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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미-북 협상 진전 평가 아직 일러...실무 협상 여부 지켜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최근 미-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 받은 사실이 공개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방문을 예정하면서 한반도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판단하기엔 ‘실무 협상’ 재개와 ‘톱 다운’ 방식의 지속 여부 등 좀 더 지켜봐야 할 점들이 많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움직임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북 정상의 친서 교환이 실질적인 ‘비핵화 논의’의 진전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guess the key question I have is...”

힐 전 차관보는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 시점에 중요한 질문은 ‘두 정상의 서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그리고 ‘왜 이들 서한이 기대감을 만들어내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장 내용을 알 순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한에 만족감을 표시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만족감이 나오기 위해선 편지 내용에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친서에 만족을 표시한 만큼 양측의 논의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편지 내용을 알 수 없는 만큼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주요20개국 정상회의(G20)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하며, 이후 서울로 이동해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예정입니다.

한국 언론들은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만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힐 전 차관보는 이런 관측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 lack of preparation...”

당장 준비 기간이 짧고, 양측이 무엇을 논의할지 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리는 미-북 3차 정상회담은 어느 누구에게도 좋게 작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두 정상의 서한을 통해 ‘실무 협상’ 재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What has to happen...”

매닝 선임연구원은 양측이 비핵화 협상으로 움직이는 데 있어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고위급 실무회담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고, 김 위원장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고 매닝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면, 3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어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매닝 선임연구원은 “아무런 준비가 없는 3차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의 사례에서 보듯 충분한 실무 협상이 없는 정상회담은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부동산 거래와 달리 외교는 실무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정상들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거듭 실무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비핵화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의 정상회담은 “말이 되질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과의 협상은 ‘톱 다운’방식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며, 매닝 연구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don’t believe in working level...”

북한과의 협상에선 최고위급에서 합의를 이룬 뒤에야 실무 차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대로 가는 (미국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양측이 진전을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일정 부분에서 합의를 이루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두 정상의 DMZ 만남 가능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다만 DMZ에서의 만남은 북한에겐 분명 유혹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북한 3개 나라만 참여하는 이 같은 만남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불쾌해 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두 정상의 친서 교환을 비롯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같은 대형 이벤트 속에서도 비핵화 협상에서의 큰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don’t have high...”

G20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미국의 회담은 통상 부문에 국한될 것이며, 따라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이나 미-중 양측의 협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진전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이 제안하는 ‘실무 협상’에 나오기로 결단할 때만 가능하며, 친서 교환을 넘는 실무 협상과 이후 3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방식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DMZ에서의 정상 간 만남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충분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인물들인 만큼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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