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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리들 “NSC, 대북정책 조율 능력 잃어…대통령 독주로 혼란 가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부, 국방부와 함께 미국 외교안보라인의 한 축을 담당해온 국가안보회의(NSC)가 대북 정책 조율과 이행 과정에서 영향력을 크게 잃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한 때 대북 접근법을 주도적으로 제시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데도 핵심적 역할을 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 방식에 밀려 ‘조정력’에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입니다. 전 국가안보회의 관리들의 진단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북 정책 관련 역할은 역대 행정부마다 차이를 보였지만 일관적으로 이어진 고유 업무는 ‘조율’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브랜다이스 대학 교수는 주요 정부 부처들이 맡고 있는 외교, 정보와 작전, 제재, 군사적 요소를 모두 취합한 뒤 “조정된” 대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국가안보회의의 역할로 정의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교수] “Obviously US policy toward North Korea includes some elements of diplomacy, some elements of the intelligence community about collecting information and running operations against North Korea, and some elements of the Treasury Department and Commerce who are responsible for sanctions. And obviously some elements of the military so of the Pentagon. So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serves the role of coordinating all of those different US agencies in terms of conducting a coordinated overall policy toward North Korea.”

가령 북한 측 상대와 마주 앉은 미국 협상가들이 관련 정부 부처들의 승인을 두루 거친 일치된 입장과 조건을 내놓도록 보장하는 것도 국가안보회의의 임무라고 세이모어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회의에서 북한 관련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 조직 고유의 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의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안보회의의 역할은 그대로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게 이 역할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What has changed is that it's not coherent. Whatever is coming out of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is not necessarily going to be the US policy because President Trump can always overrule, its own National Security Council, can overrule what the National Security Advisor says.”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국가안보회의의 정책을 뒤집을 수 있고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무효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추진되는 대북 정책을 반드시 미국의 정책으로 간주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입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상반된 평가를 내놨던 예를 들었습니다.

이어 국가안보회의 관리들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도 대북 정책 방향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관리들의 입장을 곧바로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It's hard to figure out what the US policy is, even if you speak to a National Security Council official or State Department official because President Trump can often contradict his own administration officials.”

부시 행정부 당시 샌디 버거, 콘돌리자 라이스,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오바마 행정부의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과의 긴밀한 조율 아래 대북 정책을 제시하고 이행하는 주요 플레이어 역할을 했고, 때로는 협상 국면에서 정책의 큰 줄기를 바꾸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북한 문제의 중요한 고비마다 국가안보회의가 여전히 방향타를 잡아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부시 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현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을 검토하고 불리한 협상을 접도록 하는데 국가안보회의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McMaster had a very big role shaping the Bloody Nose policy and after that Bolton had a big role convincing Trump not to take a bad deal from Kim Kong-un. Previous NSA’s have generally fit into one of those two molds”

H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제한적 정밀타격을 의미하는 ‘코피작전’을 준비하고,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과의 나쁜 합의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린 부소장은 전임 국가안보보좌관들의 역할도 크게 보면 이 두 유형에 들어맞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율’ 기능과 함께 전직 관리들이 국가안보회의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는 요소는 ‘절차’입니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에 앞서 1990년대 초 국가안보회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미첼 리스 윌리엄스버그 재단 대표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체제에서는 주요 관리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며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가는 형식의 절차가 중시됐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윌리엄스버그 재단 대표] “Under President George HW Bush, Brent Scowcroft really put an emphasis on process and he was a facilitator to make sure that everyone's use, or were fully fleshed out and presented to the President… To go back to Rice and Hadley, they led a process that also included voices from Defense, State, Treasury, intelligence community, and perhaps others, but they drove that process.”

이후 콘돌리자 라이스,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때는 이들이 국무, 국방, 재무부와 정보 기관 등의 목소리를 취합해 이런 절차를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구축된 ‘절차’에 무게를 두지 않고 훨씬 특이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데,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리스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윌리엄스버그 재단 대표] “And that is the way that he prefers to conduct foreign policy so it makes it sometimes a little confusing to follow, both domestically and this year, overseas.”

리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외교 정책에서도 이런 방식을 선호해 행정부의 정책을 이해하는데 혼란을 겪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와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펴는 일이 잦다면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국방부나 국무부, 국가안보보좌관과 상의 없이 대규모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동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교수] “The appearance is that the President very often conducts his own policy toward North Korea without consulting fully with the US government. That was certainly the case in Singapore when President Trump agreed to suspend large-scale US-ROK military exercises without apparently much consultation with the Pentagon or the State Department and a national security advisor.”

세이모어 교수는 이처럼 대통령 주도의 대북 정책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 여부에 따라 좌우되지만, 현재까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능숙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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