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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에 온 탈북자,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가장 커”


탈북민 여성들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센터인 하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탈북민 여성들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센터인 하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 내 탈북민 절반 이상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좋지 않거나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들은 일반 한국 국민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7일 공개한 탈북자 건강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명 중 6 명은 자신의 건강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일반 한국 국민 대비 15%p 높은 수치입니다.

건강이 좋다고 답한 탈북자는 10명 중 4명이었습니다.

조사를 담당한 최현옥 남북하나재단 팀장은 탈북민들이 북한 내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지내다 힘든 탈북 과정을 거치는 만큼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현옥 팀장] “아무래도 북한의 열악한 의료시스템이나 탈북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되잖아요. 의료 지원을 받을 기회도 없고 탈북 과정도 중국을 비롯한 제3국 거치기도 하고 동남아 쪽에서 보호시설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기도 하잖아요. 그런 영향인 것으로 인지하고 있고요.”

건강관리의 경우 적정한 수면을 실천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정기 건강검진과 규칙적인 식사 등의 순이었습니다.

또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답했고, 음주 여부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일반 국민 대비 술을 덜 마시고 담배도 덜 피우는 것으로, 탈북 성비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최현옥 팀장은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여성이 2만 3천 800여 명, 남성은 9천 200여 명으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한편 탈북민들은 전반적인 일상생활에서 특히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응답자의 스트레스 정도는 ‘일상생활’에서가 62%로 가장 높았고, 직장생활과 학교생활, 가정생활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 여성에 대한 심리치료 세미나를 운영하는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의 신미녀 대표는 탈북민들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광범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미녀 대표] “탈북민들이 여기 한국에 입국할 때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숙제를.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문제, 중국에 두고 온 가족의 문제. 그리고 여기 와서 겪는 새로운 문화 충격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입국하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나 심리적 문제가 많았는데 사실 여기 와서 살면서 오기 전의 그런 숙제가 풀리는 게 아니라 계속 그게 덧붙여지니까 헤어날 길이 없는 거죠.”

실제 남북하나재단의 또다른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44%가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또 47%는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비특이성 신체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이는 복합적인 신체 장애를 호소하지만 실제 진단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현상입니다.

탈북 한의사인 김지은 원장은 탈북자들의 한국사회 적응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다 보면 탈북 당시 가졌던 꿈과 희망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김지은 원장] “나름대로의 결심, 의지 같은 것을 분명히 가지고 왔는데 이 현실은 의지만 갖고는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다가 의외로 한국사회가 상당히 폐쇄적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어렵거든요. 사람을 대하는 것들이 편치 않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 아마 스트레스 많이 받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에 대해 새조위 신미녀 대표는 한국에 온 탈북민의 70% 이상이 여성이라며, 이들에 대한 정신적 치료와 정착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6월 기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3만 3천 22명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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