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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전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시진핑 방북, 비핵화 외교 동력 살리기 어려울 것…대화 설득하고 메시지 전달”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북한 방문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킬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이 전망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1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방북은 외교의 동력을 살리기 보다는 현지 상황과 김정은의 의중을 전달하는데 그칠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미 지렛대와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동시에 얻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해상 제재에는 소극적이지만 국경과 세관 등에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정황도 전했습니다.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동아태 차관보 공석을 메웠던 손튼 대행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주요 현안이 얽혀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방북인데요. 중국으로서도 이런저런 계산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손튼 전 대행) 북한은 오랫동안 시진핑 주석의 방문을 희망해왔지만 시 주석은 이를 계속 미뤄왔습니다. 마침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그 동안의 부담감을 벗는 의미도 있죠. 게다가 중국 최고지도자의 북한 방문은 14년만 아닙니까? 따라서 시의적절한 방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둔 행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미국이 비핵화로 가는 관여를 하기 위해 ‘외교적인 춤’을 춰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 역시 관련이 있습니다.

기자) 북한도 시 주석의 방북으로 얻는 이점이 있겠죠?

손튼 전 대행)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은 미국과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잠재적인 파트너들에게 손을 뻗쳤죠. 러시아에 다가가고 중국과 계속 대화하면서 말이죠. 미국 말고도 다른 상대가 있고, 대미협상의 성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걸 미국에 보여주려는 겁니다.

기자)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손튼 전 대행)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이뤄지는 방북을 통해 다소간의 지렛대를 확보하고자 할 겁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전후로 북한을 협상으로 이끄는데 성공하지 못한 만큼, 시 주석이 김정은과 만나고 북한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 주석이 김정은 생각을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대해서도 미국은 알고 싶어 할 거고요.

기자) 그런 점을 잘 아는 시 주석 역시 미국에 뭔가 전달하고 싶어하지 않겠습니까?

손튼 전 대행) 중국도 이용할 카드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신경 쓰는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과시하려 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인터뷰에서도 봤듯이 그가 북한과 관련해 여전히 뭔가 하고싶어 한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시 주석도 그 점을 알고 있고요. 따라서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이용하고자 할 겁니다. 그럼으로써 단순히 지렛대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까지 얻으려 할 것이고요.

기자) 문제는 중국의 그런 영향력 강화가 실제로 비핵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인데요.

손튼 전 대행) 시 주석은 방북 기간 동안 비핵화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을 겁니다. 국가 원수의 공식 방문이고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는 만큼 다양한 상징성과 의식이 뒤따를 테니까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비핵화 외교 노선을 고수하고 있고, 핵과 미사일 발사의 시기로 되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불안정의 시기로 회귀하기 싫은 겁니다. 따라서 어떻게든 미국과의 실질적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도록 김정은을 설득하려 할 겁니다.

기자) 그런 설득이 통할까요?

손튼 전 대행) 김정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일종의 코치를 자처하며 김정은을 미국과의 협상 쪽으로 끌어당길 겁니다. 아울러 미국의 행동을 김정은에게 해석까지 해주며 그가 외교에 다시 나서도록 독려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그러나 정작 중국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다는 비판을 받는데요.

손튼 전 대행) 과거보다는 제재를 더 잘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이 중국의 기대대로 풀리지 않고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제재에 누수가 생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해 현지에 주재하는 많은 외교관들로부터 중국이 국제 제재를 이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경과 세관 등에서 말이죠. 그러나 북한이 더욱 절박해지고 제재 체제가 지속되면서 밀수에 더욱 능해졌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한 뒤 제재를 우회하는 행위 역시 더 활발해졌고요. 특히 해상에서 원유 환적까지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를 막는데 소극적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분명히 제재를 집행하고 있지만 누수 또한 늘어났다고 봐야 합니다.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기자)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지난해 김정은의 방중이 여러 차례 이뤄지면서 점차 개선됐는데요. 이제 전면 복원됐다고 보시나요?

손튼 전 대행) 여전히 회복되는 과정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시 주석 취임 후 첫 몇 년 동안은 북한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고 오랜 시간이 걸려 이렇게 방북 단계까지 온 것이죠. 즉 두 나라는 저점으로 떨어졌던 관계를 적어도 약간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복구하려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북한은 중국을 크게 의심할 겁니다. 중국이 제재에 동참한데 대해 화가 많이 나 있으니까요. 중국 역시 북한의 과거 행동들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는 건설적인 진로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번 방북과 김정은의 지난 방중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기자)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시 주석의 방문을 기대했는데 결국 평양 행이 먼저 이뤄지게 됐는데요. 이 때문에 한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것 아니냐, 한국에선 그런 우려도 나옵니다.

손튼 전 대행) 실제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걸 의미한다고 봅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한국의 기반은 이미 크게 약해졌고, 이젠 중국과도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나 한국 모두 북한 문제와 관련해 꼼짝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칩거에 들어간 듯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이 이런 상황을 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겁니다. 이번 방북이 그런 목적 때문에만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외교의 동력을 얻게 되기를 바라는 기대 말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미국과 한국 모두 고마워하겠죠.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시 주석의 방북이 대단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저는 회의적입니다. 현지 상황이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을 텐데,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그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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