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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원단체 "제재 여파로 지원물품 공급 차질...승인 기간은 단축"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면서 대북지원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면서 대북지원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로 식수와 출산 장비 등 인도주의 지원 물품의 전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미국 내 한인 의사단체가 밝혔습니다. 다만, 인도주의 지원 품목 승인에 걸리는 시일은 올해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승인하는 데 걸리는 시일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 85% 감축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신청부터 승인까지 지난해 평균 99일 걸리던 것이 올해는 평균 15일 정도만에 승인이 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재미한인의사협회가 지난해와 올해 유엔을 통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 내역을 취합한 결과 밝혀졌습니다.

이 단체 박기범 북한담당 국장은 18일 하버드 의대와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과 작성한 자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미국 정부와 유엔의 정책이 지난해 보다 유연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구호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이 대북 의료품목 지원을 승인 받기까지 7일이 걸린 반면, 지난해 아일랜드 구호단체 ‘컨선 월드와이드’는 165일이 소요됐습니다.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공중의학 강사로 재직하고 있는 박 국장은 지난 10년 넘게 대북 의료 지원 활동에 참여해왔습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는 이 자료를 토대로 이번 주말 북한 보건에 관한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박 국장은 지난해 8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취임한 이후, 당시 수 개월 간 제한됐던 북한 방문 허가가 승인되는 등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국장] I would give credit to Steve Biegun, because he met with us… He told us, you know, we’re reevaluating our policy, and please reapply for your travel exemptions.

북한 방문 승인 허가 문제로 스티븐 비건 대표와 두 번 만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얼마 후 비건 대표가 “북한 비자 발급을 다시 지원해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박 국장은 그러나 여전히 제재로 인한 지연으로 많은 지원 품목이 제때 북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컨대 올해 대북 의료 장비와 약품, 식수 공급 지연으로 지원 대상 북한 주민 약 23만명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임신부 15만 명이 안전한 출산 장비와 환경을 제공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유엔인구기금이 지난해 북한 임신부 34만1천500명을 위해 준비한 비상의약품 세트가 원래 목표의 11%에 불과한 3천750명에게만 전달됐다고 밝혔습니다.

박 국장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반드시 필요한 의료 품목의 지원을 지연시킨다면 문제가 있다면서도, 북한 당국 역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국장] I think what they want to do is now divert some of their money from their weapons and military programs into the social programs.

북한 당국은 무기와 군사 분야에 쓰는 돈을 사회 프로그램에 사용하기를 원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는 또 북한 주민 1천 명 당 15.6명이 사고로 죽는다며, 이는 전체 사망 원인 가운데 심장질환, 암, 폐질환에 이어 4위라고 분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집계한 전 세계 사망 원인 가운데 사고가 10위(2016년 기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박 국장은 북한의 열악한 안전 인프라가 이 같은 통계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국장] In high income countries, you can be expected to take into a nearest facility, while you're stabilized and treated for your injuries. In North Korea, that capacity is severely limited.

선진국에선 사람이 다쳐도 금세 가까운 시설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북한사회는 그런 역량이 현저하게 제한돼 있다는 것입니다.

박 국장은 “북한에서 사망을 초래하는 여러 사고 중에 상당수는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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