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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음악으로 힐링하는 ‘노래하는 의사’...야구장에서 요리하는 셰프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음악으로 힐링하는 ‘노래하는 의사’...야구장에서 요리하는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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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촌각을 다투고 있는데요. 의료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도 많다고 하죠. 그런데 미국 최고의 병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가면,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미네소타주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전공의 엘비스 프랜수아 씨가 병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미네소타주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전공의 엘비스 프랜수아 씨가 병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첫 번째 이야기, 음악으로 힐링하는 노래하는 의사”

피아노 연주에 맞춰 멋진 노래 실력을 뽐내는 이 남자. 목소리만 들으면 가수인가 싶지만, 입고 있는 옷을 보면 의사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미네소타주 메이요병원의 정형외과 전공의 엘비스 프랜수아 씨입니다.

프랜수아 수련의는 이렇게 병원에서 동료 의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개인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 올려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프랜수아 씨는 메이요병원 곳곳에 피아노가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언제든 와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할 수 있고, 또 주위를 지나가는 많은 환자에게 연주를 들려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환자들이 주위에 머물 수 없게 되자 이렇게 병원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게 됐다는 겁니다.

요즘은 특히 용기와 위로를 주는 노래를 부르며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있는데요. 메이요병원에서 5년 동안의 전공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프랜수아 씨는 사실 2년 전부터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노래를 올려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병원에서 찍어 올린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이 사람들의 관심을 특히 많이 받았다는데요. ‘상상해 보세요’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평화를 상징하는 노래로 잘 알려져 있죠

이 노래 영상을 접한 내슈빌의 음악 제작자들은 프랜수아 수련의에게 미니앨범(EP)을 낼 것을 제안했는데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총 4곡이 담긴 이 음반의 수익금은 코로나 대응 기관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프랜수아 수련의는 이렇게 전 세계가 같은 문제에 직면한 건 현세대 들어 처음이지 않냐며, 국제적인 전염병의 대유행이 마치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것 같다고 했는데요.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나 정치나 인종에 의해, 그 밖의 다른 여러 문제로 인해 전 세계가 분열돼 있었는데 그런 분열 양상이 코로나로 멈춰버린 듯 하다는 겁니다.

프랜수아 의사는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다 같은 사람들이고 모두가 함께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메이요병원은 뉴욕이나 미국의 다른 지역 병원들처럼 코로나 환자들이 몰려들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자신을 포함해 의료진 모두 힘을 모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수술을 통해, 또는 약을 통해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약이 가지 못하는 곳에도 음악은 갈 수 있다는 건데요. 물론 약이 병든 몸은 치료할 수 있지만, 음악은 영혼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랜수아 씨는 자신이 이렇게 음악을 통해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이자 특권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프랜수아 수련의는 자신이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전 세계의 의사와 간호사들로부터 감사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또 매일 겪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을 잠시나마 잊게 해줘 고맙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하네요.

프랜수아 씨가 최근 내놓은 미니앨범의 이름은 ‘Music Is Medicine’, ‘음악이 치료제’라고 하는데요. 바로 이 이름처럼, 프랜수아 씨는 자신의 의술과 목소리를 통해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치유하고 있습니다.

‘월드센트럴키친(World Central Kitchen)’의 봉사자들이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 야구 경기장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월드센트럴키친(World Central Kitchen)’의 봉사자들이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 야구 경기장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먹이는 유명 요리사”

미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요리사 가운데 호세 안드레스 씨가 있습니다. 예술적인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며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안드레스 씨는 워싱턴 D.C.를 기반으로 식당을 여러 곳 운영하고 있죠. 그런데 요즘 안드레스 씨는 그 누구보다 바쁘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더 바쁘냐고요? 이전에는 식당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 요리를 했지만,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 야구 경기장. 예년 같으면 야구 경기를 찾는 사람들도 북적이겠지만, 올해는 적막감이 흐릅니다. 그런데 야구장의 식당으로 운영되던 너른 부엌만큼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데요.

유명 식당 사업가이자 ‘월드센트럴키친(World Central Kitchen)’이라는 자선단체의 설립자이기도 한 안드레스 씨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바로 이 부엌에서 수천 명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스 씨는 이렇게 지역 내 야구장들의 공간을 활용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야구장은 좋은 시절에도 중요한 공간이지만, 비상 시기에도 지역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겁니다. 또 야구장의 너른 공간을 이용해 수천 끼, 또는 수만 끼의 식사를 만들 수 있다는 건데요.

‘월드센트럴키친(World Central Kitchen)’를 통해 전 세계 재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먹여왔던 안드레스 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부터는 이렇게 워싱턴 D.C. 지역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내셔널스 야구장 측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데요.

내셔널스 야구장의 조너선 스탈 부회장은 구장 측도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를 원해 구장 측에서 먼저 안드레스 씨에게 공간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구장의 훌륭한 부엌 공간을 활용해 이웃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습니다.

내셔널스 야구장 부엌은 50명의 사람이 동시에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요. 또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가동되는데요. 고기와 야채, 밥, 과일 등이 골고루 갖춰진 훌륭한 식사가 포장되어 나옵니다.

이렇게 나온 요리들은 트럭이나 배달 서비스 직원들 차에 실려 지역 내 병원과 노인 요양 시설, 저소득층 거주 지역, 노숙자들이 모이는 장소 등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식사 준비에 투입되는만큼, 사람들의 안전과 위생 역시 철저히 따진다고 하는데요.

스탈 부회장은 부엌 공간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우선 체온을 재서 열이 조금이라고 있으면 들어올 수 없다고 하고요. 열이 없다는 게 확인되면 개인 소지품은 별도의 장소에 다 보관해 두고, 몸만 와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안드레스 씨의 이런 노력은 워싱턴 안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많은 개인 후원자들, 또 재정 후원을 하는 기업들을 통해 월드센트럴키친은 미국 내 여러 도시에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안드레스 씨는 미국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코로나 영웅 25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포춘지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자 매일 약 10만 끼의 식사를 코로나를 위해 싸우는 의료진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매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지역 사회를 돕고 또 자신의 식당 직원들에겐 일자리를 제공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안드레스 씨는 하지만 이 일에 마감 시한은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까지 계속 이 일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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