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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남북경협, 미-한 공조와 제재 동력 떨어뜨려”


지난 2008년 11월 한국 파주에서 북한 개성으로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한국 파주에서 북한 개성으로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남북협력 사업의 제재 위반 여부를 넘어 미-한 공조와 대북정책 전반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중요성이 거듭 ‘예외’로 인정받아 대북압박 동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신중한 반응은 북한 비핵화 노력에 부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원칙에 공감하지만 대북 압박을 상쇄시킬 수 있는 남북협력 대상과 속도에는 민감해 하는 겁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워싱턴에서 남북관계의 가치를 줄곧 강조해온 대표적인 인사입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미-북 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이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역사성과 특수성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위한 제재 압박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미국은 제재 완화를 거부하는데, 남북 경제협력이 ‘예외’ 상황을 조성해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초점은 이처럼 한국인 개별관광 등의 제재 여부를 넘어 미-한 정책 공조와 제재 체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맞춰집니다.

출발점은 ‘개별관광 계획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며 교착상태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 융통성’이라는 전제입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남북경협과 북한관광 활성화 계획에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은 “대담한 시도”이며 미-북 대화가 교착된 가운데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개별 관광이 실제로 대북 제재와 무관한 지 여부가 문제로 남습니다.

노퍼 연구원은 관광은 유엔과 미국 제재에 위배되지 않지만 관련 투자나 시설 현대화 등은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따라서 개별 관광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개별관광’은 제재 대상인 합작사업 모양새를 피하려는 눈속임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예약을 담당하고 대금 지불을 관리하며 버스를 운전하는 누군가가 있는 한, 이는 조직 차원의 합작사업이라는 지적입니다.

노퍼 연구원은 제재 완화 시 이처럼 낮은 수위의 남북경협에서 시작하는 게 맞는다면서도 문제는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청와대가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남북협력의 기초를 닦아도 북한이 여기에 호응할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겁니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도 남북경협 계획 만큼은 한국의 독자적이고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교수]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통하지 않는 현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재량을 발휘해볼 만한 영역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여기서 해거드 교수의 의문은 제재 위배 가능성이 아니라 미국과의 정책 공조와 조율 여부입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겁니다.

워싱턴에서는 개별 남북경협의 ‘적법성’ 여부보다 이를 광범위한 대북 제재의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남북협력 사업을 모색하는 시도 자체가 제재의 구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제재는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이 있을 때만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그런 움직임이 생기면 남북교류를 제재 완화의 우선순위로 지지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남북경협은 제재 위배 여부를 떠나 북한 정권을 옥죄려는 제재의 목적에 반한다는 문제 의식도 여전합니다.

특히 중요 동맹인 한국으로부터 북한의 제재 부담을 덜어줄 각종 경협 방안이 이어지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입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제재 부담을 덜어주려고 하는데, 바로 그런 부담을 정권에 안기는 것이 제재의 취지라는 지적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남북경협은 결국 한국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정책 목표를 공개적으로 거스르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또한 남북경협에 동원되는 북한인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고려할 때 심각한 인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을 앞세워온 한국 정부가 반인륜적 범죄로 비난 받는 정권을 돕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남북협력을 추진한다면 논쟁의 소지가 훨씬 적은 부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킹 전 국무부 특사는 한국 정부가 관광보다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처음부터 백두산 관광 등을 "강매"하기 보다 인도주의 부문에서부터 천천히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안입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과의 교류는 이산가족 상봉 등이 제도화된 뒤 관광 등의 협력으로 확대하는 수순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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