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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 북-중 연대 강조


지난 2일 북한 평양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포함한 북한 고위 관계자들이 회담하고 있다.
지난 2일 북한 평양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포함한 북한 고위 관계자들이 회담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오늘(4일) 사흘 일정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아직 김정은 위원장 면담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김 위원장의 5차 방중이 이뤄질 경우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대화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 입니다.

지난 2일 방북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일, 6.25 전쟁 당시 전사한 중국군 묘지를 찾아 헌화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왕이 부장이 인민지원군 열사들에 경의를 표하고 한국전쟁 당시의 공훈을 되새겼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도 왕이 부장 일행이 안주시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찾았고, 이 자리에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과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가 함께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열사릉원에는 중국군 전사자 유해 1천 156구가 안치돼 있습니다.

왕 부장은 2박 3일 방북 일정의 마지막 날인 4일 귀국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과 접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4일 오후 5시 현재 면담 관련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왕 부장이 지난해 5월,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했을 당시 김 위원장을 면담한 데다, 다음달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방북인 만큼 만남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또 북-중 수교 기념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의 초청 의사 등을 전달하고 방중 일정 등을 논의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남북한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지난 6월 방북에 이어 또 북한을 찾기 어려운 만큼, 대신 김 위원장을 초청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식량 원조 등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이 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 “북한을 방문했으면 한국을 방문하며 균형을 맞춤으로써 한반도 남북한 모두 중국을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거든요. 그러한 관례를 보면 시진핑이 또 넉 달 만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적지만,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은 훨씬 컸고, 또 이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선물보따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거든요.”

이 센터장은 이어 북-중 양국 간 보여지는 지나친 밀착 행보는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멈춰선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맞은 미국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중국은 서로 원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을 과시하며 미국에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 “워싱턴은 중국과 북한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항상 내막이 있을까? 전략적 소통이 오갔을까? 하고 궁금해 합니다. 이 자체가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보여줄 수 있는 카드고, 또 미국과 협상하는 북한도 이를 같은 카드로 쓰는 것이거든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벌이는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또 중국은 동북아 내 가장 큰 안보 이슈인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협력할 공간이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중국은 북한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했다고 보고, 북한을 더욱 사회주의체제 안으로 끌어안으려는 중장기적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시진핑 임기 동안에는 북-중 관계가 상당히 안정적이고 밀착될 것이라고 이 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 “왜냐하면 시진핑 임기 동안에는 미-중 관계가 크게 변하지 않고 계속 중국이 북한을 필요로 합니다. 또 시진핑은 정말로 굳건하게 사회주의를 믿는 지도자이고 같은 사회주의 북한을 도와주겠다는 것을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약속했어요. 그 것을 지난 6월 20일 평양 방문에서 또 다시 약속했고요.”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양국은 미국에 대한 공통적 이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미-북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 하고, 중국도 북한의 친미화를 막으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북 대화를 활용하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중 밀착이 미-북 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확보하면 연말까지 미국과의 협상에서 버티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신 센터장의 관측입니다.

중국이 현재 미-북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한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연구소장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원하지만,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북-중-러 대 미-일 구도로 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북아 내에서 미국의 역할이 점차 미약해지고 진전없는 미-북 관계로 비핵화 협상이 공전하는 가운데, 북 핵 이슈가 미-중 간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중국은 (북 핵 문제를) 뭔가 이 지역 내에서 또 대외적인 공공외교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슈로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고위급이 방중하는 것이 부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좀 더 긍정적인 국면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점차 악화하는 미-북 관계를 완화시키고 안정시키기 위해 북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제 ‘글로벌 파워’이지 과거 ‘냉전의 한 축’에서 게임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에 전달하고, 여전히 북 핵 문제는 미-중이 타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미국이 비핵화와 관련해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거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주변 각국에 중국의 역할을 재고하는 효과, 또 실질적으로 북한과 미국도 협상 국면을 원하는데 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그것을 맞춰준다면 미국, 또 북한 역시도 중국에 고마워 할 것이고.”

김 소장은 지난 6월 방북 당시 시 주석이 북한의 합리적 우려 해결을 돕겠다고 밝힌 것은 미-북 사이의 적극적인 관여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답보 상태인 북 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역할에 나서려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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