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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전문가들 “영변 우라늄 농축 정황 불투명...실린더 유입 10년째 포착안돼”


지난해 10월 영변 핵 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강변에서의 굴착작업과 일부 차량들의 움직임이 확인된다. 사진제공: CNES / Airbus (Google Earth).
지난해 10월 영변 핵 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강변에서의 굴착작업과 일부 차량들의 움직임이 확인된다. 사진제공: CNES / Airbus (Google Earth).

북한 핵 사찰과 비핵화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의 우라늄 농축 증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설비 유지를 위해 원심분리기를 계속 돌려야 하는 우라늄농축공장의 특성상 위성에 포착된 가동 징후로는 농축 작업 여부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무기급 우라늄은 비밀 시설에서 생산할 것이라며, 영변 핵단지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에서 육불화우라늄 실린더 관련 움직임이 위성에 포착된다면 중요한 우라늄 농축 증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전 IAEA 사무차장] “What is puzzling is that over these years since 2010 the satellite imagery has not indicated any activities related to introduction or removal of uranium hexafluoride cylinders. Such movements are major indicators demonstrating that the facility is actually enriching.”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 영변 핵시설의 우라늄농축공장 주변에서 활동이 계속 관측되고 있다’는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분석과 관련해, “2010년 이래 영변 핵시설에서 육불화우라늄 실린더를 들여오거나 제거하는 동향이 위성에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의아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육불화우라늄은 우라늄 원광을 가공해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체 상태 화합물입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울 위해 원통형 실린더에 육불화우라늄 가스를 고속회전시켜 ‘우라늄238’과 핵무기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235’ 원자를 분리시키는 원심분리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앞서 38노스는 28일, 영변 핵시설에서 특수 궤도차와 액화질소 운반 트레일러로 추정되는 차량의 모습이 정기적으로 포착됐다며, 이는 우라늄 농축 작업이 지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수 차량 3~4대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 관리 차원 이상의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입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이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관측”이라면서도 “영변 우라늄농축공장의 설계와 가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이뤄진 분석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전 파악한 제한된 기술 정보를 근거로 해당 시설과 운영 현황에 대해 너무 광범위한 결론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전 IAEA 사무차장] “These are interesting observations, but they need to be seen in the context on what we know about the design and operations of Uranium Enrichment Plant In Yongbyon. We should also not try to make too far reaching conclusions about the plant and its operations based on limited technical information, which is almost a decade old.”

원심분리기 건물 서쪽 끝에 장착된 6개의 냉각기 가운데 1개가 제거된 뒤 교체되지 않고 있다는 38노스의 관측과 관련해서는, “냉각기 1개를 제거해도 시설 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장치 1개가 빠져도 차질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중복 설치해 놓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전 IAEA 사무차장] “Removal of one of the cooling units will likely not have much impact to the operation of a facility. Normally a design of a facility has some redundancy, which allows the facility to be operated fully without one such unit. When we look at the construction history of the facility, the removed unit is mainly supporting one of the enrichment halls. Thus there should not be any operational constraints imposed by such removal to the other centrifuge hall.”

“제거된 냉각기는 기존 원심분리기실 한 곳에만 적용되도록 설계돼 있어 (2013년 증축된) 다른 원심분리기실에는 운영상의 어떤 제약도 가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38노스가 우라늄 농축 정황으로 특히 주목한 액화질소 유입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액화질소 관련 동향은 진공상태에서 설비를 가동 중이라는 뜻”이라며 “하지만 반드시 우라늄 농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단서로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시설에서는 실제로 농축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진공상태로 원심분리기를 계속 회전시킨다”는 겁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전 IAEA 사무차장] “The LN2 services indicate that the process is maintained in vacuum, but it is not necessarily an indication that uranium enrichment is taking place. The operators of these kinds of facilities keep the centrifuges spinning and process in vacuum even if no actual enrichment is taking place. But what these events show is that North Korea appears, at least, to maintain the facility operable.”

하이노넨 연구원은 “다만 이런 정황들을 볼 때, 북한은 해당 시설을 운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북한 당국이 2010년 11월 미국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우라늄농축공장을 실험용 경수로(ELWR)에 연료로 쓸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곳으로 소개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실험용 경수로 가동이 지연되는 것은 우라늄농축공장 가동이 줄어든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전 IAEA 사무차장] “When Dr. Hecker visited the facility ten years ago, he was told that this facility is designated to produce low enriched uranium for the Experimental Light Water Reactor in Yongbyon. The reactor project appears since then to have been substantially delayed, which may explain possible reduced operations of the enrichment plant albeit uranium produced in Yongbyon can be enriched further to weapons grade level. However, North Korea is highly likely having other enrichment plants, which are dedicated for weapons purposes.”

38노스는 지난해 말 실험용 경수로(ELWR)로 추정되는 시설 인근에 위치한 기능 미상의 단층 건물 등이 파괴되고 새로운 건물로 교체됐다면서도, 5MW(메가와트) 원자로나 실험용 경수로가 가동 중이라는 분명한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은 무기급 우라늄 생산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별도의 시설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북한 핵시설을 분석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38노스가 공개한 위성사진으로는 우라늄농축공장 가동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 “I would hesitate to conclude that the UEP is operating or not operating from these images. Moreover, the images cannot reveal whether the building is producing low enriched uranium or weapon-grade uranium, or on standby with centrifuges spinning, and not enriching at all.”

올브라이트 소장은 “해당 위성사진을 근거로 우라늄농축공장이 가동 중인지 아닌지 결론내리는 데 주저할 것”이라며, “게다가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는지,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는지, 아니면 농축 작업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준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원심분리기만 회전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영변은 기본적인 핵물질을 생산하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 이뤄지는 어떤 활동이든 우려할만하다”면서도 “북한이 이미 30~5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가정할 때 이곳이 핵무기 증가에 기여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 “Of course, any activity at Yongbyon is of concern, since it is dedicated to producing the basic nuclear materials for nuclear weapons. However, in any year, its total contribution to that arsenal is relatively small, assuming North Korea already has 30-50 nuclear weapons.”

특히 “풀리지 않은 가장 큰 의문은 영변 외 시설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면서 “무기급 우라늄 추가 생산에서부터 핵무기 제조와 배치에 이르는 광범위한 과정이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 "One of the biggest unanswered questions is rather broad: what takes place outside Yongbyon, from additional production of weapon-grade uranium to the development, production, and deployment of nuclear weapons. Too much focus on Yongbyon can give a false impression that all the "action" is there."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 핵시설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모든 핵 관련 활동이 이곳에서만 이뤄진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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