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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권단체 “친북 뉴욕 음악회, 북 우상화 선전도구로 활용돼”


우륵교향악단의 지난 4월 미국 뉴욕 공연 포스터.
우륵교향악단의 지난 4월 미국 뉴욕 공연 포스터.

최근 뉴욕에서 열린 친북 성향의 음악회가 북한 정권의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미 인권단체가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음악회 관계자는 그러나 외세가 없는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인권재단(HRF)이 지난 5일 뉴욕에서 열린 한 음악회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지난 4일 이 음악회를 앞두고 “터무니없는 홍보 사기”라며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이 단체는 9일 VOA에, 음악회가 나라 안팎에 김씨 정권과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전략기획실장입니다.

[녹취: 글래드스타인 실장] "The North Korean government uses this opportunity on an annual basis to promote itself abroad, especially, in the context of its own media organs inside North Korea…”

북한 당국은 특히 뉴욕의 멋진 장소에서 그들의 영도자를 찬양하는 음악회가 열렸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며 이를 위대한 승리로 포장한다는 겁니다.

앞서 뉴욕의 우륵교향악단은 지난 5일 뉴욕 중심가의 한 음악당(Kaufman Music Center’s Merkin Concert Hall)에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와 중국 외교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22회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재미 한인 음악가인 리준무 씨가 이끄는 이 악단은 이날 모차르트 교향곡 등 기존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인민의 환희’,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 ‘인민이 사랑하는 우리 령도자’ 등을 연주했습니다.

글래드스타인 실장은 친북 성향의 이 악단이 지금까지 모차르트와 멘델스존 같은 음악회를 여는 것처럼 위장한 뒤 실제로는 “친애하는 령도자, 김정은과 그의 폭정을 찬양하는 곡을 사이에 연주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글래드스타인 실장] “I would imagine that most of the attendees just don’t really know. They don’t really know what’s going on.”

우상화를 찬양하는 곡들이 유명 곡들 사이에 끼어 있고, 가사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은 음악이 어떤 의미를 담고있는지 모른 채 연주를 듣고 박수를 친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륵교향악단이 이날 개막 곡으로 연주한 ‘인민의 환희’는 북한의 김 씨 가족을 천하제일 위인으로 우러러 모시는 인민의 열광과 환희를 강조하는 곡입니다.

북한 매체 보도들에 따르면, 이 곡은 관중을 흥분시킬 수 있는 불씨와도 같아 공연 시작에 주로 연주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은 사회주의 체제가 얼마나 귀한 제도인지를 깨우쳐주는 서정곡, ‘인민이 사랑하는 우리 령도자’는 제목 그대로 김 씨 가족을 우상화하는 노래입니다.

소르 핼버슨 인권재단(HRF) 회장은 지난 4일 이 음악회를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은 세계 최악의 압제국이라며, 뉴욕의 심장부에서 독재자 찬양곡을 연주하는 것은 옛 독일의 나치 행진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서양 음악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종신형 처벌을 받는,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책임이 있는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을 관객들이 말 그대로, 상징적으로 지지하는 실태를 음악회 주최자들이 이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이 단체 글래드스타인 실장은 이런 음악회를 주최하는 사람들을 “악의 공범들”에 비유하며 음악회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글래드스타인 실장] “So the organizers of this event are like accomplices of evil. That’s what I would say. It’s like important for musicians to help promote human rights and freedom and democracy…”

예술가들은 자유가 생명이기 때문에 우륵교향악단 음악가들도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북한의 독재 체제에 반대하고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를 증진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륵교향악단의 리준무 단장은 9일 VOA에, 북한 관련한 곡은 5분 정도 연주했다며, 인권재단이 음악회의 의미를 왜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리준무 단장] “미국의 파워에서 짓눌려 살았는데 70년이나. 이제 우리 민족끼리 살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죠. 우리가 우리 소리를 그렇게 조금 내는 것 같고 뭐 그렇게 신경을 쓰냐 이거죠.”

리 단장은 “외세가 없는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끼리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뉴욕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멜팅팟(melting pot)이라고 하는데 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어울려서 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없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자유가 있는가 없는 가는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에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는 물론 언론‧표현‧정보‧결사의 자유도 거의 완전히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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