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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관리 대담] 갈루치·세이모어 “미-북 정상외교로 얻은 기회 신중히 다뤄야…실무진에 힘 실어야”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오른쪽)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VOA 안소영 기자와의 대담에 참석했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외교로 시작된 대화 분위기를 신중히 다루지 않으면 2020년은 `위험한 정체기’가 될 것이라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밝혔습니다. 두 전직 관리는 VOA와의 대담에서 미국은 오랜 적대국들과 관계 정상화를 이룬 사례가 있다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협상 실무진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1994년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 핵 문제를 담당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22일 두 전직 관리의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기자) 두 분은 북한과의 직접 협상 경험을 갖고 계십니다. 현 단계 미-북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죠.

갈루치 전 특사) 부시 행정부에서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관여정책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에도 별로 대응하지 않아 실망하고 있던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 간 만남이라는 파격 제안을 했죠.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겁니다. 장점은 상당한 진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 단점은 신중한 접근이 없으면 과거 모든 대북 관여정책을 약화시킨다는 겁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어렵고도 위험한 정체기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현재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 간 만남 이후 이를 실무 협상으로 이어가는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북한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에 지속적으로 대화 재개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민주당이 정권을 잡든,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조치 실행 문제는 차기 행정부의 도전과제가 될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꽉 막힌 미-북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세이모어 전 조정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일부 제재 완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 보니 진전이 없는 겁니다. ‘하노이 회담’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의 상응 조치로 제재 완화를 요구했고, 미국은 영변 외 핵 시설을 포함하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다고 밝혀 회담이 결렬됐습니다. 영변 시설 폐쇄는 충분한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안 되는 만큼, 북한은 핵 물질을 제조하는 영변 외 시설을 폐기하고 검증받아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국도 일부 제재를 완화하고 미-북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세이모어 조정관의 ‘북한 책임론’이 옳을 수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실무진 사이에서 합의안을 마련했고 하노이에서 두 정상이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하기 전에는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더 큰 ‘딜’을 미국이 제안한 것 같습니다. 이후 미-북 협상은 소강 상태를 맞았죠. 문제는 나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양측이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의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지가 핵심입니다.

기자) 대화의 문이 닫힐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갈루치 전 특사) 저희 같은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2020년이 (화염과 분노의) 2017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확한 의미는 밝히지 않았지만, 거듭 ‘새로운 길’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소위 말하는 ‘레드라인’을 넘는 수준의 도발을 감행하느냐가 관건인데, 그렇게 된다면 2017년으로 회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미국은 포괄적 수준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 이전에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결정해야 합니다. 지난 몇 달 간 가한 김 위원장의 위협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김정은이 평화를 유지할지, 대미 압박을 위해 추가 실험에 나설지 몇 달 후면 북한의 결정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갈루치 전 특사 말씀처럼 ‘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미-북 간 진전이 없으면 내년이든 후년이든 언제든 북한은 실험을 재개할 것이고, 2017년의 상황은 재연될 겁니다.

기자) 미국은 지난 30년 가까이 대북 관여부터 강압 정책, 심지어 ‘전략적 인내정책’까지 여러 수단을 동원해 북한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듯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강력한 생존과 방어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핵 역량을 키우려는 동기인 셈이죠. 반면, 북한의 행태를 바꿀 수 있는 미국의 역량은 제한적입니다. 북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인해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정권을 교체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 물질 생산 제한을 거쳐, 핵무기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긴 호흡으로 협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

갈루치 전 특사) 좋습니다. 그런 모든 것에 동의한 후,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가 자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겁니다. 미국은 북한 정권이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역내 미국의 동맹국들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또 북한은 미국이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독일, 베트남 등 과거 적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미국의 기준에 부합해야 합니다. 북한이 더는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북한 주민에 대한 ‘위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유엔이 권고하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충족해야 합니다. 미-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은 혜택을 얻게 될 것이고 비핵화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갈루치 전 특사 말씀에 동의합니다.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했다고, 희망이 없는 목표라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 (NPT)에 따른 의무 이행을 재고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미-북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갈루치 전 특사) 다소 우려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 간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25년 전, 제가 미국 협상단과 함께 북한 대표단을 만났을 당시 북한은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미 행정부를 대표하고, 또 큰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하지만 북한은 이제 실무진 간 만남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려 합니다. 비핵화의 세부사안을 논의해야 하는 실무진의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북 간 판문점 회동이 있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으로 봐서는 추가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현실적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검증 부분 등 군축 합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수정해야 합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한 ‘현실’을 보여줄 필요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성과를 과장한 측면이 있고, 때문에 북한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비핵화가 단시간에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으로부터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전반적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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