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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하나원 20주년’ 맞은 한국 내 탈북자 실태… “포용하고 직접 다가가는 정책 펼쳐주길”


지난 2008년 탈북민 여성들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센터인 하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탈북민 여성들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센터인 하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탈북민들은 정부가 심리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다가가는 포용정책을 펼쳐줄 것을 희망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자유를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행을 택한 탈북민들이 원하는 것은 따뜻한 관심입니다.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더 필요한 것은 자신감, 이런 쪽으로 더 심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저 역시도 북한에서 살았지만, 우리가 북한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또 자유를 찾아왔는데,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더 필요할 것 같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청받았던 지 대표는 10일 ‘VOA’에, 한국 통일부 산하 ‘하나원’은 탈북자들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금융과 법률 지식, 진로 지도와 같은 정착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고마운 곳이라는 겁니다.

다만, 자유를 찾아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이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도록 하는 측면에서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지 대표의 설명입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통일부가 그동안 탈북민들의 정착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환대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소외감을 주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초기정착비와 같은 금전적 도움보다 어쩌면 탈북민들에게는 한국사회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탈북민들에 직접 다가가는 정책을 펼쳐주길 기대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일방적인 정책보다 탈북자들을 찾아가서 진짜 요구하는 게 뭔지, 필요로 하는 게 뭔지를 살펴보고, 돌봐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 것을 위해서 남북하나재단도 있고, 하나센터가 지역마다 있다고 하는데 탈북자들의 삶에 이것이 피부로 와닿지 않아요.”

김 대표는 그러면서 탈북민들이 오히려 자체적으로 동호회와 친목회를 만드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손광주 전 북한이탈민재단이사장은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의료와 관련한 폭넓은 지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손광주 이사장] “탈북민의 70%가 여성이고 학력으로 보면 고졸이 많고, 또 다른 70%는 출신이 함경도와 양강도 쪽이에요. 그러다보니 (대부분이) 북한 내 소외된 계층으로 건강 상태, 교육 상태가 낮은 편이에요. 그래서 그들이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고.”

손 이사장은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자신의 뜻을 이루고 성공했다는 모습이 북한 내부에도 알려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탈북민들의 사회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손광주 이사장] “자유세계의 우월성을 전하는 문제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이 덜하고, 또 탈북자들이 한국사회 안에서 소외계층인데, 이들이 일종의 중앙무대로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렇게 보고요.”

탈북민들은 최근 북한과의 정치적 이유로 자신들에 대한 관심과 역할 주문이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과거 ‘통일의 역군이다’, ‘먼저온 통일이다’고 했던 탈북민을 외면하고 북한 정권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탈북민들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한다는 겁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의 탈북을 유도해 정권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지렛대는 약화될 것이라고 안 이사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사장] “뭘 할 수가 없어요.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부로서는 북한만 신경쓰고 탈북자들을 멀리하려고 하니까, 경제적으로 어렵고 또 마음적으로 의지할 곳도 계속해서 촉박해지기 때문에 결국 남북관계 발전, 통일 이런 곳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성호 대표는 특히 축소된 ‘하나원’ 개원 20주년 행사에 아쉬워했습니다.

북한과 조성된 대화 분위기로 자유를 찾아온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축제의 날’과 같은 ‘하나원’ 개원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는 겁니다.

[녹취: 지성호] “정부의 정책이 있을지라도 그 안에서의 분위기는 그들이 주눅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습니다. 이번 행사도 통일부 높으신 분들이 오셔서 격려도 해주시고, 탈북민이 어떻게 사는가도 보시고, 어려움이 뭔지 짚어도 보실 수 있는 그런 행사였고.”

통일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내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모두 3만2천476명 입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74.8%로 25.2%의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연령은 40대가 30.5%로 가장 높고, 30대와 50대가 각각 25.4%, 17.5%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탈북민 가운데 72.5%는 자유로운 삶과 일한 만큼 얻는 소득, 자녀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점과 경제적 어려움, 특히 한국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이 삶을 힘겹게 한다고 이들은 호소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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