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를 일으키는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 HIV 감염자가 지난해 북한에서 8천 명을 넘었다는 추정치가 나왔습니다. 에이즈 환자가 없다는 북한과 유엔 기구의 주장과는 대비됩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24일 북한 내 HIV 양성자가 지난해 기준 8천362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가 운영하는 보건 분야 사전 출판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미국과 북한 연구진이 올린 추정치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 1999년 1월 첫 감염자가 확인됐고, 이후 감염자 수가 지난 몇 년 간 급증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이 같은 공동 연구는 이례적인 일로, 지난 2013년 북한 측이 뉴욕 소재 비영리기관인 ‘도다움’에 지원을 요청해 이뤄졌다고 ‘사이언스’는 전했습니다.
북한 측이 지방 지역의 HIV 감염 사례에 대한 우려를 전했고, 이와 관련해 도다움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먼저 요청해왔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도다움은 북한 측 연구진과 함께 북한 내 현장 조사에 들어갔고, 북한 내부 집계를 통해 HIV 감염 실태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이 드러났다고 도다움 측은 전했습니다.
북한 질병통제센터 집계에 따르면 HIV 감염 사례는2015년 기준으로 지난 10 년 간 꾸준히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완료된 북한 전국에이즈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감염 사례는 급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통계자료를 종합한 결과, 북한의 HIV 전국 확산률을 0.069%로 추산했습니다.
전국 확산률이 0.6%인 미국과, 두 자릿수에 달하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제껏 에이즈 환자가 없다고 주장했던 북한이 실제로는 에이즈 퇴치에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사이언스’는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평양에서, 북한 내 HIV 감염 사례는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이언스’는 결핵 보균자인 경우 HIV 감염이 더 빠른 속도로 진전된다며, 북한의 높은 결핵 감염률이 HIV 치료를 더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국제적인 대북 제재로 인해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HIV 감염 치료제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문제가 심화될 경우, 북한 당국이 에이즈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IV 감염을 불법화하고 감염자를 감금하거나 해외 추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