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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연말기획: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1.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2019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현재 한반도 정세는 남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미-북 비핵화 협상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한반도에서 머잖아 2017년과 같은 위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VOA는 연말을 맞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주요 움직임을 되돌아보는 기획물을 준비했습니다. 다섯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특집보도,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이연철 기자입니다.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미-북 실무 협상이 두 달 가까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시작된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미-북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국무위원장]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를 강요하고 제재와 압박을 계속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5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Chairman Kim and I will meet again on February 27 and 28 in Vietnam.”

2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베트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는 발표였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약 8개월 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김 위원장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정상회담 때 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은 이 회담은 `하노이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났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Basically they wanted the sanctions lifted in their entirely, and we could't do that. They were willing to denuke a large portion of the areas that we wanted, but we couldn't give up all the sanctions for that."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상당 부분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모든 제재를 해제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자신들이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것은 부분적 제재 해제였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리용호 외무상]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제재 문제와 함께 영변 핵 시설도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미국은 영변 핵 시설 전면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북한은 영변 폐기에 따른 제재 해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결렬로 미-북 간 견해차가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It looks to me like the US decided that it wanted to take a bigger step that North Korea is ready for.”

미국은 북한이 준비한 것 보다 더 큰 조치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침묵하던 김정은 위원장은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에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올해 말을 협상 시한으로 못박았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 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잇따른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또 5월부터는 계속 단거리 미사일들을 발사하며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도 이어갔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에 좀처럼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두 정상의 친서 교환이었습니다.

6월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인 전날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도 23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을 하루 앞둔 6월29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제안했고, 이튿날인 6월30일 판문점에서 사상 첫 남-북-미 정상 간 회동이 이뤄졌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분계선을 넘어서 우리 땅을 밟았는데,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당초 몇 분 동안의 짧은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고, 두 정상은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And what’s going to happen is over the next two or three weeks, the teams are going to start working to see whether or not they can do anything.”

2-3주 안에 양측 협상 팀이 만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두 정상이 재개를 합의한 실무회담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단계적인 협상 원칙에 동의할 것을 압박하는 북한과,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부딪히면서 협상 교착 상태는 장기간 지속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다시 문제 삼기 시작했고, 대화를 거부하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계속 발사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은 실무 협상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만남을 통한 문제 해결을 바란다는 겁니다.

9월9일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실무 협상 재개를 제안하면서 미-북 대화가 가까스로 되살아났습니다.

10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양측의 실무 협상이 열렸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열린 이 협상은 8시간 30분 만에 결렬로 끝났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미국은 포괄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북 실무협 상의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결렬이 전적으로 미국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명길 순회대사]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김명길 대사의 성명이 협상 내용이나 분위기와는 다르다며, 북한과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주 후에 다시 만나자는 회의 주최국 스웨덴의 초청을 받아들이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일축했습니다.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 협상 결렬 이후 대미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미 담화와 성명을 쏟아내며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대화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3일에는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동시에 무력시위도 이어갔습니다. 최근에는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실험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시험’을 잇따라 진행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습니다.

미국은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최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켈리 크래프트 미국대사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실험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도, 외교적 해법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크래프트 대사] “We remain ready to take actions in parallel, and to simultaneously take concrete steps toward this agreement, we are prepared to be flexible in how we approach this manner.”

미국은 (북한의 행동에) 병행적 동시적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으며, 협상에서 유연한 대처를 할 준비 역시 돼 있다는 겁니다.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이 이에 상응해 대담한 결정을 하고,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안보리 회의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대화 제의도 일축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16일 한국 방문 중 북한에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비건 대북대표] “Let me speak directly to our counterparts in North Korea. We are here, and you know how to reach us.”

자신이 여기 한국에 와 있고, 북한은 미국을 어떻게 접촉할지를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은 비건 대표의 대화 제의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비건 대표의 북한 접촉 무산으로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 전 미-북 대화의 기회는 사실상 닫혔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한 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두 차례나 만났고, 실무 협상도 열었지만 모두 `노딜'과 `결렬'로 끝났고, 미-북 비핵화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도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새해부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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