는 따라서 신형 ICBM의 경우 TEL 방식 보다는 지하 미사일 설비인 사일로에 넣어 고정식 ICBM으로 운용하는 게 전술 운용 차원에서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길이가 32m, 중량 130t 수준의 중국 ICBM인 둥펑-5도 사일로에서 운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이동식 발사에 부합하지 않는 이런 대형 미사일을 굳이 TEL에 실어 사진으로 공개한 것은 다분히 과시용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차량이나 미사일이 너무나 대형이기 때문에 이동에 제약이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충분히 사전 탐지를 통해서 요격이 가능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과시용으로 혹은 기술개발용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전에서의 야전운용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무기체계다, 현재까지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신형 ICBM의 1단 엔진은 화성-15형 1단의 쌍둥이 ‘백두산 엔진’ 두 세트를 결합하고, 2단 엔진은 지난해 말 연소시험을 했다는 새로운 액체추진제 엔진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교수는 “신형 ICBM의 형상은 다탄두 ICBM처럼 보이지만 다탄두 ICBM이라면 상단에 후추진체, PBV를 넣을 공간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PBV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이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열병식 이튿날인 11일 `노동신문’에 새로운 ICBM에 대해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도 ‘화성-16’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장 교수는 “신형 ICBM이 목표로 하는 다탄두 미사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판단된다” 며 “실제 시험발사용이 아닌 과시용 ‘목업’(Mock-up), 즉 실물 크기의 모형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10일 자정을 기해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10일 자정을 기해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국 내 국책연구기관의 대량살상무기 전문가는 신형 ICBM의 크기나 북한의 엔진 개발 추이를 보면 각개목표 설정 재돌입 비행체, MIRV 기반의 다탄두 ICBM을 개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ICBM 개발의 가장 고난도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 등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지만 북한이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열병식에서 함께 공개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북극성4ㅅ(시옷)’에 대해선 북극성-3형과 비교할 때 동체 길이는 1m 짧아진 7.2m∼8m이고, 직경은 1.6m~1.7m로 동일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미사일 길이가 짧아진 것은 새로 개발하는 잠수함의 함교가 아닌 동체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이를 줄여 더 많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잠수함이 어떻게 생겼냐 하면 길게 생겼는데 가운데가 볼록 위로 나왔잖아요. 그걸 함교라고 해요. 전에는 거기에다 미사일 발사관을 꽂아 놨거든요. 그걸 일반 동체에다 꽂으면 동체는 기니까 세개, 네개 설치하기가 유리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고려해서 (미사일) 길이를 짧게 했는데 그렇게 되면 문제가 뭐냐 하면 핵탄두를 어느 정도 소형 경량화를 할 수 있겠느냐 왜냐하면 되게 짧거든요 페어링이.”

장 교수는 다만 “핵탄두와 유도제어 시스템을 장착할 페어링 부분의 길이가 1m 정도로 짧아져 이런 수준의 핵탄두 소형화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SLBM은 4천~5천t급 잠수함을 필요로 하는 크기인데, 이런 대형 디젤잠수함을 설계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드물다며, 잠수함 개발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북한은 SLBM 길이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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