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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북제재위 위원 “북한, 선박 몰수 ‘선례’ 우려…선원 국적까지 속인 명백한 위반”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 11일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화물선 몰수에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선박 압류의 선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해상 제재 전문가 닐 와츠 씨가 밝혔습니다. 해당 화물선은 석탄 운송과 환적 금지만 어긴 게 아니라 선원들 국적까지 위조했다며, 이의를 제기하려면 공식 창구인 대북제재위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작년까지 5년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와츠 씨를 박승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에 압류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돌려받기 위해 전방위 외교 압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에게 이 선박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와츠 전 위원)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몰수는 향후 불법 활동에 연루된 북한 선박들에 대한 선례를 남길 수 있습니다. 북한은 만약 이번에 미국의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배를 몰수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선박 몰수와 관련해서 미국 뿐 아니라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에게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원래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가 처음 압류했는데 당시 북한은 유엔을 통해 배를 돌려받으려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죠. 아마도 북한은 미국이 북한과 맺은 합의를 깼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하셨죠. 북한에게 선박 몰수가 그렇게 민감한 문제인가요?

와츠 전 위원) 육로 운송 시설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해상 운송은 지금 북한의 생명줄입니다. 국내에서 물자를 운송할 때도 배편을 사용할 정도죠. 문제는 거듭된 대북제재로 북한이 더 이상 선박을 구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항상 중고 선박을 선호했는데 그 조차 사들일 수 없습니다. 한 척만 잃어도 대체가 불가능하므로 손실이 크겠죠.

기자) 북한은 와이즈 어네스트호 압류가 위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시나요?

와츠 전 위원) 아닙니다. 해당 화물선이 저지른 제재 위반 행위는 즉석에서 최소 다섯 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 첫째, 수출 금지 품목인 북한 석탄을 실어날랐습니다. 둘째, 선박간 환적을 실행할 목적이었습니다. 셋째, 과거 중장비를 북한으로 밀반입했습니다. 넷째,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승조원들 정보까지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속이려 했습니다. 북한 국적 승조원을 고용하는 것은 제재 위반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회원국들이 지정한 결의안에 금지된 행위를 했습니다.

기자)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오히려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말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결의안 내용은 아주 명확합니다. 대북제재결의안 2397호는 ‘북한의 자산이나 선박이 결의안을 위반하고 불법 행위를 자행할 경우, 유엔 회원국은 해당 선박을 나포 및 압류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몰수 조치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죠. 오히려 북한이야말로 법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제네바협약을 어기고, 결의안을 위반하는 거래 행위에 자국 대사관과 외교관을 동원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주장은 정치적 엄포일 뿐, 사실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기자) 만약 북한이 정말로 자국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대북제재위원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와츠 전 위원) 그렇습니다. 제재에 의한 압류와 몰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대북제재위원회가 공식 창구입니다. 북한은 그 루트를 따르지 않기로 결정한 듯합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대북제재위원회와 그 산하 기관인 전문가패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대북제재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인지하는 것조차 원치 않으므로, 이 문제를 유엔사무총장급으로 격상시켜 해결하려는 것 같습니다.

기자) 전직 전문가패널 위원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와츠 전 위원) 아주 흥미롭습니다. 제가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5년(2013년-2018년)동안 북한은 대북제재위원회와 패널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여러차례 정보 요청 공문을 보냈고,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인편으로 보내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북한의 응답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북한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기 전 북한 측의 변론을 듣기 위해 여러번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 역시 북한은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태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입니다.

기자) 국제사회가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와츠 전 위원) 북한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겁니다. 아마 북한은 정말로 자기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명백한 결의안 위반입니다. 유엔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메시지입니다. 모든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결의안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북한이 위협을 가했고,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려고 범법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앞으로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와츠 전 위원) 사실 대부분 국가는 외국 선박 압류나 몰수를 꺼립니다. 항구에 정박시켜 놓으면 정상적인 항만 상업 활동을 방해하죠. 또 타국 자산을 압류 또는 몰수하면 그 당시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데, 선박은 지속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한 자산입니다. 2014년 멕시코에 몰수된 북한 무두봉호의 경우를 참조해볼 만 합니다. 무두봉호는 불법 화물을 싣고 있지 않았지만 제재 대상 북한 기업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몰수 조치 됐습니다. 멕시코는 무두봉호가 몰수돼있는 동안 북한이 유지 보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는데 북한이 거부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무두봉호 유지 비용이 계속 부담이 되자 고철 값을 받고 팔아버렸습니다.

아웃트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5년간 해상 전문가로 활동해온 남아공 출신 닐 와츠 씨로부터 미국의 와이즈 어네스트호 몰수 조치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박승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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