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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북한 '전환기 정의' 국제회의...“정권 범죄 증거 계속 기록해야”


12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 민간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주최로 '북한 정권의 피해자들을 위한 전환기 정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12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 민간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주최로 '북한 정권의 피해자들을 위한 전환기 정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북한 정권의 인권범죄를 기록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정의를 세우고 번영으로 가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국제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과거사 조사 경험이 많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전환기 정의 준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테네시대학의 법인류 학자인 에이미 먼도프 교수가 허허벌판에서 시신이 대량 매장된 곳을 찾을 수 있는 과학적 방법에 관해 설명합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조너선 드레이크 선임연구원은 드론 등을 활용해 3D 작업으로 매장된 시신들의 상태를 분석하는 첨단기법을 설명합니다.

미국과 영국의 국제 형사사법 담당 관리들, 법률학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권위주의 정권들에 희생된 국제 피해 사례와 증거 확보, 가해자 처벌, 피해자 지원 등을 설명하며 북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논의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12일 뉴욕 법학대학원(New York Law School)에서 ‘북한 정권의 피해자들을 위한 전환기 정의’란 주제로 국제회의를 열었습니다.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인권 유린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권고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추동력을 살리고, 북한에 체제 전환기가 왔을 때 정의와 화해 과정을 효율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주최 측 설명입니다.

전환기정의그룹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 사회와 체제가 지금처럼 계속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고 없어지게 될 겁니다. 그 때가 됐을 때 지난 일들을 없던 것처럼 넘어갈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법정에 세우고 처벌해 감옥에 넣을 수도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도 민주적으로 이 정도까지는 해야 한다, 이 정도까지는 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으실 텐데, 그런 것도 지금부터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미 컬럼비아대학의 앤드루 네이선 교수는 이날 회의 뒤 VOA에, 전환기 정의는 과거의 비극에서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네이선 교수] “We call it transitional justice because it's transitioning from the past tragedy into some future that we hope will be better. So sometimes transitional justice takes the form of pursuing criminal responsibility for those who've done bad things.”

다양한 형태의 전환기 정의에서 특히 중요한 건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고 기록하는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네이선 교수는 과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서로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며, 방대한 인권 침해와 반인도적 범죄가 벌어지는 북한에 전환기 정의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인권법 권위자인 뉴욕 법학대학원의 루티 타이텔 교수는 ‘전환기 정의’를 “정의를 수정하는 전환 과정”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타이텔 교수] “It is really about transitions modifying justice and often this is not ideal. It can sometimes be compromise but it's really wrestling with those past ghosts that societies have had to endure authoritarian or other repression and how they deal with that in order to draw a line and have a better tomorrow.

전환기 정의는 권위주의나 압제를 감내해야 했던 사회가 과거의 유령들과 때로는 타협하고 씨름하며 어디까지 선을 긋고 더 나은 내일로 가야 하는지를 다루는 전환의 과정이란 설명입니다.

남북통일에 관한 전환기 정의 관련 책을 공동 집필했던 타이텔 교수는 과거 동유럽과 남아메리카, ‘아랍의 봄’도 전환기 정의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문서화된 2014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역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타이텔 교수] “I think the most important role right now you know of that report in 2014 was documentation. We need to disseminate it more. We need to get the word out and I think there is much more interest right now…human rights has to be a part of the equation with respect to peace.”

북한 정권의 심각한 인권범죄를 포괄적으로 담은 이 보고서를 북한과 국제사회에 더 많이 확산시킬 필요가 있으며, 인권은 평화 방정식의 일환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전환기 정의를 위한 국제센터’의 페르난도 트라베시 대표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다수의 과거사정리위원회 운영 경험을 가진 한국이 북한의 전환기 정의 준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라베시 대표] " I think South Korea has a lot of experience on transitional justice because South Korea has already had a number of truth commissions. They have already dogged with the Jeju process….”

트라베시 대표는 북한을 포함해 모든 나라의 엘리트들은 국민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책임이 있다며, 이념과 사상이 아닌 주민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환기 정의는 인권 유린 가해자를 모두 기소하고 모든 사건을 조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며, 궁극적으로 누구나 차별이 없고 소외되지 않는, 모든 이들의 권리가 인정받는, 지속가능한 평화의 기반을 쌓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많은 전문가는 북한의 인권 개선과 전환기 정의에 관한 한국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주최 측은 유엔과 영국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미 국무부의 형사·사법 담당 관리들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영환 대표는 이번 회의 결과를 북한을 상대하는 많은 나라 정부에 보내 개선을 촉구하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에 있는 평범하고 힘없는 주민들에게 우리가 밖에서 이렇게 도울 준비가 되어있고 기꺼이 그 분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고 싶어 한다는 그 열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문제에 관심 있는 나라가 정말 많습니다. 우리가 회의 결과를 정리하고 정부들에 보내서 북한 당국과 대화할 때 북한체제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강력하게 항의하고 얘기하도록 그런 영향력을 발휘할 겁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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