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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약속한 실무 협상, 북한 최근 행보로 더욱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당시 두 정상이 합의한 실무 협상 재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당시 두 정상이 합의한 실무 협상 재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 대로라면 미국과 북한은 지금쯤 비핵화 실무 협상을 한참 진행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면서, 대화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회동’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And what's going to happen is over the next two or three weeks the teams are going to start working to see whether or not they can do something.”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2~3주 안에 양측 협상 팀이 만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협상을 이끌 것이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로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넉 달 넘게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 핵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같은 날 폼페오 장관은 실무 협상이 “7월의 어느 시점, 아마도 앞으로 2주에서 3주 안, 이달 중순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곧이어 비건 특별대표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가 미국통인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정상이 합의한 2~3주가 지나도 협상이 재개될 조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북한 외무성의 담화는 실무 협상 재개가 여의치 않을 것임을 보여줬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8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현실화한다면 실무 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실무 협상 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실무 협상 재개와 연계한 것입니다.

북한이 겨냥한 연합훈련은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 CPX로, 기존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대체하는 훈련입니다.

미-한 군 당국은 미-북 대화가 본격화한 이후 두 나라 합동으로 진행하던 훈련들을 크게 축소했고, 특히 북한이 꺼리는 미군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시킨 적이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VOA에, 북한이 실무 회담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 is a sign that they're not willing to resume talks...”

북한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실무 회담과 연계한 건 대화 재개 의지가 없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미-한 연합훈련의 중지를 `확약’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행정부 관리들의 전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미-북 실무 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협상 재개를 고대하며, 두 정상의 합의에 진전을 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논의하길 바란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실무 협상 재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한 행동들을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군사적 행보가 두드러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새롭게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하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잠수함은 기존 신포급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됐습니다.

이어 불과 이틀 뒤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결국 실무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이후 25일, 그리고 지난 5월의 미사일 발사 이후 77일 만이었습니다.

북한의 대결적인 행보는 다른 곳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세계식량계획(WFP) 측에 한국 정부의 쌀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 외교장관 회담에 불참키로 한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ARF를 계기로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리 외무상과 폼페오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담도 무산된 겁니다.

2000년 이후 북한 외무상이 ARF에 참석하지 않은 건 2001년과 2003년, 2009년 등 단 3번에 불과해,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한연합훈련뿐 아니라 비핵화에 따른 구체적인 상응 조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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