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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로 본 비핵화 협상…“톱 다운 협상 진행” vs “실효성 적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7번째 서신입니다. 정상 간 친서는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오택성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친서’입니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았다고 밝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는 7번째 서신으로, 그동안 친서가 오간 뒤에는 양국 협상에 크고 작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첫 번째 친서는 지난해 6월 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된 북한과의 회담을 전격 취소한 시점으로, 미-북 관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은 뒤,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친서가 미-북 정상 간 역사적인 첫 만남의 매개체 역할을 한 겁니다.

두 번째 친서는 1차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달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은 사실을 7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당시는 7월 초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방북한 직후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를 요구’했다고 비난하면서, 북 핵 협상의 이상기류설이 돌던 때였습니다.

서신 전달 뒤인 7월 27일, 북한이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에 송환하면서 양측은 협상의 끈을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친서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 세 번째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뒤에 폼페오 장관은 방북 계획을 발표했고, 9월 10일 네 번째 친서 전달 뒤에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다섯 번째 친서는 올해 초 전달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일 각료회의에서 직접 친서를 들어올리며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고 공개하며, “또 한 번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성혜 통전부 실장 등이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1월 18일, 이번에도 역시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오 장관과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여섯 번째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이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의회에서의 국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회담 역시 친서가 ‘마중물’ 역할을 담당한 겁니다.

주연 혹은 조연 역할을 맡은 ‘친서’가 양국 협상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이같은 ‘친서외교’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관계를 대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 letters do represent another manifestation of a negotiate at the top approach as the modality for the working out of any arrangements that might be agreeable to both sides.”

친서는 미-북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협상을 완성하기 위한 방식으로, 최상위 접근법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톱 다운’ 외교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하지만, 친서로 이뤄지는 ‘톱 타운’식 외교가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친서 자체보다 양국 정상의 관계를 뒷받침할 ‘실무 협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Flowery, rhetorical letters aren't necessarily a sign of progress. North Korea really wanted to have progress except working level meetings.”

아름답고 수사적인 편지는 대화의 진전을 보여주는 신호는 아니며, 북한은 실무 협상이 없는 진전을 바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전달된 김정은 위원장의 여섯 차례 친서에 이은 이번의 일곱 번째 편지가 교착 상태에 빠진 북 핵 협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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