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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북한 문학 가르치는 한인 교수


임마누엘 김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의 대학에서 한국계 미국인 교수가 학생들에게 북한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풍경 오디오] 북한 문학 가르치는 한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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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판사는 그 녀인이 불쌍하였다. 그래서 그 녀인의 인권을 위해 사건을 기각하지 못했다.”

북한의 백남룡 작가가 1988년에 쓴 ‘벗’ 이라는 소설의 한 대목입니다.

이 소설에는 가수가 직업인 북한 여성 순희와, 순희를 아내로 둔 선반공 석춘, 그리고 판사인 정진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소설은 순희가 시 인민재판소 정진우 판사를 찾아가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으니 이혼시켜 달라’고 하소연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인 정진우 판사는 이혼을 간절히 원하는 순희의 바람과 달리, 이혼이 합당한지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벌이는데요, 소설은 한 가정을 회복시키려는 판사의 행보로 채워집니다.

순희와 석춘은 결혼 후 자녀를 출산하고 그리고 애정이 식어가고 서로의 바람이 엇갈리며 행복이 사라지는 등 여느 부부와 비슷한 갈등을 겪습니다.

그러나, 판사는 생면부지인 한 부부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며 두 사람의 화해와 회복을 위해 애를 쓰는데 소설은 정진우 판사를 ‘담당한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고 인격적인 만남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주인공 순희와 석춘에 대한 인물 묘사도 생각과 감정이 느껴질 만큼 세세합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찬양이나 선전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 백남룡 작가의 소설 ‘벗’은 미국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한국계 미국인 교수에게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임마누엘 김 교수입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제가 그동안에 좀 비판해왔다. 북한 문학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거죠? 그만큼 좋아요. 작가들이 엄청 잘 써요. 글은 문장이나 문체나 그래서 북한 작가들이 실력이 없는 분들은 아니에요. 단지 그런 환경에서 써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 못 쓰는 거죠?”

이 소설이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일관된 줄 알았던 북한 문학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문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에 대해 잘라 말합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당을 찬양하고 리더들을 찬양하고, 추방당하고, 처형당하고, 저는 그 보다 더 잘못된 생각이 없다고 봐요. 근데 문학을 진짜 아시는 분들은 물론 그런 소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 이게 공산국가라, 엄격하고, 검열에 엄격하고, 자유가 없고, 근데 그건 어디까지가 맞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작가들도 예술가인데, 나름대로 되게 재미있어요. 어디 작가들이 다 나름대로 자기의 그 향수가 있고요 색깔이 있고 그래서 누구 백 보면 아 이건 백 소설이다, 하고 알 수 있을 만큼 나름대로 색깔이 있어 가지고요.”

김 교수는 북한 문학을 편견없이 이해하려면 시대적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북한 작가들이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냉전시대 등 격변의 시대 속에 살면서 정권의 노선에 맞는 글을 써왔기 때문입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1950년 후반에서 60년 말까지 천리마 운동을 시작했어요. 천리마 운동 시기는 엄청 지루합니다. 문학 소설이 다들 ‘그냥 힘을 합치자’ ‘마음을 합치자’ 했으니까, 70년대가 사람들이 제일 비판하는 식이에요. 그냥 너무 지루하거든요.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같고. 하지만 그 뒤에 그 배경을 알면, 그 갈등은 왜 일어났냐 …”

1980년대 들어서는 북한 문학의 주제와 주인공 등에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하는 김 교수는 그러나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게 꾸준히 발견되는 것이 북한 작가들의 문학성이라고 강조합니다.

백남룡 작가의 ‘벗’이 대표적이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쓴 홍석준의 ‘황진이’를 언급했습니다.

북한 작가의 소설 ‘황진이’가 한국에서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는 겁니다.

백 작가의 ‘벗’에는 부부가 되기 전 주인공들의 사랑이 싹 트는 장면 등 심리 묘사가 매우 서정적입니다.

“그는 순희의 량 어깨를 꽉 그러잡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쪼각달은 처녀의 눈을 밝게 비쳐주지 못했다. 그러나 석춘이는 요전날처럼 두려워하는 눈동자가 아님을 보았다. 그 눈은 어둠 속에서 하늘가 머나먼 곳의 별처럼 사랑과 앞날에 대한 말없는 언약을 하며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김 교수는 반면 북한 문학이기 때문에 드러나는 공통점도 소개합니다.

작품 속의 사건과 배경은 북한의 정치, 사회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백 작가의 소설 ‘벗’에서 남편과 아내의 갈등이 ‘북한적’ 이라며 남편은 당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당을 위해 살 것이고, 아내는 남편이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길 바란다는 겁니다.

북한 문학의 또 다른 공통점은 도입 부분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합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북한 문학은 주로 어떻게 시작하냐면요. 환경을 다 이렇게 그려 줘요. 작가가 산, 푸른 산 바다 하는 그런 거 있잖아요 거기는 재판소에서 시작하고. 여자가 거의 눈물을 아니면 다리를 떨듯이 그 재판 이혼 서류 작성하는 그 장면부터 시작하는 거야. 벌써 딱 흥미롭죠.”

또 북한 문학은 북한 정권이 인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드러난다고 지적합니다.

백남룡 작가의 ‘벗’에서는 판사가 석춘과 순희의 결혼 10주년을 맞아 자녀를 챙기며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하는 장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일요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물결이 흘러간다. 가정을 떠난 사람은 없다. 가정은 인간의 사랑이 살고 미래가 자라는 아름다운 세계이다.”

판사는 당이며 자녀는 미래를 상징하는 듯 한데요, 북한 문학은 당이 인민의 행복을 바란다는 이상향 선전으로 귀결된다는 겁니다.

2년 전까지 뉴욕주립대학에서 북한의 문학을 가르쳐온 임마누엘 김 교수.

김 교수는 미국인 대학생들에게 북한의 문학과 영화 그리고 정치 사회 등 전반적인 내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선입견을 갖고 첫 강의를 듣지만 학기가 끝난 후의 변화를 기대하며 가르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 편견을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가는..이미 편견을 갖고 있는 학생들 들어오잖아요. 완전히 편견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 하진 않아요.뭐 바꿀 수 있으면 제일 좋고요. 근데 그런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는 기대하고 있냐? 너네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 편견을 갖고 그 딱딱한 갖고 들어왔는데 1학기가 끝날 무렵에 그 편견에 금이 조금만 갔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러면서 학생들의 북한 문학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의 북한 문학 연구는 한국에 있는 북한 문학들을 섭렵하고 북한의 ‘조선문학’ 잡지를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연구하는 등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지금까지 200권이 넘는 북한 문학 작품들을 연구한 김 교수는 북한 문학 연구를 위한 자료 수집 조차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 교수가 최근 북한 문학을 영문 번역한 이유도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라고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8일 동안 평양에 머물며 백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던 김 교수는 자신에게 시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벗’을 미국 사회에 소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나이 70세인 백남룡 작가의 ‘벗(Friend: A Novel from North Korea)의 영문번역판을 펴냈고 현재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저뿐만 아니라 미국에 계시는 거 한국 학자들이 북한에 북한 문학을 가르치기 원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못 가르치는 이유는 자료가 없어요. 번역된 자료가 없어서. 학생들이 읽기 너무 힘들죠. 그 문제 때문에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었죠.”

‘벗’의 영문 번역판은 강의 교재로 사용되며 미국인 학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김 교수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2008년과 2015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김 교수는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 금지령이 풀리는 데로 북한에서 최근의 북한 문학과 영상물과 북한 드라마 등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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