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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탈북 화가 송벽, 워싱턴 첫 개인전


미국 워싱턴 '로스트 오리진 갤러리'에 전시된 송벽 화가의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유명 미술관에서 탈북민 출신 화가의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뉴스풍경 오디오] 탈북 화가 송벽, 워싱턴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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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그림을 그리다 굶주림 때문에 탈북한 화가 송벽.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은 송 화가는 여동생 하나만 남겨두고 가족 모두를 잃었습니다.

손가락 하나가 잘려나갈 만큼 고된 탈북 여정을 겪은 송 화가는 지난 2002년 한국에 정착한 뒤 한국화와 교육학을 공부하며 미술가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나라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지만 송 화가는 북한에서의 30년과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으면서 북한 인권 운동가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2007년부터 전시 활동을 시작한 송 화가는 2010년 그린 풍자화 ‘벗어라’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펄럭이는 치마 아래로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포즈를 취한 미국의 유명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영화 속 모습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웃는 얼굴을 섞은 이 그림을 통해 송 화가는 ‘가면을 벗으라’고 북한 정권에 외쳤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그의 메시지와 그림에 주목하는 가운데 지난 10여 년 동안 유엔과 미 국무부, 미 연방 하원과 미국 대학 등 미국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활동한 송벽 화가가 2020년 새해, 워싱턴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습니다.

송벽 화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들로 가득 차 있다.
송벽 화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픽 소설: 북한 사람 이야기”전시회.

지난 11일, 워싱턴 시내 마운트 플레젠트의 상업미술관 로스트 오리진 갤러리에 350여명의 관람객이 몰렸습니다.

이 갤러리에는 송벽 화가의 최근 작품들을 포함해 30점의 그림과 10미터 길이의 그림책, 미-북 정상의 얼굴과 북한 주민을 조각한 양초,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술병과 잔, 숫가락, 젓가락 등 소품이 전시됐습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탈북 화가의 북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나게 된 관람객들은 그림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딱딱한 정치적 메시지로 일관될 거라 생각했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에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녹취: 20대 미국인 남성] “I like how he sort of able to blend. I think the, sort of, sort of elegant style with political statements, you know, and so not all of.”

20대 미국인 남성은 미국과 한국, 북한의 지도자 얼굴이 담긴 정치적인 그림 조차 매우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했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미국 여성 캣 버빌 씨는 북한 화가들의 창의성이 궁금했고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전시관을 찾았다며, 정치적인 메시지가 강했고 시적인 표현이 담긴 작품들도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40대 미국인 남성은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그림에서 북한 주민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40대 미국인 남성] “It was definitely eye opening experience, really understanding the suffuring..”

송벽 화가와 제이슨 해머커 갤러리 관장이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벽 화가와 제이슨 해머커 갤러리 관장이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는 전시회에 참석한 송벽 작가의 연설을 통해 더 깊어졌습니다.

[현장음 녹취: 송벽] “저는 이렇게 아메리카 유럽 땅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살고 있지만, 자유를 찾기 위해 가족이 죽어나가는 것을 봐야 했습니다. 지구상에 북한과 같은 나라가 존재할까..”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최근 작 “내 품에 안겨봐”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풍자했습니다.

두 개의 그림이 한 작품인데, 각각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안고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하얀색 치마를 입고 빨간색 구두를 신었으며, 손에는 해골이 들려 있습니다.

송 화가는 VOA에 이 그림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송벽]”평화를 내세워서 너무 김정은이한테 김정은 대변인 노릇을 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 안타까웠어요. 북한 주민은 3대 세습으로 살았거든요. 70년 동안에 북한 국민들은 남모를 눈물, 말 못할 사연 가지고 엄청나게 희생 당했거든요. 평화 소리 하고 사랑놀이할 때 북한 국민은 죽어 나가거든요. 인간 개개인의 생명은 소중한데, 왜 북한 국민들은 죽어 나가는지. 트럼프는 세계를 움직이는 나라의 지도자거든요. 사랑 소리 할 때 북한 국민들의 한숨소리와 죽어나가는 모습을 왜 생각 못하는지.. 그래서 해골을 그려넣었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과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시각을 담은 작품 외에,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작품 ‘소망’은 커다란 나뭇잎사귀 아래 함께 비를 피하는 남북한 소녀의 천민난만한 표정이 압권입니다.

그밖에 김정은 위원장이 벌거벗은 채 로켓을 타고 날아가는 ‘세상 밖으로’, 빨간 철문을 잡고 있는 손을 그린 ‘억압’. 커다란 개가 김정은 사진에 소변을 보는 ‘21일 세기 태양’ 등 풍자와 해학이 담긴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큐레이터 크리스티나 영 씨는 VOA에 전시회를 기획한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티나 영] “he has a unique story in the first place but then the way that she tells that visually is so different..”

송벽 화가가 갖고 있는 이야기의 희소성과 그림이 갖고 있는 두드러진 시각적 특성, 그리고 현재 한반도 상황을 지켜보는 미국인들의 관심 등 여러 요인이 전시회를 기획하게 했다는 겁니다.

영 큐레이터는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찾도록 하는데 집중했다면서, 자신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영 큐레이터는 앞서 연설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는 북한에서 태어난 실향민이라며 낯설지 않은 탈북 화가에 대한 관심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북한 사람들을 먹일 수도, 자유를 줄 수도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돕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송벽 화가의 그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을 통해 시작됐습니다.

미 연방 공무원으로 일하며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는 챨스 육 씨가 영 큐레이터에게 송 화가를 소개한 것인데, 육 씨는 송 화가를 미국사회에 소개할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챨스 육] “His work is great on two different levels. One is the political and huma..”

송 화가의 작품은 정치와 북한 인권에 대한 메시지와 더불어 북한 주민들의 인고의 삶이 표현되고 이를 표현하는 작가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입니다.

챨스 육 씨는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인권운동가, 정책연구소 관계자들이 주목한 전시회가 많았지만 예술가와, 미술수집가, 미술관 관계자 등 미술계가 주목하길 바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챨스 육] “We've seen a lot of exhibitions where human rights professionals. Think..”

송벽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송벽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실제로 이날 전시회에서는 지역 미술수집가와 스미소니언 미술관 관계자 등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2019년 디씨 최고의 갤러리’로 선정된 로스트 오리진 갤러리의 제이슨 해머커 관장입니다.

[녹취: 제이슨 해머커] “the vibrancy of the color, the cleanliness of the design. It is ..”

송 화가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색의 생동감과 디자인의 깔끔함에 사로잡힐 만큼 상당히 강력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런 작품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송 화가를 위해 무료 대관을 결정한 해머커 관장은 자신보다 지역사회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머커 관장은 미국인 관람객들이 작품에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전시회가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북한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매우 큰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이슨 해머커] “This is the first time I've had an international artists come. And so that was a very very very big deal for me as a gallery..”

송벽 화가의 “그래픽 소설: 북한 사람 이야기”전시회는 다음달 23일까지 계속되며, 워싱턴에 이어 뉴욕의 인권재단(HRF)에서도 전시회가 이어집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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