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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러셀 전 차관보] “북한, 올해 더 심각한 조치 취할 것…사이버 공격 대비해야”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북한이 발사체 발사에 이어 올해 더 심각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전 미국 고위 관리가 내다봤습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개발 중인 새 대량살상무기는 핵무기나 미사일이 아닌 사이버 역량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현재 미국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러셀 전 차관보를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최근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미국 정부는 절제된 대응을 했습니다. 외교를 이어가기 위해 파장을 축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트럼프 정부의 인내심은 어디까지 일까요?

러셀 전 차관보) 제가 트럼프 정부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미국 외교관들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지렛대를 강화하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북한의 시도가 의미있는 협상 가능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죠.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문자 그대로 ‘경고 사격’을 했습니다. 북한은 전쟁을 할 의도는 없습니다. 위협을 지렛대 삼을 생각이죠. 따라서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은 이번 발사 위협을 통해 소기의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 혼란을 일으키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의 비즈니스 모델은 “북한은 잃을 것이 없고, 다른 나라만 잃을 것이 많기에 북한에 보상하는 것이 낫다”라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러셀 전 차관보)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돌이키고 핵무기를 포기하기 시작하는 상응 조치 없이 미국이 제재와 경제적 제약을 완화해 준다면, 북한은 핵 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한편 국제사회가 단지 북한의 도발을 미루기 위해 계속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제가 재직하고 있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는 최근 ‘미래 시나리오: 핵보유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예상할 수 있나(Future Scenarios: What To Expect From a Nuclear North Korea)’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핵실험을 하는 건 이제 위험합니다. 절대 다시 하면 안 되는 단 한가지가 핵실험이라고 중국이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도 꽤 위험합니다. 북한은 이미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위협을 고조하고 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기자) 다른 어떤 방법으로 미국을 위협할까요?

러셀 전 차관보) 북한이 새롭게 개발하는 대량살상무기는 핵과 미사일이 아닌, 사이버입니다. 한국, 일본, 미국, 잠재적으로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주요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협은 크며, 특히 5G 무선인터넷 시대에 사이버 공격에 대한 취약성은 계속 심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사이버 공격이라는 새로운 도구로 지렛대를 강화하려 할 것이며, 미국과 중국이 이 부분에서 협력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긴장을 계속 높이기 위해 사이버 공격도 곧 감행할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북한은 올 한 해 동안 점점 더 심각한 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 스스로가 느끼는 좌절감과 초조감, 결의를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응하라고 고집하는 것이죠.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개발하고 실험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단지 걱정할 뿐 아니라 억제하고 방어해야 할 대상이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빅 딜’, 즉 북한이 경제적 번영을 얻기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구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북한이 서방 기업의 진출과 그 정치적 여파에 대해 회의감과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중거리 핵전력 조약 INF,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중요한 합의들을 폐기했습니다. 스스로 한 약속 뿐 아니라 전임 정부가 맺은 합의에도 등을 돌렸죠. 그러면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 맺은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 이나 후임자가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북한은 초반에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을 매우 꺼릴 겁니다.

기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시절 여러 번 ‘북한이 신뢰할 수 있고 검증가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어떤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러셀 전 차관보) 신뢰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달린 것이죠.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동창리 미사일 미사일 시설 폐기를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이러한 조치들이 핵 프로그램 해체까지 이어지는 첫 조치인지, 아니면 여기서 끝인지입니다. 끝이라면 터무니없이 부족한 조치이죠. 북한이 우선 포괄적인 핵신고에서 핵시설, 핵물질을 밝히고 국제 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을 받아들여 신고를 검증하게 한다면 저는 매우 감명받을 것입니다. 그것은 북한의 의도가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물론 정해진 답은 없고, 여러 다른 방법으로 진지한 의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의 외교가 교착 상태이고, 북한은 미국에 경고음을 울렸고, 실무 대화도 단절됐습니다. 국무부에 고위 당국자로 오래 재직하셨는데, 현 상황에서 국무부에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러셀 전 차관보) 모든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을 비롯한 모든 당사자들에게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다면 국무부가 효과적으로 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중요한 다음 조치는 미국이 중국, 일본, 한국 등 관련국들과 의견을 일치시키고 공조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또 좋든 싫든 러시아와도 마찬가지입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의 기본 골격이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 가장 훌륭한 토대입니다. 그 이유 때문에 북한이 단호하게 다자협상을 거부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를 맺으려는 것입니다. 5개 나라의 연대가 없다면, 북한 문제 해법이 성공적일 수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계속 다투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면,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만 더 넓어지고 진전의 가능성은 훼손될 것입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부터 최근 북한의 발사체 발사 여파와 향후 협상 방향에 대한 진단을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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