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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자금 거래 연루 ‘SWIFT’, 미국서 제재 법안 160만 달러 로비...관련 조항 삭제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 본부.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 본부.

대북 자금 거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된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로비를 벌인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법안에서 금융통신망과 관련한 제재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위프트’는 대북 제재 법안에만 수 십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들였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 금융통신망 ‘스위프트’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법안 로비를 위해 투자한 대미 로비자금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6년 간 165만5천 달러로 파악됐습니다.

VOA가 미 의회에 보고된 로비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로, 2017년과 2018년 두 해는 72만 달러를 들여 대북 제재 법안 관련 로비에만 집중했습니다.

미 의회에 대북 제재 법안이 처음 발의된 6년 전부터 가장 먼저 나서 북한 관련 제재 법안이 추진될 때마다 미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로비 활동에 나선 겁니다.

‘스위프트’는 주로 워싱턴의 대형 로비업체 ‘리치 푸이야 앤더슨’을 고용했는데, 마이크 크라포 상원 은행위원장의 전직 선임 정책고문 등 상하원 은행위에서 영향력이 큰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로비스트 5명이 수 년 간 참여했습니다.

‘스위프트’가 가장 최근까지 로비에 나선 대북 제재 법안은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한 법안’입니다.

‘브링크액트’로 불리는 이 법안은 현재 상원 계류 중으로, 북한의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제재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미 다른 대북 제재 법안들에 대한 로비를 진행하던 ‘스위프트’는 2017년 중순 미 의회에서 ‘브링크액트’가 처음 발의되자마자 이 법안을 로비 항목에 추가해 회기가 종료된 2018년 말까지 로비를 지속했습니다.

당시 회기 동안 ‘브링크액트’는 상원 은행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지지 못하고 지난 회기 자동 폐기됐고, ‘스위프트’의 로비도 중단됐습니다.

이후 새 회기인 지난 3월 재상정됐지만 ‘스위프트’의 로비는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 회기에 재상정된 법안에서는 핵심으로 꼽혔던 한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위프트’처럼 북한의 국제 금융망 접근에 핵심 역할을 하는 ‘전문 금융통신 서비스(Specialized Financial Messaging Services)’ 제공자에게 미 달러 접근 제한과 같은 3자 금융 제재를 적용하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지난 2017년 중순 상원에 처음 발의됐을 당시 포함됐던 조항인데, 재상정 법안에서는 제외된 겁니다.

이 조항이 삭제된 것이 ‘스위프트’의 로비 활동과 직접적인 연계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VOA는 법안을 상정한 크리스 밴 홀런과 팻 투미 상원의원, 상원 은행위원회, ‘스위프트’가 고용한 로비업체에 관련 문의를 했지만, 15일 현재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스위프트’ 측은 ‘브링크액트’ 로비와 관련한 VOA의 문의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현재 ‘스위프트’ 네트워크에 있는 북한 은행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브링크액트’ 첫 상정 당시 이 조항이 주목됐던 이유는 ‘스위트프’의 대북 자금 거래 연루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처음으로 미국이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북한 금융기관 또는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을 위한 국제 금융통신망 접근을 가능하게 하거나 돕는 자”에 대해 미국의 달러 접근 차단과 같은 3자 금융 제재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스위프트’는 국가 간 자금 거래를 위해 유럽과 미국 시중은행들이 설립한 기관으로, 전 세계 수 백여개 나라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가입해 이 통신망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에는 8~11자리의 고유 코드가 부여돼 있는데,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금융기관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북한이 ‘스위프트’를 이용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고, 최근 일부 언론에 공개된 유엔의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나오기도 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지난 2016년 ‘스위프트’를 이용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서 약 8천100만 달러의 자금을 빼냈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 이란의 사례처럼 ‘스위프트’가 대북 제재 위반 의심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더 엄격한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을 효과적으로 국제 금융망에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 ‘스위프트’와 같은 국제 금융통신망에 대한 언급이 ‘브링크액트’에서 처음 나온 건 아닙니다.

2016년 제정된 ‘대북 제재와 정책 강화법’(NKSPEA)’에 이어 2017년 제정된 ‘러시아·북한·이란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에서 처음으로 북한과 관련해 국제 금융 통신망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당시 의회를 통과하기까지 ‘스위프트’가 거액을 들여 로비에 나선 법안들입니다.

다만, CAATSA에 포함된 조항은 “국제 금융통신망을 통해 대북 자금 거래를 도운 개인과 해외 정부를 파악하고, 북한의 이런 통신망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해외 정부가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에 관한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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