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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39호실 관리 "개성공단 임금, 무기개발 자금으로 전용"…'노동력 착취 현장' 비판 늘어


한국 최북단에 위치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일대.
한국 최북단에 위치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일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촉진을 위해 개성공단을 재개해야한다는 주장이 한국 정치권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임금이 39호실로 들어간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전 북한 39호실 고위 간부가 밝혔습니다. 자본주의의 학습장이자 남북한 평화의 마중물이라는 개성공단의 취지 대신 워싱턴에선 ‘대규모 노동력 착취 현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를 지낸 리정호 씨는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39호실로 전달된다는 항간의 의혹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임금은 북한 노동당 통전부를 통해서 39호실에 들어가고, 또 39호실에 들어간 자금은 북한 지도자의 통치자금으로 사용됩니다. 북한 지도자의 통치자금은 핵개발을 비롯한 국방력 강화에도 쓰이고 사치품 수입이라든지 노동당 운영자금으로도 쓰이고 치적공사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리 씨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자금의 용도는 전적으로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달렸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2014년 북한을 탈출해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리 씨는 북한 39호실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등을 거쳐 2014년 망명 직전엔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지냈으며 2002년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리 씨는 북한 정부 조직의 특성과 업무 계통상 개성공단 수익이 39호실로 유입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개성공단 운영은 북한 내각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당에서 운영하고 있고, 또 노동당에서는 통전부가 맡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자금은 노동당이 반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상 북한에서는 39호실이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관리하고 있으므로 그 부서에 돈이 들어오고 또 그 부서에 들어온 돈은 북한 지도자의 결정에 따라서, 또 그의 지시에 따라 사용하게 됩니다.”

미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직 당국자들도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의 핵무기 개발 전용 문제와 관련해선 대체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날 VOA에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권의 수입원으로 삼는다”며, “지도부를 위한 사치품과 핵무기 개발 등에 사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government is using it as a source of income, which, you know, then is used by the government for, you know, luxuries for the leadership and for nuclear weapons and that kind of thing.”

미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낸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우리가 아는 한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의 대부분이 북한 정부로 흘러 들어간다”며 “누가 임금을 받고 북한 정부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전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To the best of our information, the vast majority of their wages are diverted to the government. There is absolutely no transparency about who receives the wages, or how the government share of the wages are spent.”

이어 “북한에 돈을 지급하는 주체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8조d항에 따라 그 돈이 대량살상무기나 사치품 수입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And that's an important point. Becaus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1718 paragraph HD requires that when money is paid to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he persons who pay that money has an obligation to ensure that the money is not being used for weapons of mass destruction or other purposes prohibited by the sanctions were luxury goods imports.”

개성공단이 미-북 비핵화 합의를 견인할 수 있는 조건으로 거론되고 한국 정치권과 개성공단 기업인들 사이에서 공단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선 그동안 등한시돼 온 작업 현장의 근본적인 인권 침해 문제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리정호 씨는 노동자 임금 전용과 폐쇄된 근로 환경은 개성공단을 심각한 인권 침해의 현장으로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북한에서도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생활비를 준다 하는데, 생활비 즉 월급이 0.3~0.4 달러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20~30달러 범위에서 식량이나 콩기름, 사탕 가루, 이런 상품을 준단 말이에요.”

이어 39호실에 근무할 때 개성을 특별 관광 지구로 조성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자주 거쳐갔다면서, 군인들의 감시 하에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단지 내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마치 북한의 강제 노동수용소를 연상케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특히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이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받는 금액보다 훨씬 적다는 점은 북한 내에서도 계속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해외 나가서 근로자들이 일하는 것보다도 몇 배 적은 임금을 받았단 말입니다. 제가 2007년도에 앙골라에 5만명의 근로자를 파견하는 문제를 가지고 (노동당) 기획재정부장하던 박남기 부장하고 오랜 시간 얘길 했는데, 그 때 홍콩 측에서는 220달러를 주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300달러 내야한다고 해서 임금 합의가 안돼서 제대로 되지 않은 적이 있는데…”

스탠튼 변호사는 개성공단을 “가시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대규모 노동력 착취 현장”으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Certainly it is a big sweatshop surrounded with barbed wire. It has all the indicia of forced labor. It suggests the all of the information that we have tells us that the South Korean managers have no direct contact with the workers. The workers have no right to choose their employment, They have no right to collectively bargain for better wages or working conditions.”

한국 업체 관계자들은 북한 노동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없고, 현지 근로자들은 취업 선택권이나,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을 위한 단체교섭권리도 갖지 못한다는 점은 강제노동의 정의와 모두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선임경제자문관은 높은 임금을 주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작업장에 강제로 동원된다면 기본 인권의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선임경제자문관] “I think anytime people aren’t able to freely offer their labor for competitive wages or they’re in fact drafted into jobs, I think that that violates some basic
human rights.”

리정호 씨는 이런 환경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은 개성공단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경험장’이자 ‘평화의 마중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인권 유린에 동참하는 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더 나아가 개성공단이 가동된 10년 동안 공단 인근에 상권이나 새로운 주거시설이 들어선 것도 없다고 지적하며, 지역 발전과 시장의 활성화와 전혀 관계없이 외딴섬처럼 운영됐던 시설을 자본주의 학습장으로 부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남한 기업들이 자기들의 관점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도 있고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객관적으로 볼 때는 북한 근로자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고 강제적으로 노예노동을 하고 있는 그런 현장이다, 이렇게 밖에 볼 수 없단 말이에요”

다만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개성공단이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이점을 무시할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들 관점에서 개성공단은 북한 내 다른 직장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식사를 제공하며 그 외 다른 혜택을 준다는 겁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North Koreans who are working in Kaesong, they’re paid a better salary than what the average North Korean worker gets. And they also have benefits, and they have meals provided for them while they're there. And they get other benefits that the South Korean companies provide for them….”

하지만 스탠튼 변호사는 이 같은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노동과 땀의 결실을 빼앗아 극소수의 생활 방식을 떠받치고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는데 쓰지 않는다면 모든 북한인들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You can say, as some people do say, that conditions in Kaesong may be better than conditions in other places in North Korea. Well, that's a pretty lousy baseline for comparison. All North Koreans could live much better than they do if their government did not take the fruit of their labor and sweat and use it instead to maintain the lifestyles of a tiny few, and a lot of weapons programs that threaten South Korea and that threaten us.”

리정호 씨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이 다른 북한 주민들보다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북한 내부 사정을 모르는 얘기라며, 개성공단 근로자들 중에는 오히려 장사 등을 통해 추가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빼앗기는 데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어떤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 작업장에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계속하는 것은 남북간 경제협력과 시장경제 정착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남북간의 경제협력을 한다, 또는 시장경제를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앞으로 통일의 미래로 간다, 이런 얘긴데 그러면 정말 통일의 미래를 준비한다면 그렇게 돈을 줘서는 안 된단 말이에요.”

킹 전 특사도 개성공단 재개가 이뤄지려면 작업장 내 인권이 개선되고 한국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며 북한 당국도 자금 흐름에 대해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조건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f the Kaesong is reopened, and it's to be done in a way that would encourage more progress on human rights, the payments should be made directly to the individuals, and the South Korean company should pay the individuals directly…”

스탠튼 변호사는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려면 출신 성분과 관계없이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공정한 경쟁을 거쳐 취업하고 최저임금 이상을 버는 자유 노동 시장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며, 이는 곧 북한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Nothing short of a broad systemic change, a commitment to real reform, political reform in North Korean society is going to make that change because for Kaesong to be fair to its workers, there must be a free labor market. And for there to be a free labor market, the market has to allow participation from everyone in North Korean society, not

스탠튼 변호사는 이런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북한 지도부의 ‘계좌’에 들어가 국경을 강화하고, 감시카메라를 늘리며, 휴대전화기 추적장치를 설치하는 등 국가 통제를 유지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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