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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미국 원주민 예술 학교...재활용품으로 만든 운동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아메리칸 인디언 예술 학교(Institute of American Indian Arts)’에서 학생이 원주민 악기를 배우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오는 목요일인 28일은 미국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Thanksgiving Day, 즉 추수감사절입니다. 약 400년 전, 종교적 자유를 위해 영국을 떠난 청교도들이 미국 동부에 도착한 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농사를 짓게 되고, 첫 수확에 감사하며 잔치를 벌인 것이 추수감사절의 기원입니다. 하지만 이후 신대륙을 찾아온 유럽인들과 원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빚게 되고, 현재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대부분 원주민 보호구역에 살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과거 원주민의 땅이었던 미 남서부 뉴멕시코주에 가면, 미국 원주민들의 문화를 전승하는 예술 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미국 원주민 예술 학교...재활용품으로 만든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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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미국 원주민의 문화를 계승하는 원주민 예술 학교”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사막의 땅, 뉴멕시코주의 주도 산타페에는 ‘아메리칸 인디언 예술 학교(Institute of American Indian Arts)’가 있습니다. 140에이커에 달하는 너른 교정 곳곳엔 다양한 소재로 만든 원주민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는데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듯한 이곳에서 약 500명의 학생이 현대 미국 원주민 예술과 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체로키족 출신인 로버트 마틴 교장은 미국 원주민 예술대학엔 약 100개에 달하는 다양한 부족 출신의 원주민 후손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마틴] “우리 학교는 워낙에 많은 부족 출신들이 와서 공부하다 보니 다양성이 풍부합니다. 물론,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닌 학생들도 있어요. 우리 학교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습니다. 다만, 원주민의 관점을 투영시킨 예술을 추구한다는 것만큼은 똑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고 해도 학생들은 같은 공동체, 더 나아가 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학교 학생인 대니얼 야지 나토나바 씨 예술 학교를 통해 더 너른 원주민 세계와 만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야지 나토나바] “저는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자라면서 외부 세계와는 철저히 단절돼 살았습니다. 제 주위에는 원주민 부족들밖에 없었고 제가 본 세상이라곤 제가 속한 나바호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주민 예술대학에 온 이후로 야퀴, 토호노 오오담, 푸에블로 등 다른 부족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술 전공인 돌로리스 스칼렛 코르테스 씨는 판화와 사진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돌로리스 스칼릿 코르테스] “저는 자라면서 늘 완전한 자아를 찾고 싶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저의 원주민 뿌리에 대해 전혀 말씀하지 않으셨거든요. 하지만 원주민 예술대학에서 그 잃어버린 부분을 찾아가고 있고요. 공부를 마치고 나면 원주민 공동체로 돌아가 그들의 모습을 예술작품에 담고 싶습니다.”

원주민 예술 대학에선 학생들이 이렇게 자신의 뿌리에 대해 배우고 나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로 돌아가 받은 것들을 되돌려 주고자 한다는데요. 마틴 교장은 바로 이런 점이 미국 원주민 대학의 특징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마틴] “미국의 일반 대학생들에게 왜 대학에 가려고 하느냐, 너의 전공으로 앞으로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다들 비슷한 대답을 할 겁니다. 직장을 찾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대다수이겠죠? 하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좀 다른 대답이 나옵니다. 학교 졸업 후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 주로 이런 대답이 돌아와요. 이 점이 바로 우리 학생들이 다른 대학 학생들과 다른 점입니다.”

학생들이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졸업 후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도 결국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영화를 가르치는 앤서니 디터 교수도 그런 졸업생 가운데 한 명입니다. 25년 전, 원주민 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지금은 후배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영화 제작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일명 디지털 돔이라고 하는, 둥근 천장 같은 화면에 영상을 쏨으로써 관객들이 평평한 영화 스크린이 아닌 구형의 화면을 보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디터 교수는 이런 새로운 영화 기법이 원주민 출신에게 딱 맞다고 했습니다.

[녹취: 앤서니 디터] “원주민 문화는 좀 다릅니다. 선의 문화가 아니라 둥근 구형의 문화예요. 그런데 이런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 겁니다. 둥근 화면에서 구형의 우리 문화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게 된 거예요.”

디터 씨는 이런 새로운 영화 기법으로 기술과 문화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앤서니 디터] “미국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에서도 우리 원주민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다루어져 왔습니다. 약 4천 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원주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하지만 이제 원주민 출신 영화인들이 영화계에서 목소리를 낼 때가 됐습니다. “이때까지 우리는 당신들이 전달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왔으니, 이제는 우리가 전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입니다.” 라고요.

원주민 예술대학의 학생들은 이렇게 영화뿐 아니라 학교 교정에서, 박물관에서,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크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비건 패션(Vegan Fashion)’ 주간에 친환경 운동화가 전시돼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비건 패션(Vegan Fashion)’ 주간에 친환경 운동화가 전시돼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재활용품으로 만든 친환경 운동화, 비건 슈즈”

요즘은 환경을 생각해 자연주의 또는 친환경주의 의식주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만 하거나, 동물 보호를 위해 털이나 가죽 같은 옷을 입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미 서부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선 요즘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Vegan) 패션’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연이나 동물을 훼손하지 않고 옷이나 신발을 제작한다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비건 슈즈 전시회]

디자이너 신시아 아카스 씨는 비건 슈즈 운동화를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재활용품으로 만들었고, 다 신고 나서 또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운동화인데요. 신시아 씨는 자신의 아들 덕에 이런 친환경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신시아 아카스] “우리 아들이 호기심이 많거든요.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데, 하루는 아들이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왜 우리가 많은 자원을 그냥 낭비하냐고요. 또 왜 물도 이렇게 많이 낭비하냐고요. 그 질문을 받고는 그래, 우리가 뭔가 좀 다르게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시아 씨는 그래서 재활용 재질로 운동화를 생산하는 ‘아카스 베어(Arcas Bear)’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운동화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선보이죠. 하지만 염색을 하는 대신, 비슷한 색상의 재활용 재질을 사용하는 등 철저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녹취: 신시아 아카스] “염색을 하면 물도 써야 하고, 화학 염료도 사용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염색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운동화를 만들 수 있어요. 여기 제가 들고 있는 이 운동화는 바닥은 재활용 고무로 만들었고요. 신발 소재는 재활용 면과 재활용 플라스틱 물병을 활용했습니다. 또 운동화 내부는 코코넛 섬유를 만들어서 신으면 아주 편합니다.”

재활용 소재를 썼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멋진 신시아 씨의 친환경 운동화는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비건 패션(Vegan Fashion)’ 주간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보통 전 세게 대도시에서 열리는 패션주간에는 전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신제품을 발표하는데요. 비건 패션 주간에는 친환경 패션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이죠. 신시아 씨를 비롯한 비건 패션 디자이너들은 친환경 제품의 외관은 별로일 거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친환경 옷과 신발들은 디자인이나 소재가 아주 다양하고요. 사실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신시아 씨의 운동화는 한 켤레에 200달러 정도라고 하네요. 하지만 지속 가능한, 친환경 패션이라는 좋은 취지를 가진데다 디자인까지 멋지다 보니 신발이 잘 팔린다고 했습니다.

[녹취: 신시아 아카스] “일반 신발 회사들의 경우 최근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건 슈즈는 달라요. 매출이 오르고 있습니다. 비건 슈즈는 단순한 패션이나 유행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런 현상은 현재 미국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유럽 국가들에선 가죽 등 전통적인 패션이 인기라고 하네요. 하지만 미국에선 그저 멋을 내기보다는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친환경 패션이 새로운 패션 경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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