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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전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중-러, 한일관계 이간질…정보공유, 동맹에 중요”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으로 한-일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두 나라의 시도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이 지적했습니다. 한-일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동아태 차관보 공석을 메웠던 손튼 대행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동아시아와 러시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전직 관리로서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어떤 의도로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영공을 침범했다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두 나라 최초의 공동 초계비행으로 아는데 굉장히 걱정스럽습니다. 독도/다케시마를 첫 공동 초계비행 지역으로 선택한 것도 이상합니다. 영유권 분쟁을 겪는 곳이고, 최근 역사와 무역 문제로 갈등을 겪는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말입니다. 두 나라를 이간질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이용당하는 것이고 매우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불행하게도 중국과 러시아의 관점에선 매우 성공적이었고요.

기자) 한-일 간에는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도 현안입니다. 경제 문제 때문에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데, 미국 정부의 이해도 걸려있지 않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오바마 행정부 때 특히 군사 부문에서 추진됐던 미국의 이해와도 관련된 사안입니다. 민감한 군사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면 세 나라간 협력은 매우 어렵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협정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먼저 한국과 일본이 신뢰를 쌓음으로써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데 좀더 편안함을 갖도록 하는데 주력했죠. 한-일 간 매우 가까운 동맹관계는 미-한-일 세 나라의 원활한 협력관계를 위해서도 미국의 관심사입니다. 그리고 이 협정은 정보 공유와 동시에 신뢰를 쌓는다는 점에서 역내 모든 동맹국들에게 이롭습니다.

기자) 한국 일각에선 일본에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데 정작 일본으로부터 받는 정보는 별로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아마 일본도 그들 입장에서 비슷한 얘길 할겁니다. 신뢰 구축 차원에서 시작됐던 것이 신뢰 감소로 인해 뒤집히고 있습니다. 불행한 것은 미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개입해 한-일 간 커져가는 불신을 개선해야할 지 모르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무언가 해야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정말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럼 미국이 어떤 식으로 개입할 수 있을까요?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재 역할을 미국이 맡을 수 있겠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어렵지만 중재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실용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오랫동안 과거사 관련 문제와 갈등, 이견을 인정하면서도 역내 안정과 경제적 번영이라는 더 큰 이해를 인식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진전을 이뤄야 하는 부문에서 실용적 협력 방안을 찾고, 다른 사안은 별도의 트랙을 통해 차분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 지도자 모두 여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국내 정치적 혼란 등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을 겨냥한 모종의 메시지라는 분석에 동의하시는지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외교 절차가 실패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걸 미국에 경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은 백지 상태로 돌아가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어디로 향하고 무엇이 가능할지를 모색 중입니다. 김정은은 여전히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보이는데, 잠수함을 시찰한 것도 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수에 매우 능하고, 외교를 다시 시작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기자) 북한은 또 비핵화 실무협상을 미-한 연합군사훈련과 연계시키면서 교착 상태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은 미-북 관계와 관련된 모든 것을 비핵화 협상의 인질로 잡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수위가 높지 않은 군사훈련마저도요. 점점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전대와 다른 지도자가 되려는 듯 보였던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협상 방식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갖는 것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요. 이런 식의 퇴보를 볼 때마다 (비핵화) 진전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미국과 한국이 연합군사훈련 규모와 빈도를 축소시켜가며 성의를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죠.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김정은은 모든 실험을 동결하는 대가로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약속 받았다고 주장하려 합니다. 실제로는 그런 합의가 없었는데도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하는 것이죠. 주한미군과 한국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북한은 “너희가 훈련을 하니 우리도 약속한 것들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미국은 북한이 실험 유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할 것이고 양측의 이런 맞대응 속에서 보다 실질적 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죠.

기자) 보다 근본적인 의문은 비핵화 협상을 위해 이렇게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축소시키고 ‘동맹’이라는 이름까지 뺄 가치가 있느냐는 점입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훈련의 이름을 바꾸는 것 정도는 실용적인 접근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훈련의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군사 역량이 저하되기 전에 이런 상태가 얼마나 오래 계속될 수 있는지 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당사자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질 겁니다. 군 당국으로서는 높은 수위의 군사훈련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고 협상 진전을 원하는 이들은 훈련을 카드로 사용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도 실험을 유예함으로써 잃는 게 있는 만큼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게 미국에게도 이익이라는 논거를 들겠고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안보를 먼저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은 안보와 경제 두가지가 필요한데 늘 하나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둘 다 얻으려는 게 문제입니다. 경제적 혜택에 앞서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한데 어떤 조치가 그런 요구를 충족할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경제적 혜택은 적어도 실재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 김정은이 이걸 먼저 얻으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북한이 바라는 안보 보장이 미-한 동맹의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게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북한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하는 사안인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기자) 국무부에 계실 때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안전 보장 조치를 요구 받은 적은 없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없습니다. 안전 보장은 모호하게 정의돼 있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접근해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선까지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미국 역시 안전 보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늘 나중에 결정할 문제로 남아있었던 거죠.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한반도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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